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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치
 장치
ⓒ 국립수산과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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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지역 식당에 가면 '장치찜'이 있다. 장치찜은 말 그대로 '장치'라는 바다물고기를 겨울 찬바람에 뿌더하게 말려서 넙둥글한 냄비에 무를 깔고 토막낸 장치를 얹고 센 불에 끓이듯 조려낸다. 더러 장치 껍질에는 기름기가 많은데 말리면서 기름기를 제대로 빼지 않으면 장치찜에서 기름 쩐내가 난다.

가끔 식당에 가면 장치찜을 놓고 이게 무슨 고기로 한 찜이냐고 옥식각신한다. 그럴 때는 사전 뜻풀이가 재판관 노릇을 하는데, 어라, 사전을 찾으면 '장치'가 없다. '네이버사전'에서 '장치'를 찾으면 한자말이 주루룩 나오고 아래쪽에 겨우 지역말로 두 가지가 나온다. 
 
장치 뜻풀이
 장치 뜻풀이
ⓒ 네이버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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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통이 길쭈름한 바다물고기가 어디 한두 종인가? 그런데 몸이 긴 바닷고기를 '통틀어' 장치'라니 이건 뜻풀이도 아니다. 거꾸로 모양이 짧으면 싸잡아 '단치'라고 하나. 더구나 갈치나 뱀장어, 붕장어, 먹장어, 곰치, 꽁치 같은 물고기가 다 길지 않나.

바닷가에서는 '장치', 사전에는 '벌레문치'

'장치'는 바닷가 사람들이 쓰는 지역말이다. 몸이 유난히 길다고 붙인 이름이 맞다. 길게는 1미터까지 자란다니 '장치'라고 할 수밖에 없겠다. 장치도 곰치, 도치, 삼식이와 함께 명태가 넘쳐나던 때에는 '물텀벙'에 드는 물고기였다. 얼룩덜룩한 무늬에 물컹거리는 몸, 미끈거리는 껍질이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못생겼다.

장치는 초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맛이 좋을 때다. 도치, 곰치, 삼식이와 마찬가지로 장치도 양식이 안된다. 모두 자연산이다. 곰치, 도치, 장치, 물망치 같은 물고기 처지에서는 값이 없던 지난날이 더 좋지 않았나 싶다. 이 바닷물고기를 표준어로는 '벌레문치'라고 한다. 뜻매김을 한번 보자. 
 
등가시칫과의 바닷물고기. 몸의 길이는 90cm 정도이며, 몸빛은 갈색이고 옆구리에 흰 얼룩점이 줄지어 있다. 뱀장어와 비슷하나 약간 굵고 깊은 바다에 사는데 한국, 일본, 시베리아 등지에 분포한다.

사전은 모르는 말을 알려고 펼치는데 오히려 더 아리송하게 한다. 더욱이 물고기를 잡고 말리고 찜해서 먹는 사람들이 쓰는 말을 제쳐두고 책상물림이 만든 말로 사전에 올려놓으니 이 꼴이다. 가끔 "장치의 본래 이름은 벌레문치"라는 말들을 보는데 사실 '벌레문치의 본래 이름은 장치'라고 써야 옳지 않을까. 벌레문치는 등지느러미에서 배 쪽으로 벌레 모양 무늬(문・紋)가 13∼15줄이 있다고 붙은 이름이다. 어릴 때는 줄무늬가 뚜렷하다가 차츰 희미해진다.

지역말이 우리 말 알짜요 노른자위다

내가 '장치'를 풀이한다면 이렇게 쓰겠다.
 
 장치는 등가시칫과 바닷물고기로, '벌레문치'라고도 하지만, 동해·삼척 쪽에서는 장치, 속초·고성 쪽에서는 노장치, 노생이, 노대구라고 한다. 우리 나라에서는 수심 300∼500미터에 이르는 동해 바다에 산다. 다 자라면 거의 1미터까지 자라며 바다 밑바닥에 사는 무척추동물이나 물고기를 잡아먹고 산다. 머리는 위아래로 납닥하고 몸 뒤쪽은 옆으로 납닥하다. 수놈이 암놈보다 머리 너비가 넓고 입이 크며 눈이 작다. 몸은 연한 갈색인데 등지느러미에서 몸통으로 이어진 벌레 모양 줄무늬가 13∼15개 있어서 '벌레문치'라는 이름이 붙었다. 벌레 무늬는 어릴수록 더 뚜렷하다. 등지느러미, 뒷지느러미가 꼬리지느러미와 다 이어져있다. 장치만 일부러 잡는 어부는 드물고 대개 다른 고기를 잡는 끌그물이나 걸그물에 걸려든 것들이다. 바닷바람에 사나흘 꾸덕하게 말려서 주로 찜을 해서 먹는데, 살이 쫄깃하면서도 씹히는 맛이 부드럽다. ≒벌레문치

지역말은 삶에서 저절로 싹트고 자라난 우리 말의 알짜요 노른자위다. 그런데 지역말은 글깨나 읽었다는 사람들한테서 버림받았다. 지금이라도 이런 말들을 모으고 우리 말 사전에 살뜰히 찾아 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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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과 글쓰기 교육, 어린이문학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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