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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하고, 방안에만 틀어박혀 있는 동생에게 아빠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게 어떻겠냐고 말했다. 요즘 젊은이들은 도전정신이 없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고들 하는데, 또 모순적이게도 자기 자식한텐 그렇게 도전하면서 살라고 말을 못 한다. 부모는 자식을 완전히 신뢰하지 않는 듯하다. 그래서 솔직히 말하면 도전하기보다는 안정적인 길을 택하길 원할 것이다. 내 자식이 가급적이면 실패하지 않길 바라기 때문이다.

"여자는 교사나 공무원이 최고야."

일단 나는 저 말을 들은 지가 10년이 넘었다. 아빠한테도 듣고, 고모한테도 듣고, 사촌들한테도 듣고, 그냥 주변 어른들한텐 저런 말을 많이 들었다. 이제는 딱히 아무 생각도 안 든다. 저 말이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는 말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언니는 결혼을 했는데, 대기업에서 남자와 사내연애를 하다가 결혼을 한 케이스다. 결혼하고 나서는 대기업을 관뒀다. 매번 친정집이나 시댁에 아이를 맡길 수도 없는 상황이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둘 중 한 사람이 무조건 일을 관두고 육아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그냥 언니가 육아를 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봉급도 남자가 더 많았다.

육아휴직제도가 있다고는 하나, 설상 기업에서는 그것을 장려하진 않는다는 걸 모두가 안다. 육아휴직을 하는 동안 자리를 비우면 그 자리를 채워야 할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이득을 취하는 것이 목적이다. 번거롭게 육아휴직을 장려해가며 빈자리를 남겨둘 수는 없다. 그냥 자르고 다시 뽑는 게 나을 것이다.

"아빠 회사에도 임원 자리에 여자 거의 없죠."
"그래. 그러니까 공무원 하라는 거다. 현실이 그래. 그런 높은 자리 가는 경우도 거진 2~3%밖에 안돼."
"왜 없어요?"

나는 답을 알지만 그냥 여쭤봤다.

첫째, 회사에서 거래처를 대하다 보면 술자리가 많다. 여자한텐 그걸 잘 안 시키려고 한다.
둘째, 여자가 언젠가는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고, 육아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중요한 일을 잘 시키려 하지 않는다.
셋째, 회사에서는 오히려 정말 능력 있는 여성에게 기회를 잘 안 줄 수도 있다. 만약, 여성이 말단 직원이라면 아무나 그 자리를 대체해도 상관이 없다. 그러나, 육아로 일을 관둘 수 있는 그 여성이 '능력 있는/중요한 팀에 있는' 여성이라면 그 여성의 자리를 대체할 인력을 뽑기까지 더 많은 비용이 든다. 그래서 애초에 여성을 중요한 자리에 넣으려고 하지 않는다.

아빠의 말은 요약하면 이랬다. 그리고 아빠가 몇 마디 더 덧붙이셨다.

"난 네가 어떤 아이인지 잘 안다. 누구한테 지는 것도 싫어하고 자존심도 세지. 그래서 더욱 공무원을 하라는 거야. 네가 여자라고 해도 높은 자리까지 진급하기가 좀 더 쉬우니까. 난 네가 기업에서 네 뜻도 펼쳐보지도 못하는 게 한이 될까 싶어서 그래."

나는 생각이 많아졌다. 다 알고 있는 현실인데 막상 이유를 적나라하게 들으니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물론 안 그런 회사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그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도 난 잘 모른다. 어떤 뉴스 기사에서는, 면접에서 여성에게 "혹시 결혼 계획이 있냐"고 물어본 것에 대해 다뤘다. 생각해보면 저런 걸 왜 묻나, 진짜 무례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기업이 기업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이윤 추구가 목적이니까.

그래서 자꾸만 저 전제를 갈아치우고 싶어지는 것이다. 언젠가는 내가 결혼, 출산, 육아를 할 것이라는 저 전제가 마음에 안 든다. 나는 결혼을 하겠다, 안 하겠다 이런 생각도 딱히 없었는데 저 전제 때문에 임원의 자리까지 가는 길이 막힐 수도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니, 도무지 결혼이 하기가 싫어지는 것이다. 

이럴 거면 4천만원을 들여가며 환불도 안되는 졸업장을 받은 이유가 뭘까. 정부 입장에서도 확실히 당황스러울만하다. 성평등을 위해 여성에게도 교육의 기회를 주었더니, 이 사람들이 출산은 안 하고 자신들도 높은 자리에 앉아보겠다고 떼를 쓴다. 인구는 절벽이고, 세금 걷을 국민은 없다. 어쨌든 그들을 달래야 하니 다양한 법과 제도들을 마련한다. 막상 서민인 적이 없었던 국회는 겉으로만 그럴듯해 보이는 법만 만든다. 실상은 잘 쓰이지도 않는 법을.

프리랜서와 N 잡러들이 늘어나는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경제적 자유를 꿈꾸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내가 지금까지 설명한 이유들도 있지 않을까? IT 기업들은 그나마 좀 낫다는 얘기를 들었다. 개방적이고 복지도 잘해준다는 현직자 친구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마저도 대부분의 청년들은 일단 계약직으로 들어간다. 그냥 공부하지 말고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살면 더 좋았을 텐데. 식자우환(識字憂患)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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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은 기재하지 않습니다. 세상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갖고 있는 대학생입니다. 정치와 경제, 사회, 교육분야에 대해 뻔하지 않은 의견들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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