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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어린이라는 세계"
ⓒ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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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어른이 되면서 신발 끈 묶는 것도 차차 쉬워질 거야." 그러자 현성이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것도 맞는데, 지금도 묶을 수 있어요. 어른은 빨리 할 수 있고, 어린이는 시간이 걸리는 것만 달라요." 어린이는 나중에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지금도 할 수 있다. 시간이 걸릴 뿐이다.

어른의 기준에서는 간단한 일이라 어린이가 시간을 지체하면 일부러 꾸물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어렸을 때 기다려주는 어른을 많이 만나지 못해서 그런지도 모른다. 지금 어린이를 기다려 주면, 어린이들은 나중에 다른 어른이 될 것이다. 나는 어린이에게 느긋한 어른이 되는 것이 넓게 보아 세상을 좋게 변화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린이와 어른은 함께 자랄 수 있다.  - <어린이라는 세계> 中

나는 모든 것에서 느린 아이였다. 남들이 한 번 보고 따라 하는 것도 여러 번 봐야 정확하게 따라 할 수 있었고, 수학 개념을 배울 때도 친구들은 한 번에 이해하는 것을 여러 번 읽고 질문하고 생각해야 응용문제를 풀 수 있었다. 

운이 좋게도 느린 아이를 알아봐 주는 어른이 있었다. 엄마께선 항상 나를 기다려주셨다. 새로운 것을 배우러 학원에 가게 되면 "우리 아이가 처음에는 좀 늦어요. 이해력이 빠른 편은 아니라 처음엔 좀 시간이 걸릴 거예요. 근데 온전히 본인이 이해하면 그때부터 잘하니까 답답하더라도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덕분에 나는 어렸을 적부터 어떤 배움을 내 것으로 소화하는 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배움의 초기에 수업을 잘 못 따라가고, 성적이 잘 나오지 않더라도 실망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나는 남들에 비해 느릴 뿐이지 못하는 것은 아니며, 결국엔 잘하게 되고 해낼 것임을 알았으니까. 그래서 장기적 관점에서 노력했고 온전히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고 나서는 대부분 기대 이상으로 좋은 결과에 이르렀다. 그게 바로 나였다.

누구나 처음은 있다

누구나 지금 잘하는 일을 처음 접했을 때가 있다. 사람에 따라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처음 하는 것은 좀 느리거나 버벅거리거나 실수를 하며 시도했을 것이다. 모든 것을 잘할 필요도 없고 잘할 수도 없지만 계속, 여러 번 하다 보면 누구나 익숙해지고 이전보다는 잘하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처음에 본인이 느꼈던 어려움과 두려움을 잊게 된다. 

다시 떠올리려 해도 이미 잘 해진 상태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그때의 어려웠던 감각과 당황스러움을 고스란히 소환할 수가 없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라는 말은 적응의 동물인 인간에겐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어린이는 개월 수가 앞서는 어른보다 상대적으로 경험한 것들이 적을 수밖에 없다. 시도해본 것이 적어서, 익숙해진 것이 적어서, 신체기능이 달려서 등 어떤 일을 척척 잘하는 것이 살아온 나날이 많은 어른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린이가 느린 것은 당연하고, 실수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가끔 그걸 잊는다. 왜 저걸 못하지? 왜 이리 느리지? 어린이의 당연한 느림을 답답하게 느끼고 견디지 못할 때가 많다. "아우 답답해, 이리 줘봐", "그렇게 하는 거 아니야" 등 답답함을 못 견디는 어른은 어린이가 천천히 해볼 시간을 주지 않는다.

느림을 못 참는 어른은 어린이가 충분히 시도해보고 실패하고 다시 해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없다. 그래서 어린이들은 시도해보고 성취의 기쁨을 맛보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들을 많이 도둑맞게 된다.

우리는 어쩌면 오늘도 바쁘다는 핑계로 어린이의 기회를 도둑질했을지도 모른다. 기다려주는 어른이 많아질수록 어린이들은 더 크게 자랄 수 있다. 성취의 경험이 자존감을 높이기 때문에 느긋한 어른이 많아질수록 자존감이 높은 사회 구성원이 늘어나고 더 건강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김소영 작가가 <어린이라는 세계>에서 "나는 어린이에게 느긋한 어른이 되는 것이 넓게 보아 세상을 좋게 변화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것은 이런 의미일 것이다.

어른도 기다려줌이 필요하다

기다려주는 것, 그것은 비단 어린이에게만 좋은 것이 아니다. 사실, 어른에게도 누군가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나이가 든다고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들 말하는 것처럼 어른 안에도 어린이가 살고 있다. 어른도 처음 하는 것 앞에서는 두렵고 작아진다. 나이를 많이 먹었다고 익숙하지 않은 일, 새로 도전하는 분야가 없는 것은 아니니까.

그러나 어른이라는 이유로 당연히 잘할 거라는 기대를 안고, 안 알려줘도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이 주어진다. 어른에게 '느리다', '서툴다'라는 형용사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나이를 먹을수록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을 꺼리게 된다. 질문을 하지 않게 된다. 애초에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갖고 시도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어린이나 어른이나, 누군가의 성장을 바란다면 우리는 기다려줘야 한다. 스스로 충분히 해볼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시간적 여유가 안된다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가이드를 주면 된다. 느리더라도 결국 성취를 맛본 사람은 더 즐겁게 그 일을 할 것이고 배움에 개방적이며 계속 도전하고 성장하고자 할 것이다. 한 개인으로서도, 조직의 성과 측면에서도 이로운 방향이다.

그래서 우리는 기다릴 줄 아는 어른이 되어야 하고, 기다려 주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 안에서 우리는 좀 더 쉽게 도전하고 성장할 것이며 궁극적으로 자존감 높은 개인으로 행복할 테니까.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알라딘 독자 선정 '2021 올해의 책'인 <어린이라는 세계>를 읽고 브런치에 올린 글입니다.


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지은이), 사계절(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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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다. 호기심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어린이의 마음으로 살아가고자 했다. 그렇게 피터팬 내지는 돈키호테를 닮은 낭만주의자가 되었다.그러나 네버랜드는 없다. 출근하는 피터팬으로 살며 책임감 있는 어른과 낭만주의자의 균형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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