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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김인문묘 앞을 통과하고 있는 중앙선 무궁화호 열차.
 경주 김인문묘 앞을 통과하고 있는 중앙선 무궁화호 열차.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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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울산 일대를 오가는 중앙선과 동해선 철도가 28일 이설된다. 많은 이들에게 수학여행의 추억을 안겼던 경주역이 KTX가 오가는 신경주역과 통합되고, 많은 지역민들의 애환이 지나쳤던 여러 기차역, 그리고 선로가 100년의 역사를 뒤로 하고 사라진다(관련 기사 : 수학여행의 설렘이 가득하던 경주역... 이젠 사라집니다).

100년이라는 시간 동안 주민들의 발 노릇을 해왔던 철도가 경주 외곽으로 빠지는 이유는 경주 시내의 문화재 때문. 일제강점기 지어졌던 중앙선과 동해선 철도는 경주 시내 문화재 발굴을 어렵게 하고, 실제로 건물지나 유적 등을 밟고 지나가는 탓에 유적지 보존에 어려움을 겪곤 했다.

대표적으로 많은 관광객이 찾는 동궁과 월지의 귀퉁이가 철도로 인해 잘려나갔고, 사천왕사지 등 많은 유적들이 철도 아래 밟혀 있던 상황. 중앙선과 동해선의 이설로 문화재 보존 지역을 확장하고, 사적지의 발굴과 복원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100년을 월지 귀퉁이 밟고 지났던 철도

경주에 찾는 관광객들이 꼭 찾는다는 동궁과 월지. 특히 월지에 비친 동궁의 야경이 빼어나 밤이면 사진 삼매경에 빠지는 이들도 적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월지의 밤에는 '불청객'이 있다. 관람객들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월지의 모습을 구경하려는 찰나, 멀리서 들려오는 디젤기관차의 굉음이 분위기를 깨어놓곤 했다.

실제로 동해선 철도는 월지의 끄트머리를 밟고 지나간다. 그러면서 월지가 단절되었고, 특히 동해선 철도 아래 건물지를 발굴하는 데 애로사항도 피어났다. 시민들이 아는 동궁의 모습이 실제로는 완벽한 모습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당장 동해선 철길로 인해 단절된 동궁, 그리고 월지의 구역만 6500 제곱미터에 달한다.

철길로 인해 발굴에 방해를 받았던 사례도 있다. 지난 2017년 단절된 월지 구역을 발굴조사하던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통일신라 시기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수세식 화장실의 유구를 발견했는데, 동해선 선로 밑을 파들어갈 수 없어 더욱 깊은 발굴조사를 시행하지 못했던 바 있다.
 
동궁과 월지의 한쪽 끝을 지나는 동해선 철길. 일제강점기 철도가 문화재를 훼손한 사례 중 대표적인 예이기도 하다.
 동궁과 월지의 한쪽 끝을 지나는 동해선 철길. 일제강점기 철도가 문화재를 훼손한 사례 중 대표적인 예이기도 하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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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철도가 지나는 경주 도심 남부의 인왕동, 구황동 일대는 동궁과 월지를 비롯해 황룡사지, 미탄사지 등 여러 유적지 인근을 지나는 모양새이기에 이설이 불가피하다. 동해선 철도가 이설되면 경주역사유적지구 일대의 발굴 및 보존이 원활하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정부와 경주시는 동해선 이설과 함께 경주역사유적지구 일대를 통과해 경주 남부로 향하는 원화로를 지하화하거나, 우회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등 문화재 복원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철로와 도로 같은 길이 사라지는 대신, 신라의 왕경을 느낄 수 있는 '사람길'이 경주를 차지할 모습이 기대된다.

철도 걷히는 사적지 많아... "이설되는 대로 보호할 것"

동해남부선, 중앙선 선로가 이설되면서 동궁과 월지 뿐만 아니라 더욱 많은 문화재들이 빛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건천의 금척고분을 비롯해 대릉원 일원의 쪽샘지구, 인왕리 고분군, 능지탑지 등 철도로 인해 원형 복원이 어려웠던 고분과 유적에 서광이 비칠 수 있다는 기대가 모아진다. 

특히 문무왕 시기 창건되었던 사천왕사지의 경우 강당 터가 1930년대 동해선 철도에 그대로 깔렸던 바 있다. 동해선으로 인해 유실되었던 건물지를 철도 이설 이후 다시 되찾게 되면서, 발굴 작업을 비롯해 원형 복원 사업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경주시 역시 동해선 철도가 이설되면 문화재와 겹쳤던 철도 부지를 문화재 구역으로 지체 없이 보호한다는 계획이다. 27일 경주시 관계자는 "경주 시내 철도가 이설되는 대로 문화재 유구와 겹쳤던 철도 부지를 문화재 구역으로 편입해 보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화재청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 사업 추진단 관계자 역시 "동해선 철도가 이설되는대로 기존 철도 부지 내 유적을 단계적으로 조사 및 정비, 활용해나갈 계획을 경주시나 국가철도공단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서 수립할 계획이다"이라고 밝혔다.

이어 추진단 관계자는 "어느 정도 조사와 정비가 된 후에 철도 시설로 인해 개방에 어려움을 겪었던 유적지를 공개하거나, 철도 시설로 인해 추진하지 못했던 관람 편의시설을 정비해 관람객들이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활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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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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