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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가까이 주식 이야기를 해왔다. 초심자의 행운으로 돈을 쬐~~끔 번 이야기로 시작해 간땡이가 부어 하루에 수백만 원을 깨 먹은 이야기를 거쳐, 소소하지만 꾸준하게 투자를 이어오는 최근의 이야기까지. 손길 닿는 대로 속 시원히 털어놓다 보니 주식으로 심란했던 마음이 어느새 정상궤도로 돌아왔다.
 
이대로 끝인 줄 알았지요
▲ 막막했던 당시 이대로 끝인 줄 알았지요
ⓒ 남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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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실력이 늘어 편안해진 것은 아닐 테고, 마음 수양이 됐다고 보는 게 맞겠다. 물이 반이 담긴 물 잔을 보고 언제나 부족함을 느꼈는데, 어느 순간 충분하다고 여기게 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나를 돌아보며 쓰기 시작한 글의 힘이었다.

글쓰기의 힘은 이전에도 깨달은 적이 있다. 회사에서 치른 시험에서 낙제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하고는 '글감으로 쓸, 재밌는 일이 생겼네...' 하고 생각했을 때였다. 자책의 수순을 거부하고 자기합리화로 노선을 변경한 그때, 글쓰기가 삶에 미치는 선한 영향을 알 수 있었다.

좋은 글을 보며 '나도 이런 글을 써보고 싶다'는 바람도 있었지만, 별로라고 느낀 글을 보며 '이런 글은 나도 쓰겠다'는 생각도 없진 않았다. 물론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도 쓰겠다'는 건방진 생각에 대해 깊이 있는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했지만, 남의 인생만 들여다보던 내가 내 인생을 자세히 들여다 본 계기이기도 했다.

누구나 이야기 속 주인공

언제나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슬픔을 딛고 희망을 얘기하고, 갖은 어려움도 긍정으로 극복해내며, 크고 작은 일로 인생의 진정한 묘미를 깨닫는 모습이고 싶었다. 마음이 저릿하게 안돼 보이다가도 미소 짓는 주인공을 보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이는 그런 장면을 마주할 때면, 나도 저 주인공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다. 그리고 결국엔 깨닫고 말았다.

"가만, 이야기 같은 삶이 별건가? 내 삶을 이야기로 만들지 뭐!"

생각을 바꿔보니, 사는 모습을 이야기로 만들어 버리면 내 삶이 이야기가 되는 거였다. 그러면 일상의 힘듦은 이야기 속 시련이 되고, 그 힘듦을 이겨내고 나면 시련을 극복해낸 이야기가 완성된다. 혹여 시련을 이겨내지 못해도 그것대로 아련한 결말이 될 터였다.

그러니까 나는 매일같이 영화 같은 삶, 드라마 같은 삶을 살고 있었던 거다. 에이~ 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데, 한 번 잘 생각해보자. 영화 속 모든 이야기가 적에게 쫓기고, 기억을 잃고, 돈 앞에서 인생을 바꿀 선택을 하진 않는다.

식당에서 이야기를 나누고(심야식당) 밥을 지어 먹고(리틀 포레스트)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갖은 고생을 하는(미생), 평범하다고 치부되는 이야기들이 많다. 그리고 그 평범한 모습과 그들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운다.

그런 생각으로 내 인생의 발자취를 굽어 봤다. 그랬더니 그나마 스펙터클하고 애잔하면서 결말을 짐작하기 힘든 서사까지 갖춘 삶이 하나 보였다. 아니, 도드라졌다. 내 인생의 10분의 1, 바로 주식을 시작하고 4년간의 이야기였다.

실패와 슬픔이 보람과 기쁨이 되는 마법   
 
투자의 민낯
 투자의 민낯
ⓒ 남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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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제의 당황감이 즐거운 에피소드가 되었듯, 주식으로 겪었던 수많은 실패와 그로 인해 느꼈던 무력감이 썩 괜찮은 시련의 에피소드가 되었다. 그리고 내적 갈등을 일으키는 에피소드 속에서 조금씩 성장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보였다.

