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극한데뷔 야생돌>의 한 장면

MBC <극한데뷔 야생돌>의 한 장면 ⓒ MBC

 
MBC 아이돌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극한데뷔 야생돌>의 최종 데뷔 멤버 7인이 확정됐다. 16일 방송된 <야생돌>에서는 최종회까지 살아남은 14인의 후보 중 최종 데뷔조를 가리는 파이널 생방송 무대가 펼쳐졌다.
 
<야생돌>의 최종 데뷔조는 미션 누적 점수 70%와 시청자 투표 30%로 정해졌다. 프로들의 '원 픽' 점수는 각 20점씩 반영됐고, 생방송 문자 투표가 1표당 7표로 적용되며 파이널 생방송의 최대 변수로 작용했다. 14인의 후보들은 타이틀곡 '본 투 비 와일드(Born to be wild)'로 오프닝을 연 후, 스테이지 배틀곡 '앤서(ANSWER)'와 '노 땡스(No thanks)', 두 번째 타이틀곡 '낙하산은 펴지 않을게요', 파이널에서 처음 공개된 '라스트 찬스(Last Chance)'와 '들린다면 듣고 있다면' 등을 잇달아 선보이며 마지막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마침내 최종 데뷔 7인이 발표됐다. 6위 김현엽, 5위 이재준, 4위 서성혁, 3위 김지성, 2위 방태훈 순으로 호명을 받았다. 미션 내내 뛰어난 실력과 리더십을 발휘하여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었던 이창선은 파이널 생방송 직전까지 방태훈에 이어 2위였으나 프로들의 원 픽 점수와 시청자 투표 결과가 적용되며 1위를 탈환했다. 이창선은 눈물을 흘리며 "할머니께 데뷔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2주 전에 돌아가셨다. 그게 너무 아쉽다"고 고백하여 뭉클함을 안겼다.
 
극적인 마지막 합격자인 7위의 주인공은 바로 임주안이었다."부족하지만 나를 응원하고 기다려주신 팬분들, 항상 힘을 줬던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하다. 야생돌을 경험하면서 많은 것들을 느꼈고 이 사람들과 함께 행복했다"며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파이널 생방송전까지 7위 안에 들지 못했던 김현엽이 9위에서 6위로 급상승해 최종 데뷔조에 안착한 반면, 반대로 데뷔권 순위였던 윤준협은 아쉽게도 파이널의 문턱을 넘지 못하며 희비가 엇갈렸다.
 
최종 데뷔 멤버가 된 7인은 앞으로 '탄(TAN)'이라는 그룹명으로 대중 앞에 선다. 시청자 공모를 통해 붙여진 이름인 '탄'은 '투 올 네이션스(To All Nations)'의 약자이자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활약하겠다는 <야생돌>의 포부를 담았다. '탄'은 오는 2022년 정식 데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오는 MBC 연말 시상식 프로그램 <방송연예대상>과 <가요대제전> 등에 출연하여 특별한 무대를 펼칠 예정이다.
 
 MBC <극한데뷔 야생돌>의 한 장면

MBC <극한데뷔 야생돌>의 한 장면 ⓒ MBC

 
지난 9월 첫 방송을 시작한 <야생돌>은 MBC가 야심 차게 기획한 새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지원자들이 스튜디오 무대가 아닌 야생에서 체력과 실력, 가능성을 평가받으며 아이돌을 향한 데뷔 경쟁을 벌인다는 색다른 콘셉트 내세웠다. 극기훈련이나 해병대 캠프를 연상시키는 설정에 일각에서는 <강철부대>나 <정글의 법칙>의 아이돌 버전이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비슷한 아이돌 오디션에 식상해하던 시청자들에게 <야생돌>만의 차별화된 구성은 분명 신선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야생돌>의 시청률은 첫 회만 2.4%로 최고 성적을 기록한 이후, 마지막 회 0.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라는 초라한 시청률을 남기며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튀는 포맷으로 잠깐 시선을 끌 수는 있어도 서사의 개연성과 공감대가 받쳐주지 못한다면 시청자들을 계속 붙잡을만한 매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야생돌>의 부진 원인은 '야외에서 진행되는 아이돌 서바이벌 오디션'이라는 새로운 포맷을 매력으로 승화시키지 못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슈퍼스타K> <쇼미더머니> <프로듀스> 시리즈 등 인기몰이에 성공한 서바이벌 오디션은 대부분 예선 과정을 거치며 시청자들이 개성 있는 출연자들의 다채로운 캐릭터와 프로그램의 방향성에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데 있었다.
 
