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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에서 활동하는 오임술 노동안전국장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에서 활동하는 오임술 노동안전국장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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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에서 노동안전 영역은 여전히 어렵다는 이유로, 주요 영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담당자를 선임하는 것이 쉽지 않다. 민주노총 대전본부에서 조직, 교육, 선전 등 다양한 영역을 맡다가 2014년 노동안전을 담당하게 된 오임술 노안국장을 만나 노동안전 활동의 보람, 어려움을 들어보았다.

당시만 해도 민주노총 지역본부에서 노안국장을 둔 곳이 전무했을 정도로 지역의 노동안전 담당자 수가 적었다. 담당자들은 개인적인 의지보다는 주로 업무 조정과 내부 상황에 의해서 노동안전국장을 맡게 되었다. 이런 조건에서 지역본부 노안국장 일을 시작해 7년 간 노동안전 활동을 하는 그를 만나 많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활동을 하는 데 있어 어려움, 보람이 있을텐데 노동안전 활동의 매력은 무엇인가?
"2014년 이후 7년여 간 노동안전 활동을 해오면서 기고 글이나 인터뷰를 통해 생각이나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가장 힘들 때는 아무래도 죽음을 직접적으로 맞닿거나 대면할 때였다. 사망재해가 나거나 죽음에 이르는 여러 과정을 생각하면 복합적인 문제가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투쟁도 녹록지 않다.

특히 트라우마를 오롯이 감당하면서 숨 가쁘게 활동한 뒤 밀려오는 헛헛함을 다른 부서 활동에서는 가늠하기 어렵다. 산재를 겪다 보면 불승인은 말할 것도 없고 승인이 되어도 노동자의 고통이 남는다. 또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현실적인 부분과 우리가 가지고 있는 원칙적인 부분에서의 갈등이 교차하기도 한다. 

그래도 문제가 개선되거나 산재가 승인돼서 노동자가 작게나마 위안 받거나 개선되면 다행이고 기분이 좋다. 노동자를 유익하게 한다는 생각도 들고, 지속적인 활동을 통해 근본적인 산재 원인을 제거하기 위한 것들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뿌듯하고 보람을 느낀다."

- 지역본부에서 여러 현장 상황을 접하게 될텐데, 노동안전 현장 활동이 활성화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무엇일까?
"제조업이 대부분인 금속사업장을 제외하면 안타깝게도 노동안전 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편이다. 특히 대전지역은 금속노조가 많은 제조업 비중보다 공무원, 교사, 철도, 가스공사, 지방 공기업, 공공기관 등 전문직종과 서비스 사업장이 많다. 그러다 보니 여전히 노동안전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현장에서 노동안전 활동에 대한 인식을 확장시켜 나가는 과정이다 보니 여전히 '노동'안전국장이 뭐냐는 질문을 받는다. 현장에서는 노동안전국장이라는 용어부터 설명해줘야 한다. '산업'안전국장이라고 쓰는 사업장에 명칭을 노동안전으로 바꿔야 한다는 얘기를 했더니 어떤 사업장에서는 화를 내는 곳도 있었다. 썩 기분 좋지 않은 에피소드이다. 노동안전을 다치고 깨지고 죽는 것처럼 눈에 보이는 것으로만 인식하거나, 회사의 산업안전보건관리자와 노동조합 체계에서 역할을 혼동하는 경향이 여전히 있다.

노동안전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현장마다 노동안전 담당자를 정해야 하고, 이들이 성장해가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담당자가 없으면 출발 자체가 어렵다. 담당자가 있어도 여전히 타임오프나 노조 활동에 대한 시간할애 등 극복해야 할 문제가 있다. 전임활동이 아닐 경우 예전처럼 일과 시간 이후에 회의나 교육을 잡아야 하는데 요즘은 일과 시간 이후에 활동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 같다." 

민주노조가 있는 곳의 노동자가 두 배 더 건강한 이유 

- 노동조합이 현장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특히 노동조합이 중요한지 듣고 싶다.
"언론 인터뷰나 글을 쓸 기회가 있으면 노동조합이 있는 곳이 노동조합 없는 곳보다 노동자들이 두 배 이상 더 건강하다고 강조하곤 했다. 별도로 데이터를 뽑아본 건 아니지만 산재신청만 봐도 노동조합이 있는 곳은 없는 곳보다 산재신청을 많이 한다. 무노조 사업장은 산재가 없어 신청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방법을 모르거나 알아도 불이익을 당할까봐 못하는 것이다. 

대전지역 사업장 중 한국타이어의 경우 한국노총과 소수노조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있는데, 오히려 소수노조 조합원들이 산재 신청을 훨씬 많이 한다. 조합원이 훨씬 많은 다수 노조 한국노총은 산재 신청을 거의 하지 않는다. 아픈 사람만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가입하는 것일까? 당연히 아니다.

여전히 현장에서는 번거롭고 두려워서 산재 신청을 꺼리는 정서가 있는데, 이 분위기를 극복하고 뒷받침해 줄 노동조합 활동이 있는가의 차이이다. 소수노조는 민주적인 노조활동을 통해 조합원의 권리를 알리고 권리를 행사하도록 뒷받침하기 때문에 산재신청이 가능한 것이다. 

민주노조 활동이 노동자들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줄 뿐만 아니라 산재 신청을 통해 현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나게 만들 수 있다. 또 이를 근거로 개선을 요구하고 쟁취해 갈 수가 있어 재발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산재 신청에 대해 모르거나 안 해버리면 현장의 문제가 은폐되니 개선할 근거가 없어진다. 산재 신청은 단순히 치료비와 휴업급여를 지급받는 것 이상으로 예방과 개선으로 이어지게 할 수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민주노조 활동이 실제로 현장노동자의 건강권에 더 유익하기 때문에 중요하다는 것이다." 

