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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음식은 맛이 없고, 만들기 까다롭다? 비건 음식에 대한 편견을 깨주는 다양한 비건 집밥 요리를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채식 6년 차에 접어들었다. 찜닭을 너무나 좋아하던 나였지만, 내가 먹는 닭이 평생을 손바닥만 한 공장식축산 케이지에 갇혀 살찌워지다 죽는다는 실상을 알게 되고 난 후 더 이상 음식으로 보이지 않았다. 닭고기부터 먹지 않기 시작했고, 그렇게 비건 채식인이 되었다. 고기의 비중을 줄이면서 무궁무진한 채소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이제는 비건 지향이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부터 대기업의 가공식품 브랜드까지, 채식을 지향하는 음식 콘텐츠가 말 그대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채식 문화가 확산되는 것을 지지하는 마음과 더불어서 새로운 음식에 호기심을 느껴 비건 시장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편이지만, 늘 밖에서 끼니를 해결하기에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고 자극적인 음식은 금세 질리기 십상이다. 

그럴수록 어릴 때부터 즐겨 먹던 음식을 떠올리게 된다. 비건 커뮤니티에는 닭 없는 찜닭, 고기 없는 갈비, 버섯 탕수와 같이 그리워하던 소스로 맛을 내면서 익숙한 식감을 구현하는 요리 레시피들이 자주 유행을 한다.

잘 들여다보면 대부분의 요리가 사실 고기 맛이 아니라 양념 맛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익숙한 음식을 비건화할 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첫 번째가 양념이고, 두 번째는 식감이다. 
 
어묵 대신 유부를 넣고 버섯과 양배추로 맛을 낸 비건 떡볶이
▲ 비건 떡볶이 어묵 대신 유부를 넣고 버섯과 양배추로 맛을 낸 비건 떡볶이
ⓒ 김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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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경우 가장 자주 해 먹는 음식 중 하나가 떡볶이다. 한국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 나 또한 떡볶이가 소울푸드이기 때문이다. 비건 떡볶이는 채식을 하지 않는 친구들에게 비건음식을 선보일 때에 자주 꺼내드는 비장의 카드 중 하나이다.

문화적으로 익숙한 음식을 동물성 재료 없이 비건으로 만들었을 때 끌어낼 수 있는 친근감이 있다. 모임 등을 할 때 입은 많고 시간은 없다면 재빨리 내어놓을 수 있는 음식이기도 하다. 

떡볶이를 비건화하면서 고민이 되었던 것은 어묵을 대체할 재료로 무엇을 선택할지였다. 이럴 때에는 비건이 아닌 시절 그 음식을 먹던 나에게 물어본다. "어묵이 들어간 떡볶이를 왜 먹었니?"

떡볶이에 어묵이 들어가는 이유를 추리해 보자면 이렇다. 첫째, 어묵이 떡볶이 국물에 깊은 맛을 내줄 것이다. 둘째, 떡볶이에 떡만 있으면 심심하다. 그렇게 나의 비건 떡볶이에는 다양한 식감을 위해 유부, 푸주(마른 두부 껍질), 건두부가 들어가고, 깊은 맛을 내기 위해 다시마와 버섯을 가볍게 우린 채수가 들어가게 되었다.

참 쉬운 비건 떡볶이 레시피

Tip 1) 150g은 종이컵 한 컵 정도 혹은 손으로 크게 한 줌 쥔 양이다. 음식은 양념의 비율과 간만 맞추면 된다. 채소를 얼마나 넣을까 했을 때 정답은 사실 '취향껏'이니 그램수에 연연하지 않아도 괜찮다. 집밥은 손맛!

준비물: 고운 고춧가루, 고추장, 간장, 설탕, 다시마 3조각, 대파 한 대, 마늘 한 톨(다진마늘 1/2스푼), 떡 150g, 유부 150g, 버섯 150g, 양배추 100g
 
떡볶이 양념장과 국물맛을 내는 버섯, 다시마, 대파, 마늘
▲ 비건 떡볶이 재료 떡볶이 양념장과 국물맛을 내는 버섯, 다시마, 대파, 마늘
ⓒ 김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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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2) 버섯의 경우 종류가 크게 상관이 없는데, 입에 꽉 차는 식감을 좋아한다면 새송이버섯을 먹기 좋게 숭덩숭덩 칼로 자르고 결이 살아 있는 식감을 좋아한다면 느타리버섯의 세로결을 살려 손으로 찢어 넣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양배추는 너무 많이 넣을 경우 음식의 단맛이 강해지고 오래 끓일 경우 뭉개지기 쉬우므로 요리 초반에 넣지 말자. 

1. 떡볶이 양념장 만들기: 고운 고춧가루 2스푼, 간장 2스푼, 고추장 4스푼, 설탕 4스푼, 다진마늘 1/2스푼, 물 4스푼을 넣고 섞는다. 
2. 물 200g에 다시마 3조각과 버섯 두 줌, 총총 썬 대파 한 대를 넣고 끓인다. 
3. 채수가 끓는 동안 다른 냄비에 물을 올려 떡을 데친다. 떡을 따로 데치면 떡에서 나오는 전분기를 걸러낼 수 있어 떡볶이 국물이 지나치게 찐득해지는 것을 방지한다. 냄비를 두 개 사용할 여력이 없을 경우, 2번 채수에 바로 떡을 넣되 물이 흡수될 것을 고려하여 물과 양념을 1.5배로 늘린다. 
4. 데친 떡을 채반으로 건져내고, 양념장과 양배추 한 줌, 유부 두 줌과 함께 채수에 넣어 중불로 끓인다.
5. 떡에 양념이 어느 정도 배면 불을 끄고 그릇에 옮겨 담는다.

떡볶이 떡은 취향에 따라 좋아하는 종류를 사용하면 된다. 나는 조랭이떡을 애용하는데, 이유는 남더라도 다른 요리에 활용하기가 좋아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쌀떡의 일종이라 일정 정도 이상으로 불지 않는다.

남은 떡볶이 떡을 냉동실 구석에서 잊히게 하는 것보다는, 미역국이나 버섯전골 같은 국물요리에 쓰기에도 부담이 없는 조랭이떡을 권한다. 어묵 대체로 넣은 유부 대신 물에 불린 푸주를 넣어도 좋고, 건두부나 두부면을 넣어도 좋다. 

기존의 레시피를 이것저것 변주하면서 여러 채소와 식물성 식재료를 시도하다 보면 비건 레시피에 푹 빠질지도 모른다. 나의 경우 먹을 수 있는 비건 음식을 만들기 위한 생존형 요리에 머무르거나 화려한 비건 요리로 '비건도 이런 것을 먹는다'라고 증명하는 데에 시간을 많이 허비했다. 이제는 채소 또는 비건 요리를 그 자체로 즐기며 음식을 탐구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막 채식의 세계에 진입하는 사람들에게는 비건을 즐기는 문턱이 낮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때로는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있는 음식으로, 때로는 정겹고 익숙한 음식으로 채식을 지향하는 일상을 꼼꼼히 채워나가기를 바란다. 

태그:#비건, #비건떡볶이, #나의비거니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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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가족, 그리고 채식하는 삶에 관한 글을 주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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