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학창시절에 공부만 빼고 다른 것은 1등으로 잘했다는 소년이 있었다. 숙제 안 하기, 학교 안 가기, 교과서가 아닌 만화책과 다른 책 보는 것 등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업시간에 집중해서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질문을 많이 했던 중학생은 우연히 절에 갔다.

젊은 스님에게 처음 들어본 법문 "마음이 모든 것을 만든다" 한 구절에 귀가 솔깃해지고 마음속에 쌓여있던 물음에 해답이 보이는 것 같았다. 올해 이순(耳順)의 나이에 출가한 지 46년, 어린 중학생의 마음에 파문을 던진 한 줄 문장은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삶의 화두가 되었다.

그는 속세의 사람들이 사찰의 생활과 문화를 체험해보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을 최초로 기획한 법인스님이다. <기본을 다시 잡아야겠다> 산문집은 산사 생활과 절 밖에서 만난 대중과의 교류에서 얻은 깨달음을 담고 있다. 또, 수행자로서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중심을 세우는 책이다. 
  
기본을 다시 잡아야겠다
 기본을 다시 잡아야겠다
ⓒ 디플롯

관련사진보기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속세를 떠나서 출가한 스님들의 생활을 일반인은 잘 모른다. 부모형제와 절연하고 떠나는 것을 불효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고된 수행의 길을 떠나는 한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보는 것도 속세의 시선으로는 쉽지 않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스님에 대한 각인된 모습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것으로 오랫동안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면서 많은 것들이 달라지고 있다.

흰 고무신에서 운동화와 등산화를 신고 어깨에 메는 걸망 대신 백팩의 가방을 이용한다. 승복 대신 멋진 운동복을 입고 자전거 라이딩을 하며, 등산을 하고 농사를 짓는다. 원두커피를 로스팅 하고 빵을 굽기도 한다. 스마트폰 사용은 말해 무엇하리.

법인스님이 수행을 하는 남원 실상사는 사부대중이 함께 하는 공동체이다. 각자 맡은 소임을 하면서도 함께 일하고 회의하고 공부한다. 절 밖의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마을의 아이들은 사찰안에서 마음껏 뛰고 노는 놀이터다.

속세와 절연하는 불교 문화에서 가장 큰 변화는 출가 후에도 부모형제와 왕래가 있는 것이다. 일정 기간 행자 생활과 공부를 마치고 사미계를 받는 수계식은 사회생활에 첫 발을 내딛는 졸업식처럼 부모의 축하와 눈물이 흐른다.

"수행자가 이별하고 절연해야 하는 것, 그것은 사람이 아니다. 무지, 번뇌, 집착, 탐욕과 절연해야 한다. 출가는 절연이 아닌 새로운 인연을 맺는 길이다. 홀로도 빛나고 함께도 빛나는, 인연의 길이다." - 본문 중에서

묻지 않으면 불행한 삶이다

스님이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어렴풋하게 가졌던 꿈은 우편 집배원이나 시골초등학교 선생님이 되는 것이었다. '시인'의 단어가 붙은 집배원이 되면 자전거를 타고 시골길을 달리는 것을 상상했고, 편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집배원을 반겨주는 모습이 좋았다.

시인 선생님이 되면 낭만적이고 멋져 보일 것 같았지만, 뜻하지 않게 일찍 출가를 하면서 꿈을 접었다. 세월이 흘러 대중 앞에서 강의와 법문을 하고, 문예지에 등단한 작품이 있는 시인이 되었다.

그리고, 대안학교인 실상사작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선생님의 꿈을 이뤘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스님이 아닌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마법사 간달프를 별명으로 부른다. 
 
"기분 좋게 시작한 첫 수업의 첫 질문은 이러하다. "자, 여러분, 왜 철학을 공부해야 하나요? 우리 인생에 해답보다 더 먼저인 게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질문입니다. 그렇다면 '왜'라는 질문은 왜 필요한가요?"

왜 이런 질문으로 첫 수업의 문을 열었느냐고 물으신다면? 묻지 않으면 우리는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나, 답을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건조하고, 답답하고, 불행한 삶을 살게 되기 때문이다." - 본문 중에서
 
철학공부는 세상을 새롭게 보는 눈과 힘을 키우는 것이고, 주체적인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다. 그런 사람은 세상의 유행과 말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방식으로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이 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 닮고 싶은 사람은 무엇보다도 자기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 사람은 헛된 가치에 눈을 돌리지 않는다. 세상이 좋다고 하는 일에 맹목적으로 동의하거나 동요하지도 않는다. 오직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고, 옳은 길을 선택하여 묵묵하게 살아간다." - 본문 중에서
  
무심하고 담담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 법인스님과 반려견 다동이 무심하고 담담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 오창균

관련사진보기

 
미혹의 문명을 넘어

일어나지도 않을 허상을 만들어서 번뇌와 고통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특정 집단과 개인의 이익을 위해 왜곡된 가짜뉴스의 속임수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한 일은 내 마음속에서 일어났으면 하는 욕망이 일방적으로 조작한 것일 수 있다.  

누구나 미혹의 화살을 맞을 수 있지만, 현실을 직시하고 편견 없이 사실을 본다면 세상을 바꾸고 행복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두 번째, 세 번째 화살이 날아오는것을 피할 수 없으며, 내 탓은 없고 남 탓으로 돌린다. 

"마음이 모든 것을 만든다"는 화두를 두고 46년 수행을 한 법인스님은 기본을 다시 잡아야겠다고 한다.
 
"이순이라니, 적지 않은 세월을 건너왔다. 이제는 두 귀가 순해져야 하는 시간이다. 그렇다. 살아오면서 나는 숱한 허물을 만들고 시행착오를 겪었다. 이제는 부디 정신 바짝 차리고 죽는 순간까지 잘 살아야 한다." - 본문 중에서

기본을 다시 잡아야겠다 - 무심하고 담담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법인 (지은이), 디플롯(2021)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