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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10대 자녀를 둔 부모님들은 하소연을 해오신다.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습니다. 아침만 되면 아프다고 합니다. 전자기기를 붙잡고 살아요. 방이 너무 지저분하지만 치우지도 못하게 합니다.'

아이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힘들다. 윌리암 셰익스피어는 '겨울 이야기'에서 "차라리 16살과 23살 사이의 나이는 존재하지 않거나, 잠만 자며 지낸다면 좋으련만"이라고 이 시기의 혼란함을 얘기하기도 한다.

대화가 다이다

왜 10대 자녀가 힘들까. 물론 이전 칼럼에서 얘기했다시피 이 시기의 아이의 뇌는 공사 중이며 아이는 두렵고 스트레스가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부모와 아이가 사이가 좋지 않을 필요는 없다. 생각해보자. 바로 내 입에서 나가는 말들을. 내가 아이를 보는 표정과 몸짓을. 이건 아이가 보고 싶은 얼굴이고, 듣고 싶은 내용인가? 

당신은 이런 말을 하지 않는가?

"그냥 부모 말 받아들이고 그대로 해. 내가 너의 미래에 대해 잘 알아. 그냥 해. 왜 또 그래? 또 아파? 또 늦어? 내가 너 그럴 줄 알았어. 넌 왜 항상 정성이 없어? 너 너무 예민한 거 아니니? 사실이 그렇잖아. 현실을 직시해야지. 인생은 원래 그런 거야. 걱정 마, 다 잘될 거야."

부모들이 입에 달고 살고, 우리가 자랄 때 들었던 이런 금과옥조(?)의 말들이 사실 아이들의 눈을 돌리고 귀를 닫게 한다. 부모로부터 벗어나고 싶게 하고 얘기를 나눠봤자 아무 유익이 없다고 생각하게 한다. 

우리 교육에 오신 부모님들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아니, 그러면 무슨 말을 하고 살아요?" 간단하다. 말을 할 필요가 없다. 입은 닫고 열성적으로, 사력을 다해 충~~~분히 들으시라. 이 반복된 물결모양은 오타가 아니다. 강조하고 또 강조하고 싶기 때문이다. 

10대 아이와 하는 대화의 90%가 듣기여야 한다. 우리가 하도록 허락된 10%의 말은 아이가 질문을 하는 것에 대한 답이거나 아니면 리액션이며 추임새여야 한다. 바로 이런 말들이다. 중요하니 굵게 표시한다.

"어, 그랬어?"
"와 힘들었겠다."
"네게 그렇게 보였구나. 그럴 수 있겠다."
"재미있게 일이 진행되네. "
"너 화가 많이 났겠다."
"그거 정말 귀찮고 짜증 났겠다. 내가 듣기만 해도 그러네."
"와아... 그래서?"


대화 중 대부분의 말을 하는 것은 아이이고 부모는 듣는 가정에서는 문제가 생겨도 별로 심각해지지 않는다. 몸은 아이 쪽으로, 귀는 쫑긋, 입술엔 미소를 띠고 아이와 눈을 마주치며 끄덕이며 이야기를 들어주어라. 어떤 문제가 있어서 이야기를 꺼냈더라도 아이는 말을 하다가 거의 그 문제를 혼자 풀거나 혼자 깨닫거나 한다. 우리는 그 과정을 지켜보고 지지해주기면 하면 된다. 

어떤 말을 해도 안전하다는 것을 느끼면 아이는 거리낌없이 자신에게 일어난 일과 느낌을 공유할 것이다. 그러면 부모는 어떨 때는 맞장구를 치고 어떨 때는 같이 걱정하면서 아이의 기분과 감정에 포커스를 맞춘다. 이러면 서로 감정이 교류되고 연결되었다는 느낌이 온다. 이런 연결감은 모든 문제를 푸는 해결의 열쇠이다.

