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킹메이커> 관련 이미지.

영화 <킹메이커> 관련 이미지.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민주화 운동가이자 정치인 김대중을 모티브로 한 영화가 연말 개봉 예정이다. 이름을 떠올리면 처절한 투쟁과 당시 박정희 독재 군부 정권의 잔인함과 잔혹함이 강조될 것 같지만, 제목을 생각하면 또다른 결의 이야기임을 예상할 수 있다. 

영화 <킹메이커>는 분명 정치 장르물이라 하기엔 조금 다른 성격이 있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을 연출한 변성현 감독이 해당 영화 개봉 전부터 생각했던 이야기라고 하는데 그만큼 오래 고민한 흔적이 작품 곳곳에 묻어있다. 영화는 독재 정권을 전복하고 국민 중심의 개혁을 이뤄내고 싶었던 김운범(설경구)과 그의 선거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돕는 서창대(이선균)의 긴장감을 주요 동력으로 삼고 있다.

본래 배우들에게 시나리오가 갔을 땐 실존 인물들이 배역 이름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설경구가 맡은 김운범은 김대중을 상징하며, 김영삼, 박정희, 전두환 등 1970년, 1980년대를 관통한 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하지만 설경구는 실존 인물의 무게감으로 자칫 연기에 몰입하지 못할 것을 고민하다 감독에게 등장 인물 이름을 바꿔줄 것을 부탁했고, 이를 수용한 게 지금의 결과물이다.

드라마 <제3공화국> 이후 위 인물들 이야기는 여러 형태로 재가공 돼 왔다. 대부분 당시 역사적 사실을 재현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비화를 덧대는 식이었는데 <킹메이커>는 그런 고증보단 모순과 역설적 상황에서 분투하는 인물들의 대립과 화해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그렇기에 이 영화에서 단연 주목해야 할 인물은 서창대다. 김대중 전 대통령 자서전에 단 몇 줄 등장하는 사연이 눈에 들어온 변성현 감독이 상상력을 발휘해서 재가공한 인물이다. 실제 이름은 엄창대로 알려졌으며 김대중의 정치적 기반이 된 목포 선거 승리를 비롯해 당시 미약했던 김대중의 책사 역할을 하며 탁월한 전략을 제시했다고 한다.
 
 영화  <킹메이커> 관련 이미지.

영화 <킹메이커> 관련 이미지.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영화  <킹메이커> 관련 이미지.

영화 <킹메이커> 관련 이미지.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영화에선 서창대를 '그림자'라는 별칭으로 호명한다. 선거의 귀재지만 종종 그 수단이 비윤리적이거나 김운범의 철학과 반대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고, 그의 출신이 북한이라 당시 공안 정국의 희생양이 될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즉, 영화는 세상의 전복을 꿈꾼 두 사람 사이에 올바른 결과를 위한 나쁜 수단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라는 모순성을 깔아 놓고 갈등의 씨를 키워간다. 더욱이 서창대는 김운범이 성장할수록 상대적 열패감을 느끼게 되는데 후반부에 서창대의 결단이 새로운 위기를 초래하는 설정이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다.  

상당 부분 상상에 기댔는데 이른바 '3김 정치' 시대를 연 인물들의 청년시절 모습이 등장하고, 그리고 동서 지역 갈등의 씨앗이 바로 서창대로부터 비롯됐다는 설정이 흥미롭다. 물론 현재의 관객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진흙탕 양상인 정치판을 바라보며 영화보다 더한 현실이라는 말들이 나오는 가운데 <킹메이커>가 과연 지금의 사람들, 특히 젊은 관객들의 마음을 건드릴 수 있을까. 이 지점에서 영화의 상업적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한줄평: 묵직한 메시지와 상상력, 흥행의 관건은 동시대성이다
평점:★★★☆(3.5/5)

 
영화 <킹메이커> 관련 정보

감독: 변성현
출연: 설경구, 이선균, 유재명, 조우진, 박인환, 이해영, 김성오, 전배수, 서은수, 김종수, 윤경호
특별출연: 배종옥
제공 및 배급 :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작: ㈜씨앗필름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23분
개봉: 2021년 12월 29일
 
킹메이커 설경구 이선균 김대중 대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