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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기름. 이름만 들어도 고소한 이 참기름은 한국에선 없어선 안 될 존재다. 온갖 나물 반찬에 필수고, 고추장과 함께 슥슥 비벼 먹기만 해도 한 끼 든든하게 채울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든든한 참기름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참깨를 재배하는 농가와 면적이 매년 줄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년도 참깨 생산량은 6795톤으로 2019년의 1만2986톤보다 47%가량 줄었다. 자급률은 약 7%다. 우리가 먹는 참깨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해 먹고 있는 셈이다.

이때다 싶어 나타난 수입업자들. 일부 참깨 수입업자 중에선 이를 노려 고소득을 취하는 경우도 있다. 다른 이의 명의를 빌려 관세를 낮추고, 수입원가까지 낮춰 상당한 이득을 남긴 다음, 수천 억에 이르는 관세를 내지 않은 이도 있다.

이대로 우리의 먹거리는 안전할 수 있을까. 지난 11일 거창에서 '토종 살림'이란 마을을 만들어가고 있는 신은정씨(52)를 만나 마을 카페 아날(아줌마날다)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거창 여성농민회 '토종살림' 단장 신은정
 거창 여성농민회 "토종살림" 단장 신은정
ⓒ 박기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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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의 숨겨진 씨앗을 찾아서

16년도에 거창으로 귀농한 신은정씨는 원래 고향이 거창인 사람이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다. 아이를 자연에서 건강하게 키우고 싶은 마음에 귀농을 결정했다.

귀농한 그는 거창군 여성농민회에 가입했다. 이곳에서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토종 씨앗 보존 운동을 오랫동안 해온 시민단체 '토종씨드림'을 알게 됐다. 토종 씨앗에 대한 중요성은 서울에 살 때부터 익히 알았다.

"농민으로서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씨앗이에요. 엄마 따라 농사지었을 때를 생각하면, 항상 씨앗은 있었거든요. 서울에서도 옛 생각에 자그마한 텃밭을 했어요. 딸이 좋아하는 완두콩을 심어보려고, 종묘사에 가보니까 씨앗들이 중국, 아르헨티나 같은 외국에서만 오는 거예요. 뜯어보니까 씨앗이 이상한 색으로 코팅이 되어있었고요. 이때부터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알아보기 시작했던 거죠."

토종 씨앗은 매년 받아서 심는 씨앗이다. 하지만 이를 종자회사가 개량하여 불임 씨앗으로 만들었고, 농민들은 매번 이 씨앗을 사야만 했다. 병충해와 기후 변화에 약한 개량종 씨앗은 자연스럽게 화학비료와 농약의 과도한 사용으로 이어졌고, 인간과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게 됐다.

이런 문제를 일찍이 알던 그는 여성농민회에서 만난 10명의 사람들과 2017년 11월 '거창 토종 살림'이라는 모임을 결성해 토종 씨앗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그러다 토종씨드림이 주최한 <토종씨드림 합동 토종씨앗 교육 및 나눔 정기모임>에 참여하게 되었고, 전라도와 경상도에 다양한 씨앗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전국적으로 다양한 토종 씨앗들이 있는데, 거창에는 어떤 씨앗들이 있을까." 거창 지역의 씨앗을 수집하기로 마음먹게 된 계기다.
 
공동작목반을 꾸려 함께 농사 짓고 가공하는 것까지 한다.
 공동작목반을 꾸려 함께 농사 짓고 가공하는 것까지 한다.
ⓒ 신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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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기존에 있던 자료들을 통해 각종 씨앗을 직접 공부했다. 거창군 농업기술센터를 설득해 1500만 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옛날 씨앗을 가지고 있을 법한 어르신들을 찾아 헤맸다. 씨앗과 함께 씨앗을 가지고 계신 어르신들의 삶의 이야기도 기록했다.

2018년도 하반기 2019년, 2020년도 하반기까지 횟수로 3년을 수집해 총 295품종의 다양한 지역의 토종 씨앗을 수집했고, 매년 회원들과 씨앗을 나눠 채종하고 있다. 올해 <거창 토종씨앗 도감> 발간을 예정하고 있다. 이런 활동의 결과로 2020년엔 <제2회 민관협치 우수사례 공유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아이를 위해 시작한 먹거리 운동

"사실 어렸을 땐 먹는 것에 큰 걱정이 없었어요. 시골에서 엄마가 농사짓고 해주는 밥 먹으면서 살아왔으니까. 자본이 어떻게 농업을 망치는지 이런 시스템을 전혀 몰랐어요. 그러다 큰 아이를 낳고 먹거리에 관심을 가졌어요. 좋은 걸 먹이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잖아요."