아이가 말을 많이 하게 하려면

아이가 말을 하지 않는다고? 혹시 당신은 아이가 무슨 말을 할 때 '어디서 감히 아이가' '부모가 말하는데 버릇없이' 이런 생각을 하진 않았나. 가르치려고 들지 않았나. 그렇다면 당신은 스스로 위험신호를 느껴야 한다. 아이가 당신 앞에서 입을 닫는 것은 시간문제일 테니까. 

예의는 잠시 접어두자. 예의를 갖춘 아이와 창의력이 있고 생각이 자유로운 아이로 동시에 키우기는 어렵다. 우리는 어쩔 수없이 무게중심을 한 곳에 된다. 호주에서 자라는 21세기의 아이들에게 한국의 고유 예의범절을 너무 강요하지 마시라. '예의 바른' 아시안 아이들은 자라면서 입을 닫는다. 틀린 말을 할까 봐  학교에서도 입 다물고 앉았다. 대화는 당연히 어려워진다.

한 아이의 경우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어느 분에게 15세 딸이 있는데 공부도 곧잘 하던 애가 학교도 안 가려고 하고 방에 틀어박히고 자해까지 하는 듯했다. 문제가 뭐냐고 물어봐도 가만히 놔두라고 했다. 대화는 다 싸움이 되었고 염색, 피어싱, 문신, 전자담배를 시도한다고 했다. 

타일러도 윽박질러도 안되어 속이 터지던 엄마는 세미나에 오셔서 교육내용 슬라이드를 다 저장하고 노트필기를 하면서 열심히 공부를 하였다. 아이와 하는 감정교류와 코칭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노력에 노력을 기울였다. 공부를 너무 강요했다고 후회도 했다. 다음은 최근에 그분에게서 온 메일 내용이다. 아이가 이제는 바닥을 치고 서서히 올라오려는 것 같다며.

"선생님, 며칠 전 아이와 이야기를 했는데 아이가 그동안 친구 문제, 전화기 사용 문제, 자신의 미래에 대한 문제들로 겁에 질려 있었더라구요. (압사 직전처럼 보였어요) 다행히 세미나 들었던 거 기억하며 쏟아내는 말들을 그냥 들어만 주었더랬습니다.

그 전에는 그런 말을 듣거나 이상한 행동을 보면, 제가 더 걱정하고, 불안해하며 아이를 다그쳤던 것 같아요. 그러니 아이는 더 도망을 갈 수밖에...부모가 한 발 앞서서 지켜보고, 도움을 주려고 기다리고 있음을 느끼게 해 주는 게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합니다."


이 부모님은 자신의 '사랑에서 우러나온 말'들이 아이를 숨막히게 했다고 인정하고 '그냥 들어주는 일'을 반복했고. 아이는 부모 앞이 안전하다는 것을 슬슬 깨닫기 시작했다. 과장되게 말해자면, 부모가 할 수 있는 10대 아이 양육은 정서적으로 반응해주면서 옆에 있어주는 것 외에는 없다.

덧붙이는 글 | 이 칼럼은 호주 한인 미디어 한호일보에도 같이 게재됩니다.

김지현 Mina Kim
호주 부모교육 라이선스 프로그램 Tuning into Teens, 미국 라이선스 Circle of Security 교육 이수. 현재 NSW릴레이션쉽스오스트레일리아 www.relationshipsnsw.org.au 에서 10대 자녀 양육 세미나 진행.
*이 칼럼의 내용은 멜번 대학 University of Melbourne 에서 개발한 Tuning into Teens의 교육내용을 기반으로 한 것입니다
질문이나 의견은 nodvforkorean@gmail.com 트위터@nodvfor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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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 24년째 거주중인 한인동포입니다.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여러 호주의 커뮤니티 서비스 기관에서 일해왔고 있고 현재는 한인 부모를 상대로 육아 세미나를 진행 중입니다. 호주에서 아이를 키우는 이야기를 주로 기사로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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