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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다 배달합니다>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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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뭐든 배달합니다>의 저자는 10년 넘게 기자로 활동했다. 사회비평 활동을 했던 탓인지 2020년 회사를 그만두고 물류센터, 배달, 대리운전을 통해 직접 플랫폼 노동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사람들은 플랫폼 노동에 대해 '잘만 하면 400~500만 원도 번다'라고 생각한다. '내가 일하는 만큼 벌 수 있고,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는 것이 플랫폼 노동의 가장 매력적 요소로 손꼽힌다. 그렇지만 저자는 말한다.
 
가장 인간적인 노동을 갈구하던 나는 2020년 2월 사무실 책상과 의자를 떠나 길 위에 섰다. '내가 원할 때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있고', '내가 일하는 만큼 벌수 있다'라는 일을 찾아 나섰다. 그래서 가장 인간적인 노동을 만났냐고? 글쎄다. 대신 "일하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은 확실하게 들었다.

배민 커넥트, 쿠팡 플렉스, 카카오 대리 등이 활성화되면서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N잡러가 될 수 있고, 용돈벌이로 이런 일이 안성맞춤이란 인식도 팽배하다. 그러나 항간에 떠도는 신화와 같이 400~500만 원을 벌려면 단 하루도 쉴 수 없는 환경에 직면한다. 

배민 커넥터 또는 카카오 대리의 경우 배달 콜 또는 대리운전 콜을 잡아야 한다. 그러나 콜을 잡기 위한 경쟁자는 수없이 많으며, 콜을 잡지 못하면 대기시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대기시간이 길어질수록 플랫폼 노동자의 수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더 많은 수익을 얻으려면 더욱 열심히 뛰는 방법 밖에 없다.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플랫폼 산업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지만, 4차산업혁명과 함께 많은 직업이 로봇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또 기업들은 노동자와 고용 계약을 맺고 4대 보험을 보장해 주고, 보호장비 따위를 지급해 줘야 할 필요가 없다. 자발적으로 플랫폼에 참여하는 이들은 기업과 직접적인 고용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노동 유연화'는 기업들이 원하는 최상의 고용 형태다. 플랫폼의 이면에는 노동의 양극화가 숨어있는 셈이다. 즉, 저숙련 일자리를 놓고 수많은 사람들이 경쟁하는 구조, 기업들은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는 구조 말이다.

저자 김하영은 플랫폼 노동이 "생각이 필요 없다"고 말한다. 쿠팡 물류센터의 경우 PDA가 지시하는 구역에 찾아가 해당 물건의 바코드를 스캔해 카트에 담는 식으로 이루어지며, PDA가 최적의 동선을 짜주기 때문에 사람이 생각할 필요가 없다.

배민 커넥터의 경우 인공지능이 묶음 배송을 위한 동선을 짜주고 그대로 움직이면 된다. 카카오 대리 역시 네비게이터의 지시대로 움직이면 된다. 물론, 인공지능이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이들 플랫폼 노동의 숙명은 저숙련 노동이므로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대체될 수도 있다. 

직장은 신분이다

20세기 숙련의 시대에는 연차가 올라갈수록 임금이 함께 오르는 '연공서열' 급여체계가 자연스러웠다. 연공서열 안에서는 소득 범위의 예측이 가능했고, 분배는 기업과 가부장제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 등의 복지는 기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가장의 월급으로 충분히 가족을 부양할 수 있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이러한 시스템은 무너졌다.

성장 중심 경제체제 속에서 사회복지는 취약했지만, 가족 내 분배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가장의 임금이 4인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더 이상 가장의 임금은 4인 가족을 부양할 만한 수준이 되지 못했다. 때문에 가족 내 분배 시스템은 급격히 무너졌다.

기업 간 양극화도 심해졌다. 임금 격차도 마찬가지다. 가족 중심 분배가 무너지면서 회사 복지 체계도 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복지의 중심은 회사라 아니라 국가로 변했다. 그러나 저자의 지적과 같이 복지 시스템은 여전히 '회사'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실업급여는 회사에 일정 기간 다닌 뒤 '해고' 된 사람만 받을 수 있다. 사장님이 날 잘라주지 않는 이상 실업급여를 받는 일은 불가능하다. 고용보험을 내고도 실업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는 가입자가 전체의 75%라고 한다. 출산 휴가와 육아휴직 등의 혜택도 회사에 고용돼 있어야 받을 수 있다.

산재 보험의 경우 개발 라이더, 택배기사, 대리기사처럼 특정 회사에 직접 고용되지 않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은 회사가 절반, 근로자가 절반을 부담해 가입할 수 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산재보험에 가입한 이가 거의 없다. 택배기사는 가입률이 40%도 되지 않고 대리기사는 산재보험 가입자가 달랑 3명뿐이다.

회사에 소속되지 않은 노동자는 아무리 돈을 잘 벌어도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기 어렵다. 플랫폼의 산업의 발달로 '특수고용노동자'들은 늘고 있지만, 국가의 복지체계는 여전히 회사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 이러한 혜택을 누릴 수 없다는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국가는 회사를 지원하고, 회사는 가장을 지원하고, 가장은 가족을 책임지는 구조는 해체되었다. 때문에 국가의 복지 전달 체계의 중심이 회사와 가장이 아니라 '개인'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말한다. 회사가 하던 역할을 이제 정부가 해야 한다는 것이다.

20세기에는 회사가 분배와 복지의 중추적 역할을 했지만, 21세기에는 회사 간 격차가 커지고 있고, 노동자 간의 격차도 커지고 있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인공지능과 자동화 등으로 불평등도 더욱 격화될 것이다. 때문에 정부가 사회 전체의 부를 관리하면서 정교하게 분배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의 확산 이후 비대면 시대가 되면서 배달과 택배는 더욱 중요해졌다. 그렇지만 "직업이 뭔가요?"라고 물었을 때 이 직종 종사자들은 이 질문에 숨이 턱 막힌다.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직업적 숙련도를 쌓고, 실력이 좋아져도 대중은 이들을 그저 '알바'취급하고 말뿐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말한다. 이제 무엇이든 배달하는 세상에서 배달을 우리 삶에 필수적인 영적이자 전문적인 직업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이다. 플랫폼 노동이 지닌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바로 이들의 사회적 신분이 동등하게 인정받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 중복 게재하였습니다.


뭐든 다 배달합니다

김하영 (지은이), 메디치미디어(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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