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적지에서 인삼공사를 꺾고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강성형 감독이 이끄는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는 17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KGC인삼공사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13, 25-14, 26-24)으로 승리했다. 지난 7일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에게 2-3으로 패하며 개막 12연승 행진을 마감했던 현대건설은 다시 3연승을 내달리며 2위 GS칼텍스 KIXX와의 승점 차이를 11점으로 벌렸다(15승 1패,승점 45점).

현대건설은 주공격수 야스민 베다르트가 서브득점 2개와 블로킹 2개를 곁들이며 18득점을 올렸고 이번 시즌 56.32%의 경이적인 공격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는 양효진도 60.87%의 공격성공률로 17득점을 보탰다. 반면에 이날 승리하면 도로공사를 제치고 3위 자리를 탈환할 수 있었던 인삼공사는 현대건설이라는 '천적'을 만나 또 다시 0-3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인삼공사는 이번 시즌 현대건설을 상대로 승리는커녕 승점 1점도 따내지 못했다.

팀 성적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천적관계'
 
 지난 시즌 챔프전 MVP에 빛나는 이소영도 이번 시즌 현대건설을 상대로는 3경기 평균 8.3득점에 그치고 있다.

지난 시즌 챔프전 MVP에 빛나는 이소영도 이번 시즌 현대건설을 상대로는 3경기 평균 8.3득점에 그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GS칼텍스의 차상현 감독과 도로공사의 김종민 감독은 초등학교 때 처음 만나 30년이 넘는 우정을 쌓고 있는 배구계의 대표적인 절친이다. 사석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가끔은 코트 안에서도 애정과 장난이 섞인 농담을 주고 받을 정도로 두 감독의 친분은 이미 배구팬들 사이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작년 이효희 세터(도로공사 코치) 은퇴 후 도로공사와 GS칼텍스가 단행한 2:2 트레이드에서도 두 감독의 긴밀한 교감이 있었다.

하지만 김종민 감독은 한동안 코트에서 친구인 차상현 감독을 대하기가 다소 불편했을 것이다. 도로공사는 지난 2019년 12월 4일 GS칼텍스와의 3라운드 경기에서 이소영(인삼공사)과 강소휘가 모두 빠진 GS칼텍스를 3-1로 꺾은 후 무려 700일이 넘도록 한 번도 GS칼텍스의 벽을 넘지 못했다. 친구 사이인 것을 차치하더라도 특정 팀을 상대로 2년 가까이 10경기 넘게 승리가 없는 것은 감독으로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2018-2019 시즌 챔프전 준우승 이후 두 시즌 연속 봄 배구에 초대받지 못하던 도로공사는 이번 시즌에도 지난 11월3일 GS칼텍스와의 시즌 첫 경기에서 0-3으로 패했다. 물론 1라운드 맞대결에서는 이고은 세터가 흔들렸고 켈시 페인과 박정아 등 주공격수들의 컨디션도 100% 올라온 상태가 아니었다. 하지만 메레타 러츠(KUROBE 아쿠아 페어리즈)도 이소영도 없는 GS칼텍스를 상대로 한 세트도 따지 못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1라운드 패배 후 철치부심한 도로공사와 김종민 감독은 3주 후에 열린 GS칼텍스와의 2라운드 경기에서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하며 무려 722일이나 이어진 'GS 공포증'을 극복했다. '천적' GS칼텍스를 상대로 시즌 첫 풀세트 경기에서 승리를 가져간 도로공사는 현재까지 파죽의 7연승 행진을 달리며 패배를 모르는 팀으로 변모했다(양 팀은 오는 19일 김천에서 시즌 세 번째 맞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프로스포츠에서 자신들을 '천적'으로 삼으며 번번이 승리를 챙겨가는 상대를 좋아하는 구단은 없다. 특히 지난 시즌까지 6개 구단 밖에 없었던 V리그 여자부에서는 천적의 존재가 곧 성적과 직결됐다. 지난 시즌 승점 1점 차이로 봄 배구 진출에 실패했던 도로공사 역시 GS칼텍스를 상대로 승점 2점만 더 따냈어도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었다. 인삼공사의 이번 시즌 '현대건설 공포증'이 더욱 심상치 않게 느껴지는 이유다. 

3경기에서 단 한 세트 따낸 현대건설전
 
 그나마 고의정이 현대건설을 상대로 2경기 연속 두자리 수 득점을 올리며 선전했다.

그나마 고의정이 현대건설을 상대로 2경기 연속 두자리 수 득점을 올리며 선전했다. ⓒ 한국배구연맹

 
현대건설의 강성형 감독과 인삼공사의 이영택 감독은 배구 명문 한양대 동문이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7살의 나이 차이가 있어 함께 학교를 다닌 적이 없고 실업이나 프로 무대에서도 같은 팀에서 뛴 적이 없다. 게다가 강성형 감독은 은퇴 후 현대건설 부임 전까지 계속 남자 팀을 지도했고 이영택 감독은 주로 여성팀 코치를 역임했기 때문에 지도자로서도 딱히 접점을 찾기 힘들다.

현대건설과 인삼공사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가장 전력보강이 잘된 팀으로 꼽혔다. 현대건설은 최대어 중 한 명이었던 외국인 선수 야스민을 지명했고 정지윤, 이다현 등 젊은 선수들이 국제대회 출전을 통해 소중한 경험을 쌓았다. 인삼공사는 FA시장에서 지난 시즌 챔프전 MVP에 선정된 이소영을 영입해 약점으로 지적되던 윙스파이커 자리를 보강했다. 따라서 양 팀은 이번 시즌 만날 때마다 치열한 접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지난 3번의 맞대결에서는 현대건설이 일방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인삼공사는 지난 3일 2라운드 맞대결에서만 듀스 접전 끝에 힘들게 한 세트를 따냈을 뿐 두 번의 셧아웃 패배와 함께 아직 현대건설을 상대로 승리는커녕 승점 1점도 따내지 못했다. 특히 외국인 선수 야스민이 부상으로 결장했던 1라운드 맞대결에서 0-3으로 패했던 것이 가장 치명적이었다. 기선을 제압할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에서 오히려 자신감을 잃은 셈이다.

인삼공사는 17일 현대건설과의 시즌 3번째 맞대결에서도 이렇다 할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0-3으로 패했다. 인삼공사는 이날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이름이 아닌 선수들의 별명이 마킹된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서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양효진, 이다현의 압도적인 높이와 야스민의 공격에 밀려 허무하게 패했다. 그나마 교체투입된 고의정이 분전한 3세트에서는 듀스접전을 벌였지만 1, 2세트에서는 각각 13, 14점에 그치는 수준 이하의 경기를 펼쳤다.

1라운드에서 5승 1패를 기록했던 인삼공사는 이후 9경기에서 5승 4패로 주춤하고 있다. 특히 2라운드 이후 따낸 5승은 모두 하위 3개 팀에게 올린 승리로 인삼공사는 2라운드 이후 상위 4개 팀을 상대로 아직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천적' 현대건설전의 연이은 패배로 침체돼 있는 분위기를 하루 빨리 끌어올리지 못하면 인삼공사는 '4강 3약' 구도의 이번 시즌 V리그 여자부 구도에서 홀로 외롭게 '1중'으로 밀려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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