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KBL 프로농구 원주 DB 프로미와 서울 삼성 썬더스의 경기. 1쿼터 서울 삼성 이상민 감독이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2021.12.7

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KBL 프로농구 원주 DB 프로미와 서울 삼성 썬더스의 경기. 1쿼터 서울 삼성 이상민 감독이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2021.12.7 ⓒ 연합뉴스

 
한국농구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최고의 슈퍼스타도 감독의 무게는 한없이 버겁기만 하다. 이상민 감독이 이끄는 서울 삼성이 극심한 부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삼성은 20일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창원 LG과의 대결에서 68-81로 패배했다. 최근 6연패, 원정경기 11연패 수렁에 허덕이고 있는 삼성은 6승 18패(.250)로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불과 한 계단 위인 9위 LG를 상대로는 지난 1~2라운드를 모두 이기며 강한 모습을 보였으나 3라운드 만에 첫 패배를 당하며 승차가 3경기로 벌어졌다.
 
현재 삼성의 순위가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개막 직전 대부분의 농구 전문가와 미디어, 팬들이 이구동성으로 삼성을 꼴찌 후보로 이미 예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1라운드를 4승 5패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으로 마치며 선전했다. 김시래와 아이제아 힉스의 '원투펀치'가 주도하는 2대 2 게임이 위력을 발휘했고, 국내 선수들의 적극적인 득점지원이 더해지며 강팀들과 대등한 승부를 펼칠 수 있었다.
 
하지만 삼성은 2라운드 이후 급격하게 추락했다. 팀의 기둥이던 힉스가 11월 말 발등인대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며 시즌 아웃됐다. 이동엽, 임동섭, 천기범 역시 줄줄이 부상을 당하며 전력에서 이탈하거나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최근 15경기에서 삼성은 고작 2승을 추가하는 데 그치며 무려 13패를 당했다. 2라운드(2승 7패)에서 리그 최하위를 기록한데 이어, 3라운드는 아직까지 무승이다.
 
1라운드까지 평균 80.9점의 준수한 득점력을 보였던 삼성의 득점력은 3라운드 현재 리그 최하위인 73.2점까지 떨어졌다. 반면 실점은 82.3점(최다 4위)으로 공수 마진이 어느새 –10점 가까이 치솟았다. 힉스의 부상 공백이 크게 느껴지는 장면이다. 2옵션이던 다니엘 오셰푸의 출전 시간이 늘어나며 분전했지만 상대팀의 에이스급 외국인 선수들에 견주기에는 역부족이다. 급기야 오셰푸마저 무릎 부상이 발생하며 국내 선수들만으로 경기를 치르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삼성은 최근에야 힉스 대신 NBA(미프로농구) 출신 토마스 로빈슨을 대체 선수로 영입했다. 로빈슨은 비자 발급이 늦어져 지난 18일 대구 한국가스공사와 경기에서 데뷔했다. 로빈슨은 데뷔전에서 31점 14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기록하며 개인기량은 명불허전임을 증명했다.
 
하지만 두 번째 경기였던 LG전에서는 9득점 4리바운드에 그쳤고 실책 4개를 저지르며 부진했다. 4쿼터에 5반칙으로 코트를 떠나기까지 했다. 공격은 화려하지만 아직 수비와 체력에서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맨투맨에서 스텝으로 상대 움직임을 따라가는 가로 수비나, 블록같은 세로 수비가 모두 되지 않았다. 여기에 다혈질적인 성격으로 심판 판정에 예민한 모습을 보이며 2경기 연속 테크니컬 파울을 받기도 했다.
 
높이가 열세인 삼성은 현재 선수구성상 지역방어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2,3라운드 들어 상대팀이 삼성의 지역방어를 연이어 쉽게 공략해내는 반면, 삼성은 극심한 외곽슛 부진으로 상대의 지역방어를 뚫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체력이 부족한 로빈슨이 일대일 공격만으로는 한계가 있는데, LG전처럼 18개의 외곽슛을 시도하여 2개밖에 적중시키지 못하는 부진한 성공률로는 어떤 팀을 상대로도 70점을 넘기기가 어렵다.
 