멋모르고 낙관적이었던 '호모주린스'에서 꿈같은 수익률을 쫓는 '호모질러스'를 거쳐, 맘 편한 투자를 해나가는 '호모투자스'로의 진화. 포켓몬의 진화처럼 화려하진 않았지만, 구구절절했던 진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았다. 다시 말해, 주식으로 인생을 바꿔버리겠다던 사람이 대박은 됐고 인생에 보험 하나 들 듯 투자하게 된 이야기다.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란 말은 정말이었다. 글로 내려놓은 나의 절망적이고 처절했던 경험담은 웃픈 이야기가 되었고, 머리를 쥐어뜯고 퀭한 눈으로 주가 창을 더듬거리던 나는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었다. 다행히 주인공은 시련을 '겨우' 이겨냈고, 글에 대한 과분한 관심에 감당하기 힘든 감동을 받기에 이르렀다.

수많은 실패의 경험 덕에 나 같은 졸필도 이야기를 쓰고 책을 지었다. 그 과정에서 어떤 목가적인 편안함도 찾았다. 그리고 많이도 즐거웠다. 한 마디로 말해보라면 '행복'이었다.

나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나나 다른 이들에게 치유와 즐거움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가슴 아픈 이야기든, 웃겨서 배가 아픈 이야기든. 글쓴이의 진심이 담긴 이야기에 누군가의 눈가가 촉촉해질지도 모를 일이다.

글쓰기는 슬픔을 행복으로 바꾸는 마법이라고 감히 말해 본다. 적어도 글을 씀으로써 불행해지진 않았다. 책 출간 소식을 전하고자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역시나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생각만 하고 있는 그 이야기를 누구나 써보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못나서 책이 나왔다. 뭔가 숱하게 실수만 하던 사람이 평범해지자 상을 받는 느낌이다. 생각보다 훨씬 짜릿해 놀라고 있다. 그러니 지금하고 있는 일을 못한다고, 못했다고 실망하긴 이르다. 누군가 격려의 손길이나 칭찬의 말을 건넬지도 모를 일이고, 찾아보면 분명 보람과 발전이 어딘가 숨어 있을 테다.

주식을 말하지만 삶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지금도 행복을 적어 내려가는 부족한 글쓴이도 겪었던 일이다. 밑져야 본전이니 한 번 믿어 보시라. 자세히 보면 다 예쁜 것처럼, 자세히 보면 다 의미있고 보람있는 일이다. 실패의 경험이 끝내 나를 이야기 속 주인공으로 만들어 준 것처럼...

사실 이 책은 혼자 만든 것이 아니다. 날 것의 글을 먹을 수 있게 구워고 심심한 간에 감칠맛을 내주신 <오마이뉴스> 편집기자님, 첫 애독자였던 어머니와 아내, 일러스트 검수를 해준 네 명의 아이들, 그리고 달고 쓴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고 주셨던 독자분들, 그 모두의 관심 덕에 지속할 수 있었고 그나마 읽을 만한 글이 되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성공한 5%의 이야기가 아닌 95%의 이야기를 담았다. 웃다 보면 진지해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이 이 책의 목표인데, 투자로 심란한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의 어떤 주인공으로 이 행복을 지속할지 모르겠지만, 매 순간 진심과 최선을 다해 역할에 임할 것을 약속한다. 그리고 역시나 누군가가 풀어나가는 행복의 서사도 더 많이 볼 수 있다면 좋겠다.
 
뭐든 드러내면 시원해진답니다.
 뭐든 드러내면 시원해진답니다.
ⓒ 남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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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투자의 민낯 - 본격 주식투자 뒷담화 에세이

햔햔 (지은이), 굿모닝미디어(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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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렀지만 넌 또 모르잖아"라는 생각으로 내일의 나에게 글을 남깁니다. 풍족하지 않아도 우아하게 살아가 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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