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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 자녀들의 학교 생활과 직결되는 교육재정이 4359억 원 축소됐습니다.

숫자 상으로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내년 예산에서 그만큼 줄어든 형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구조적으로 공백을 보강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결과적으로 공백을 계속 안고가는 모습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라고, 학교 예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돈이 있습니다. 정부가 교육청으로 보내는 돈으로, '유초중고 교육재정의 근간'이라고 불립니다.

교부금은 우리가 낸 세금에서 일정 부분을 떼어 마련합니다. 지금은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입니다. 부모님이 근로소득세 내고 기업이 법인세 내면, 그 돈의 20.79%가 자녀 학교에 쓰이는 식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재정분권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내국세를 줄이고 지방세를 늘립니다. 국민 입장에서는 근로소득세나 주민세나 같은 세금이지만, 정부와 지자체 입장에서는 수입원이라 중요합니다. 지방자치를 생각하면 지방세 늘리기가 맞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내국세를 줄이면 자연스럽게 교부금도 감소합니다. 넓은 집에서 작은 집으로 이사가면, 같은 비율일 경우 덩달아 자녀 방도 작아지는 이치입니다. 이 공백이 있기 때문에, 그동안 메꿔줬습니다. 법을 고쳐서 보전해주었습니다. 20.27%였던 것을 2018년에 20.46%로, 2019년에 20.79%로 고쳤습니다.
 
교부금 감소분 보전을 위해 교부금법을 개정한 사례, 2010년은 지방소비세 신설에 따른 조치이고, 2018년과 2019년은 1단계 재정분권에 따른 조치이다. 하지만 2단계 재정분권에 따른 조치는 아직까지 없다.
▲ 교부금법 개정 사례 교부금 감소분 보전을 위해 교부금법을 개정한 사례, 2010년은 지방소비세 신설에 따른 조치이고, 2018년과 2019년은 1단계 재정분권에 따른 조치이다. 하지만 2단계 재정분권에 따른 조치는 아직까지 없다.
ⓒ 송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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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메꿔주지 않았습니다. 2단계 재정분권으로 교부금에 공백 4359억 원이 생겼는데, 법을 고치지 않았습니다. 박찬대 의원 법안이 있지만, 기재부 반대로 정기국회 처리가 무산되었습니다. 내년 예산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보전은 없었습니다.

그 결과, 교부금은 계속 공백을 안고 살아야 합니다. 한 해 잠깐 축소가 아니라 내후년에도 그 다음 해에도 구조적인 축소가 이어집니다.

지금이라도 법을 바꾸면 공백은 메꿔집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재부와 일부 보수 언론이 교부금이 너무 많다며 조정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이고 있어서, 공백 메꾸기가 여의치 않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교부금은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불안정성입니다. 세금에서 일정 비율 가져가는 형태라서, 세금이 적게 걷히면 교부금은 줄어듭니다.
 
2019년부터 2022년 본예산까지 교부금 추이. 최근 몇 년 안에서도 줄었다가 늘어나는 등 불안정성을 보인다. 교부금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 교부금 추이 2019년부터 2022년 본예산까지 교부금 추이. 최근 몇 년 안에서도 줄었다가 늘어나는 등 불안정성을 보인다. 교부금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 송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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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의 흐름을 보면, 작년 2020년 추경에서 줄었고 올해 2021년 본예산에서 한번 더 줄었습니다. 코로나19로 경기가 나빠졌고 세금이 덜 걷혔기 때문입니다. 이 때 기재부 등이 교부금 늘려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2014~15년 두 해에 걸쳐 교부금이 줄어 누리과정 논란 벌어지고 학교예산 어려울 때도 그랬습니다. 그러니까 기재부 등은 교부금 많을 때는 조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히지만, 교부금 적을 때는 목소리가 없었습니다. 학생들 생각하면 그러면 안되는데, 씁쓸합니다.

한 가지 더 생각할 지점이 있습니다. 교부금은 경기에 따른 불안정성 뿐만 아니라 인위적인 축소가 있습니다. 이번에 보전하지 않아 공백이 발생한 것도 그런 인위적인 축소입니다.

대한민국 현대 교육사에서 교부금의 인위적인 축소는 2번 있었습니다. 1972년 8‧3 긴급금융조치로 교부율 효력 정지가 첫 번째이고, 1982년 특별교부금을 임의로 정하도록 한 교부금법 개정이 두 번째입니다. 각각 박정희 정권과 전두환 정권 때의 일입니다. 교육재정 손실은 당연히 뒤따랐습니다.

3번째 인위적인 축소가 있으면 곤란하겠습니다. 조만간 법 개정이 없으면 3번째 인위적인 축소로 남을텐데,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송경원은 정의당 정책위원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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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교육기관에서 잠깐잠깐 일했고 지금은 정의당 정책위원회에 있다. 꼰대 되지 않으려 애쓴다는데, 글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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