그러나 <야생돌>은 초반부터 이러한 몰입에 실패했다. 아이돌 그룹을 뽑을 때는 비주얼과 패션, 예능감 등 시각적인 매력이 특히 중요하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것은 필수 공식이다. 그런데 <야생돌> 참가자들은 처음부터 유격훈련에 강제로 끌려온 훈련생들처럼 모두 똑같은 복장에 초라한 모습으로 힘든 미션을 수행해야 했다.

더구나 제작진은 연습생들의 이름과 나이 등 기본적인 정보조차 미션에 포함시켜 일정한 조건을 충족해야만 공개할 수 있게 했다. 시청자가 출연자들을 파악도 하기 전에 절반 이상이 탈락해 버리면서 프로그램에 몰입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지원자들이 통나무를 굴리게 하거나 모래밭에서 춤을 추게 하는 미션 역시 아이돌의 능력치를 평가하는 것과 무슨 연관성이 있느냐는 의구심이 들기에 충분했지만, <야생돌>은 끝까지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사실 가학성이나 안전불감증의 문제보다도 더 심각했던 것은, 어린 출연자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잔혹한 서바이벌 방식이었다. '팀원 트레이드'나 '점수 뺏기'와 같은 자극적인 룰은 출연자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안기기에 충분했다. 차라리 생존만이 중요한 서바이벌이었다면 재미요소가 될 수 있었을지 몰라도, 아이돌을 뽑는 오디션 서바이벌에서는 재미도 의미도 찾기 어려웠다. 더구나 출연자들 대부분은 아직 어리고 프로그램이 끝난 이후에도 아이돌 멤버로서 활동해야 한다. 이러한 미션은 출연자들을 비난받게 만드는 자충수에 가까웠다. 심지어 데뷔가 유력한 멤버들의 윤곽이 일찍 가려지면서 긴장감은 반감될 수밖에 없었다. 

한편으로는 아이돌 오디션 서바이벌이라는 장르 자체가 최근 시청자들에게는 더 이상 흥미를 끌지 못하는 포맷이 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이돌 오디션의 대표 주자였던 Mnet <프로듀스> 시리즈와 <아이돌학교>의 투표 조작 논란에 뒤이어, JTBC <믹스나인>의 데뷔조 무산 사건 등은 한국 아이돌 산업과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치명적인 불신을 남겼다.
 
 MBC <극한데뷔 야생돌>의 한 장면

MBC <극한데뷔 야생돌>의 한 장면 ⓒ MBC

 
그러나 방송가는 대중의 신뢰가 회복되기도 전에 다시 아이돌 오디션 서바이벌을 잇달아 론칭했지만 결과는 처참하다. Mnet <아이랜드>과 <걸스 플래닛999 소녀대전>은 모두 1% 이하의 저조한 시청률로 외면받았고, 박진영과 싸이가 의기투합한 SBS 보이그룹 오디션 <라우드>는 첫 회 9%까지 치솟았던 시청률이 최종회에서는 2.7%까지 추락하며 용두사미로 막을 내렸다.

또한 <야생돌>에 이어 MBC에 새롭게 방영 중인 걸그룹 오디션 <방과후 설렘> 역시 3회까지 1%대의 시청률에 머물며 인기몰이에 실패한 분위기다. '악마의 편집'으로 대표되는 제작진과 아이돌 오디션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창의적인 아티스트로서가 아닌 특정한 기준과 트렌드에만 맞춰 공산품처럼 생산되는 아이돌 육성 시스템에 대한 대중의 피로도가 높아진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물론 오디션이라는 장르 자체의 인기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스트릿 댄서들을 내세운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2021년 신드롬에 가까운 돌풍을 일으켰고, TV조선의 <미스 트롯> <미스터 트롯> 시리즈와 <내일은 국민가수>, JTBC <싱어게인> 등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하거나 실력파 보컬들을 내세운 오디션 서바이벌들도 뜨거운 각광을 받고 있다. 한류와 K팝의 글로벌 인기에 편승하려 했던 방송가의 냉철한 성찰이 필요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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