- 지역에서 여러 단위와 연대 활동을 하는 것은 특히 중요하다. 네트워크 구축 등 지역 차원에서 하고 있는 활동을 소개해달라.
"몇 년 전부터 충청권은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 충북본부, 세종충남본부 노동안전 담당자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해 연대활동을 공고히 하는 계획을 지속적으로 제출하고 있다. 이런 기반없이는 활동에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했고, 노동안전 활동을 장기적으로 강화해보자는 취지에서 충청권 노안활동가대회를 3~4년째 진행해오고 있다.

이렇게 모여야 지역을 뛰어넘고, 각 업종에 대한 이해도 높아지고, 지역적 연대의 계기가 생겨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이 대전에 있다 보니 중대재해가 났을 때는 대전 청으로 모이게 되어 자연스럽게 연대투쟁이 조직되기도 한다." 

직업병 뿌리 뽑을 해법

- 대전 지역에서 직업성 암환자 찾기 활동을 진행했는데, 성과는 있었는지 궁금하다. 또, 각종 사고와 질환이 끊이질 않는 한국타이어 현장에서 위험 드러내기와 현장 개선 활동을 이어왔는데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직업성 암 환자 찾기가 전국적으로 흐름을 타고 있다. 대전지역은 한국타이어에서 지난 8월 다섯 번째로 백혈병이 산재로 승인되었다. 직업성 암 찾기 관련해서 지역에 현수막을 수십 개를 걸며 노동자들에게 필요성을 알렸다. 대전지역에 원자력 관련 연구단지가 많기도 해서 문의도 조금씩 들어오고 있다.

직업성 암환자 발굴 건수가 중요하다기보다 오히려 자신의 질환과 직업과의 연관성을 의심해보는 것, 자신의 현장에서 어떤 물질을 쓰는지 그리고 자기가 어떤 일을 했는지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에 의미가 있다. 발굴 건수는 상담한 내용을 들어보고 입소문이 나면 앞으로 더 생기지 않을까 한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봐야 될 문제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 대전운동본부와 같이 진행하자고 결의한 상태이기도 하다. 

한국타이어는 지역 차원에서 대책위 활동도 했었고, 당시 내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가 정리되지 않으면 외부에서 압력을 가하는 활동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있었다. 끊임없이 민주노조를 만들기 위한 여러 시도를 하다가 결국 복수노조가 도입되면서 지금 금속노조 지회가 설립되었다. 한국타이어지회 동지들이 소수지만 그 활동이 굉장히 의미 있고 많은 진전들을 보이고 있는데 정작 당사자들은 답답해하고 잘 못 느끼시는 것 같다. 

사고와 질병에 대한 문제가 혼재되어 있는데, 최근에 사망사고가 발생하다 보니 질병(암)에 대한 관심이 덜 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근골격계질환은 금속노조를 만들면서부터 꾸준하게 활동을 했고, 산재신청, 위험상황 신고, 노사정 TF 구성 등으로 현장을 개선하려고 노력해오고 있다. 

한국타이어 사례를 보며 생각한 것은, 역시 민주노조가 다수노조가 되는 게 가장 효과적인 문제 해결 방법이라는 것이다. 노동자의 건강문제는 노동안전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가지가 같이 맞물려 있다. 역사적인 민주노조의 정신에 입각해서 현장 활동이 잘 이루어지면 노동안전 활동도 같이 잘 될 거라고 생각한다."

- 많은 노동조합에서 현재 선거 중이고 또 새로운 사람들이 노동안전 활동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노동안전 활동을 할 때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라면 어떤 것이 있을지 듣고싶다. 
"요즘 노동조합 선거가 한창이다. 마무리 되면 집행부가 꾸려지고 신임 노동안전 담당이 선임될 것이다. 지역본부와 현장은 차이가 있을 텐데, 노동안전 활동은 사명감이 다른 부서 활동보다 조금 더 필요하다. 조금만 놓치면 관심 밖의 일이 되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사건사고가 매일 일어나지도 않고, 안전 조치도 아는 사람 눈에만 보이니 계속 활동해야 겨우 부각될까 말까한다. 

노동안전 일상 활동을 할 때 중요한 것은 건강하게 일할 권리에 대해 인식하고, 사고나 질병이 개인 문제가 아니라 업무와 연관되어 발생한다는 관점을 가지고, 조합원이 궁금해 하는 것을 일상적인 현장 순회나 대화를 통해 알려내고 조합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려는 자세다.

앞으로 노동안전국장을 맡고 있는 동안에라도 현장에서 노동안전 담당자를 세우고, 회의와 교육을 통해 건강권에 대한 인식을 확장하여 지역차원에서 업종을 넘어 노동안전 연대활동을 만들어가고 싶다. 우리의 건강권을 위해 활동하는 한노보연 동지들에게 무한한 존경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다.

노동자를 위해 따뜻하고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건데 아직도 우리가 갈 길이 멀고, 낯설고, 냉정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때론 힘들고 외로운 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이 속한 어려운 조건과 환경에서 지역 곳곳에서 현장마다 끊임없이 전체 노동자를 위한 헌신과 노고에 감사드린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선전위원이신 정경희님이 작성하셨습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잡지 <일터> 12월·1월호(합본호)에 연재한 글입니다.


태그:#오임술_노동안전, #민주노총_대전본부, #산재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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