이상민 감독으로서는 그야말로 첩첩산중이 아닐 수 없다. 이 감독은 지난 2020년 4월 삼성과 계약기간 2년에 두번째 재계약을 맺었다. 이 감독은 삼성에서 선수 은퇴와 코치를 거쳐 2014년부터 사령탑에 오른 이래 무려 8시즌째 팀을 이끌며 안준호 전 감독(2004-2005시즌부터 2010-2011시즌까지, 378경기 203승 175패)의 기록을 뛰어넘어 '삼성 구단 역사상 최장수 사령탑' 기록을 세웠다.
 
 서울 삼성 썬더스 다니엘 오셰푸

서울 삼성 썬더스 다니엘 오셰푸 ⓒ KBL

 
하지만 성과는 임기에 비례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시즌간 플레이오프 진출은 불과 2회에 그쳤고, 구단 역사상 최악의 성적으로 꼴찌만 2번이나 기록하는 굴욕을 당했다. 2016-2017시즌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으나 안양 KGC에서 패하여 준우승을 기록하며 최고성적을 찍은 이후로는, 최근 4시즌 연속 6강 진출에 실패하며 암흑기를 보내고 있다. 삼성에서 통산성적은 현재까지 정규리그 391경기 159승 232패(.406)로 5할도 되지 않는다. 허재-문경은 전 감독과 함께 한국 프로농구 사상 역대 최고의 스타플레이어 출신 감독이라는 명성과 기대치에는 크게 못미친 결과였다.
 
이상민 감독에게는 여러모로 운이 따르지 않고 있다. 지난 2020-2021시즌에도 널뛰기 성적을 거듭하다가 지난 2월 초 이관희를 LG에 내주고 김시래를 영입하는 트레이드로 6강 진출에 승부수를 띄웠으나, 김시래가 3월 초 종아리 부상으로 이탈하는 악재속에 또다시 고비를 넘지 못했다.
 
올시즌을 앞두고서는 보강된 것보다 빠져나간 전력이 더 컸다. 김시래가 부상에서 돌아왔고 신인드래프트 1순위 이원석을 영입했지만, 2, 3번 라인을 책임지던 이관희-김준일- 김동욱이 줄줄이 빠져나간 공백이 더 커보였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선수단 내에 코로나 감염자가 속출하면서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여기에 또다시 힉스를 비롯한 선수단의 줄부상까지 덮치며 이상민 감독으로서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는 동정론도 나온다.
 
하지만 이상민 감독도 당장의 성적은 둘째치고 '리빌딩과 육성'이라는 측면에서 역할을 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삼성이 이상민 체제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던 시즌은 라건아와 문태영이라는 외부 영입에 대한 의존도가 컸고 이들이 이적하거나 노쇠하마자 삼성은 다시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삼성은 부진한 성적으로 신인드래프트 상위순번을 차지하는 기회가 많았지만 리빌딩은 아직도 요원하다. KT가 암흑기 시절에 신인드래프트로 영입한 허훈-양홍석을 중심으로 몇 년새 급성장하며 올시즌 우승에 도전할 전력을 갖춘 것과 비교된다.
 
물론 삼성의 유망주들도 장기적으로 보면 잠재력 있는 선수들이기는 하지만 벌써 리그에서 즉시전력감으로 자리잡은 이정현(오리온)이나 하윤기(KT)같은 선수들과 비교하면 입맛이 쓸 수밖에 없다. 얼리엔트리 출신인 차민석이나 이원석은 아직 더 성장해야하는 선수들이고 김진영은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키며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한때 프로농구 최고의 명가로 꼽히던 삼성이 벌써 몇 년째 최약체 전력이라는 평가를 벗어나지 못하며 제 자리 걸음을 거듭하고 있다. 8년이나 장기집권중인 이상민 감독이 과연 그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할수 있을까. 이대로 별다른 반등이 없다면 올시즌이 이상민 감독이 삼성과 함께하는 마지막 시즌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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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삼성 이상민감독 토마스로빈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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