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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냥한 수업 책 표지 책 표지
ⓒ 우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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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아이가 보낸 문자 그대로 쓰면, "선생님 지금 모해요?"이다. 내 안부를 묻는 2학년 아이의 이 문자에 나는 기분이 좋아진다. 고생한 만큼의 보람이 느껴져서 더 그런 마음이 드는 걸지도 모르겠다. 이 아이는 눈웃음이 정말 예쁜 아이이다. 그런데 한번 화가 나면 활화산 폭발하듯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기도 하다.

한 번은 교문 밖으로 뛰쳐나가 내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기도 했다. 바로 어머니와 상담을 하고 관심을 끌려는 아이의 행동에 무관심으로 대응하자 문제 행동이 줄어들었다. 아침에 발열 검사할 때마다 "선생님, 왜 여기 있어요?"라며 따지듯이 묻던 아이가 사실은 선생님인 나를 좋아해서 그랬다는 것을 깨달은 것 마냥 기뻤다.     

하이타니 겐지로의 <상냥한 수업>은 지식이 아닌 지혜를 가르치는 교육, 학생들을 기계적으로 대하는 것이 아닌, 진실된 마음으로 대하는 법을 설파하는 책이다. 학생들의 학교폭력과 일탈을 막고자 단체 카톡방을 금지하고 여러 가지 제한을 두는 교육이 행해지고 있다. 하지만 하이타니 겐지로의 말을 빌리자면 규율과 규제로 속박하는 교육은 실패한 교육이다. 하이타니 겐지로의 또 다른 책 <모래밭 아이들>에는 이런 문구가 나온다.   
   
"오가와 선생은 좀 전에 자유를 준다는 식으로 말했는데, 자유는 모든 인간 속에 있는 것이지 누가 주거나 허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자유에는 이를테면 사람을 죽일 자유도 있……."

 오가와 선생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 끝까지 들어보세요. 사람을 죽일 자유도 있지만, 진정한 자유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는 자는 결코 살인 따위는 하지 않는다고요."

<모래밭 아이들, 226쪽>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통제와 억압. 그 속에서 학생들은 무엇을 배우는 것일까? 언제든지 AI로 대체될 수 있는 지식의 대량복제? 남을 밟고 올라가는 야만식 경쟁? 맹목적으로 대세를 따르는 폭력적인 사고방식?     

하이타니 겐지로는 스물두 살에 교사로 첫발을 내디뎠다. 미숙했던 자신을 받아들이고 진실로 학생들에게 용서를 구한다. 한때 불필요한 체벌을 했던 자신에 대해서도 부끄러워한다. 이런 그를 학생들과 어머니는 너른 마음으로 받아주었다고 한다. 

용서를 받았기에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었고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고 한다. 용서라는 것을 꽤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용서함으로써 타인을 도울 수 있다면 그것 또한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의 제목이 <상냥한 수업>이라고 해서 조건 없는 허용과 관대함만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이타니 겐지로는 상냥함은 곧 엄격함이라고도 이야기한다.      
 
표정이나 목소리는 누구에게나 자애로운 아버지처럼 상냥한 분이지만 사실은 엄격한 분이기도 했습니다. 참된 상냥함은 절망을 헤치고 나온 사람만이 지닐 수 있다고, 진정한 상냥함은 엄격함을 동반한다고 곧잘 말씀하셨습니다. 본문 130쪽     

도둑질한 아이가 자신의 잘못을 정면으로 응시하게 만드는 것, 그로 인해 작은 속임수도 용납하지 않고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것이 교사로서 지켜야 할 엄격함임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선생님은 낯선 사람이다
정말로 
아이들을 좋아해서
선생님을 하는 걸까
돈을 벌려고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걸까
나는
그게 제일 궁금하다 

본문 186쪽  
   

하이타니 겐지로가 만난 아이가 쓴 시다. 선생님이 단순히 돈벌이로 일을 하는지 정말로 아이들이 좋아서 교사일을 하는지 궁금해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이타니 겐지로는 이에 완벽한 대답을 내놓는다. 

일은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때 진정 뜻깊은 일이라고. 좋은 일일수록 사람의 마음에 만족감과 풍요로움을 준다고 말이다. 일을 통해 세상의 은혜에 보답하고 사람을 사랑하며 신이 주신 삶을 살아간다는 그의 철학에 깊은 감명을 받게 된다.     

교실에 마흔 명의 아이가 있다면 마흔 명을 각기 다르게 대하는 교육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그의 교육관처럼 한 명 한 명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교육이 진정한 교육이지 않을까? 비록 쉽지는 않지만 노력하는 것이 교사라고 말이다.

교직을 천직으로 생각하며 작가였을 때의 모습보다 교사였을 때의 꿈을 훨씬 많이 꿨다는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과 학생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상냥함과 배려의 씨앗을 퍼뜨리고자 열망하고 실천했던 그의 사상을 본받아 교육의 앞날이 희망으로 가득하길 빌어본다.        

덧붙이는 글 | 브런치 https://brunch.co.kr/@lizzie0220/260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상냥한 수업 - 하이타니 겐지로와 아이들, 열두 번의 수업

하이타니 겐지로 (지은이), 햇살과나무꾼 (옮긴이), 양철북(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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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심어주고 싶은 선생님★ https://brunch.co.kr/@lizzie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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