서울에 있을 때 마을 주부들과 함께 공동부엌을 차렸다. 먹거리가 고민인 주부들이 함께 모여 좋은 재료를 가지고 함께 아이들의 식사를 만들어주기로 한 것이다. 재료는 토종 음식문화를 지키는 사단법인 가배울을 통해 공급받았다.

거창에서도 이어졌다. 거창에 뿌리내린 다양한 씨앗을 수집하면서 연 1회 공유 밥상을 열었다. 밥상에는 할머니들로부터 전수받은 레시피, 지역에서 주로 먹는 것들을 올렸다.

토종콩으로 만든 된장과 청국장, 구억배추 김치, 토종 마늘볶음 등 간소하지만 그 지역의 맛을 한껏 살린 밥상이다. 2018년도에 처음 열었을 때부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다. 할당 인원이 금방 찼고, 인기가 많아 19년부터는 점심, 저녁 2회로 진행한다.
 
토종 작물로 만든 공유밥상을 열었다. 공유밥상과 함께 토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토종 작물로 만든 공유밥상을 열었다. 공유밥상과 함께 토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 신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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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이 소비자에 머물기를 원해요. 그냥 소비자에 한정되기를 원하죠. '돈 주고 좋은 거 사 먹지 뭐' 이런 식으로요. 사 먹는 게 제일 쉬우니까요."

신은정씨는 사람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먹거리에 대해 생각해보길 원했다. 공동작목반을 꾸려 함께 참깨, 들깨, 감자, 콩 등을 키웠다. 그 과정을 함께 한 사람들은 내가 사 먹는 것이 얼마나 저렴하고, 쉽게 소비되는지 온몸으로 느꼈다.

지난 11월 27일에는 거창 토종 장터를 열었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이 장터에서 노인도(벼) 가래떡, 비단찰벼 식혜, 파란콩 두부, 앉은키밀 빵, 쥐이빨옥수수 팝콘 등 평상시엔 듣도보도 못한 토종작물의 가공품을 팔았다. 첫 장터를 열었을 땐 멧돌로 직접 밀가루를 빻기도 하고, 떡을 만드는 체험 행사도 마련했다.
 
거창에서 열린 토종 장터. 토종 작물로 가공된 비단찰벼 식혜,파란콩 두부 등 다양한 물품들을 판매했다.
 거창에서 열린 토종 장터. 토종 작물로 가공된 비단찰벼 식혜,파란콩 두부 등 다양한 물품들을 판매했다.
ⓒ 신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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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정씨는 활동과 농사를 병행하고 있다. 농사짓는 것도 힘든데, 이를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는 일까지 하기엔 힘에 부친다. 신은정씨는 "농민기본소득이 이래서 필요한 거 같아요"라고 하면서 "경제적 문제 없이 많은 사람들이 농사를 재밌게 지을 수 있도록 농민기본소득을 도입해야 해요"라고 주장했다.

인터뷰를 진행한 공간 '카페 아날'은 한살림 조합원들과 토종씨앗 지킴이들의 아지트다. 각종제로웨이스트 물품과 토종작물로 만든 음료를 판매한다. 이날은 토종 재팥라떼를 시켜 마셨다.

재팥은 잿빛의 얇은 껍질을 가져 빨간팥보다 더 달다. 난생 처음 먹어보는 재팥라떼는 참 달고 맛났다. 토종 씨앗이 오래도록 보존되어야 하는 이유는 먹을거리의 다양성, 그리고 무엇보다 '맛'에 있지 않을까. 이러한 토종 본연의 맛이 사라지기 전에 우리가 관심을 갖고 토종 씨앗 지키기에 나서야 한다.

거창토종살림에 대한 정보는 언니네텃밭 거창토종살림 카페에서 볼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남마을공동체 지원센터 네이버 블로그 https://blog.naver.com/gcsc0511에 중복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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