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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심판정에서 열린 'SK실트론 사익편취 의혹' 사건 전원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심판정에서 열린 "SK실트론 사익편취 의혹" 사건 전원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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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집단 SK의 지주회사인 SK(주)가 반도체의 핵심 재료인 웨이퍼 제조사 LG실트론을 인수하면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지분 인수 기회를 제공해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위는 SK가 실트론의 지분을 직접 취득할 경우 상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었는데도 합리적인 이유 없이 그 기회를 최 회장에게 넘겼다고 보고 시정명령과 함께 1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22일 공정위에 따르면, SK는 지난 2017년 1월 실트론 주식 70.6%를 직·간접적으로 취득했다. SK는 일정 지분 이상(3분의 2)을 보유해야 회사의 주요 사안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한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에 따라 70.6%의 지분을 먼저 취득하고, 나머지 29.4%는 추후에 결정하기로 내부 합의했다.

그런데 같은 해 4월, 최 회장이 실트론 지분을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SK가 최 회장의 지분 인수를 돕기 위해 이사회 심의를 통한 합리적 검토를 거치지 않고 장동현 SK 대표이사에게 입찰 참여를 포기하도록 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실제로 최 회장은 SK 이사들이 참석한 월간회의에서 실트론 매각과 관련한 정보를 얻고, 비서실에 입찰 검토를 지시했다. 얼마 뒤 최 회장은 장동현 SK 대표이사에게 SK의 입찰 참여 의사를 확인했는데, 장 이사는 아직 인수 여부를 검토하지 않은 상황에서 '인수 의사가 없다'고 밝힌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또 실트론 지분 매도자였던 우리은행과 비공개 협상을 하는 과정에 SK의 임직원이 참여해 최 회장의 주식매매 계약 체결 과정을 도왔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최 회장이 잔여 주식을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도록 SK가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다는 것. 결국 같은 해 8월 나머지 지분 29.4%는 최 회장의 몫이 됐다. 해당 주식의 가치는 2017년과 비교했을 때 2020년 말 기준 약 1967억원이 상승한 상태다. 

최태원 인수한 실트론 주식 가치, 1967억원 상승

이번 사건은 공정위가 지배주주가 지배력과 내부 정보를 통해 계열사의 '사업기회'를 이용했다고 보고 제재에 나선 첫 사례다. 공정거래법 제23조2(사업기회제공행위)에 따라 기업집단 특수관계인에게는 부당한 이익을 제공할 수 없다.

쟁점은 실트론 지분 29.4%의 취득 기회가 법에서 정한 '사업기회'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공정위는 사업기회의 범위가 경영권 취득에만 국한돼 있지 않은 데다, 논문 등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배주주의 소수 지분 취득 또한 상법상 사업기회라는 점을 고려했다. 또 SK와 실트론은 사업적 연관성이 큰 데다, 당초 SK가 지분 70.6%를 취득하면서 나머지 29.4%를 인수할지 추후에 결정하겠다고 한 만큼 SK와 밀접한 사업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또 SK가 29.4% 지분을 인수할 경우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됐을 걸로 봤다. SK가 실트론을 인수할 당시 이미 실트론의 가치가 커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SK는 지난 2016년 12월 실트론의 경영권 인수를 검토하면서 기업가치 예상자료를 작성하고, 당초 1조1000억원이던 실트론의 가치가 크게 불어나 2020년 3조3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공정위는 사업기회를 둘러싼 지배주주와 회사의 이해충돌 상황에서 SK가 상법상 의사결정 절차도 제대로 준수하지 않은 점도 문제 삼았다. 상법은 회사와 이사간 이익충돌 사안이 생길 때, 이사회를 통해 회사의 사업기회 이용 여부와 이사에 제공 여부 등을 정하게 하고 있다. 그런데 SK는 마땅한 이사회 의결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는 것. 

결국 공정위는 SK가 최 회장에 사업기회를 제공해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 제2호를 위반했다고 봤다. 또 최 회장은 SK로부터 사업기회를 제공받고, 회사가 자신에게 사업기회를 제공하도록 관여해 같은법 제3항·4항을 위반했다고 보고 SK와 최 회장에 각각 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배주주가 절대적 지배력과 내부 정보를 활용해 계열회사의 사업기회를 이용한 행위를 사실상 최초로 제재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며 "특히 사업기회를 직접 제공하는 방식이 아니라 회사의 이익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자가 사업기회를 포기하는 소극적 방식의 사업기회 제공 행위를 처음 제재했다한 의미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정위는 SK와 최 회장에 대한 검찰 고발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육성권 공정위 기업집단 국장은 이날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상법이 요구하는 이사회 승인절차 등 위반의 정도가 중대하거나 명백하다고 보기 어렵고 최 회장이 SK에 사업기회를 제공하도록 지시했다는 사실을 직접 증명할 증거가 없다"며 "또 지배주주의 소수지분 취득 행위를 공정거래법상 사업기회의 제공이나 상법상 회사 기회 이용으로 판단한 법원과 공정위 선례가 없다는 점에서 검찰 고발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SK측은 공정위의 결정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SK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그동안 SK실트론 사건에 대해 충실하게 소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제재 결정이 내려진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SK가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하는 충분한 지분을 확보한 상태에서 SK실트론 잔여 지분을 추가로 인수하지 않은 건 '사업기회 제공'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견 등이 이번 결정 과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일로 국민과 회사 구성원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의결서를 받는대로 세부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필요한 조치들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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