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비슬산을 대표하는, 천연기념물 제435호로 지정 보호받고 있는 비슬산 암괴류. 이 암괴류 외에도 토르, 에추 등의 다양한 지형적 요소들이 산재해 있어 비슬산 전체를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비슬산을 대표하는, 천연기념물 제435호로 지정 보호받고 있는 비슬산 암괴류. 이 암괴류 외에도 토르, 에추 등의 다양한 지형적 요소들이 산재해 있어 비슬산 전체를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지난 13일 <영남일보>는 "중국 황산에도 케이블카가 있다"는 기사를 실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구 비슬산 케이블카 사업을 대놓고 찬성하는 듯한 내용이라 추가 논란이 예상된다. <영남일보> 기사는 전 세계적으로도 케이블카를 많이 설치한다면서 다음과 같은 예를 들고 있다.
 
"외국에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곳에 앞다퉈 케이블카를 설치하고 있다. 실제 2000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호주 블루마운틴 국립공원은 폐광산 철도와 세계 최초의 유리바닥 케이블카인 '시닉 스카이웨이'를 설치했다. 또 1988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호주 배런고지 국립공원은 대구 달성군 비슬산 참꽃 케이블카(1.9㎞) 길이의 4배 달하는 7.5㎞의 스카이레일을 운영 중이다.

2007년 세계자연유산이 된 스페인 테이데 국립공원은 케이블카를 타고 해발고도 3천718m의 화산 정상까지 오른다. 세계 7대 자연유산으로 꼽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테이블 마운틴 역시 해발 300m 높이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1천m가량의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다. 1992년 세계문화유산이 된 중국 장자제도 길이 7.54㎞의 케이블카를 운영 중이다."
 
그러나 이는 국내에서 계획하고 있는 비슬산 케이블카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이자 '마을과공동체' 권정택 이사장은 다음과 같이 <영남일보> 기사를 비판했다.

"기자가 제시한 산들은 케이블카 외에는 다른 이동수단이 없는, 걸어서 밖에 오를 수 없는 고산(악산)들입니다. 케이블카가 아니면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산입니다. 그러나 비슬산에는 전기차와 투어버스로 이미 정상까지 이동할 수단이 있습니다. 제시된 외국의 경우는 비슬산 케이블카와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권 이사장은 여기에 더해서 케이블카의 안전 문제도 주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국내외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케이블카 사고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케이블카는 안전 문제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안전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됩니다. 일례로 2015년 11월 두륜산 케이블카 허공에서 멈춰 49명 3시간 동안 공포에 떨었고, 2019년 10월 목포 해상케이블카 오작동으로 16명 부상을 입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5월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주 알프스 마타로네 정상으로 향하는 케이블카가 추락해 14명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최근에는 11월 28일 통영 욕지도 모노레일 사고로 승객 8명이 크게 다치는 사고 등이 발생할 정도로 케이블카는 안전 문제도 심각합니다."


정상까지 차로 이동할 수 있는데, 케이블카 설치는 지나친 욕심
 
비슬산 케이블카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회원들. 전기차로 충분하다 비슬산 케이블카 절대 반대의 분명한 입장을 전하고 있다.
 비슬산 케이블카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회원들. 전기차로 충분하다 비슬산 케이블카 절대 반대의 분명한 입장을 전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이밖에도 대구 달성군이 추진하고 있는 비슬산 케이블카 설치 계획은 환경부의 '자연공원 삭도 설치 및 운영 가이드라인'에 위배되고 있어 사업이 난망할 전망이다. 기본적으로 이 가이드라인은 설치하려는 케이블카에 대해 "주요 봉우리를 피할 것"과 "왕복 운행을 전제로 기존 탐방로를 회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대구 달성군이 고집하는 비슬산 케이블카는 주요 봉우리인 대견봉에 설치하려 하고 있고, 기존 탐방로와 연계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 있다. 따라서 환경부로서는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서 대구 달성군이 계획하고 있는 비슬산 케이블카는 절대로 허용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비슬산은 그 가치에 비해서 이미 많은 개발이 진행된 산이다. 비슬산 초입에는 자연휴양림에 이어 오토캠핑장에 최근에는 관광호텔까지 들었다. 거기에 더해 '대구시 1호 관광지' 타이틀을 달고 지금도 개발이 진행 중이다.

더군다나 세상에 정상까지 차로 이동할 수 있는 산이 몇이나 될까? 이미 정상까지 차로 이동할 수 있는데 여기에 더해서 케이블카까지 설치한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란 비판이 거세다.

비슬산에 지금 필요한 것은 케이블카가 아니라 비슬산을 복원하고 보존하는 운동이다. 종합적인 정밀생태조사, 자연안식년제, 입산 통제와 같은 방식을 통해서 비슬산을 복원하는 것이 필요하지 케이블카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대구 달성군은 지금이라도 자신들의 과욕을 시인하고 스스로 이 탐욕의 사업을 철회할 것을 촉구해본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비슬산 케이블카, #암괴류, #영남일보, #대구환경운동연합, #전기차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