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2.17 06:08최종 업데이트 21.12.17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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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들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편집자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종부세 과세로 억울한 피해자가 많다면서 종부세 부과기준을 '재산가격'(공시가격)이 아닌 부채를 뺀 '순자산'을 기준으로 과세해야 한다고 한다. 빚을 내 집을 샀으니 재산 중에서 빚만큼은 재산이 아니라서 여기에까지 세금을 매기면 안 된다는 주장이다. 1주택에 대한 종부세와 양도세 경감 대책으로 인해 이번 종부세가 '세금폭탄'이 아닌 '불발탄'이 된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선거를 앞두고 종부세 문제를 이어 나가며 연일 불씨를 살리려 노력하고 있다.

몇몇은 종부세를 부유세라고 보는 사람도 있으니 혹시 빚이 많은 부잣집은 결코 부유하지 않다는 순수한 관점에서 시작된 걸까? 어떤 이유에서건 자산 과세요 보유세의 하나인 종부세를 순자산 보유액을 기준으로 매겨야 한다는 발상은 참 황당하다. 조세전문가가 아닌 점을 감안해도 참 단순하고 대선 후보의 인식으로는 더 위험하다.  

종부세 안내는 손쉬운 방법 

우선 조세이론적으로 가당찮다. 종부세나 재산세는 재산의 보유사실에 대한 세금이기에 그 재산 취득을 위해 자기자본으로 조달했는지 타인자본으로 조달했는지를 고려할 이유도, 필요성도 없다. 만약 부채를 감안해 순자산에 과세한다면 종부세는 재산과세나 보유세, 설사 부유세이길 포기한 것이다. 다주택자 종부세는 얼마든지 회피할 수 있게 되고 아예 폐지하는 게 나을 정도로 무력화될 것이다.


재산과세인 종부세 세금 부담을 부채의 크기를 감안해 줄여주는 것이 과연 공평하고 정의로운가? 당연하지만 소득을 올리거나 소비한 것에 대해 소득세나 소비세금을 매길 때 빚을 내서 소득이나 소비를 했다고 얻은 빚 자체를 빼주는 경우란 없다. 이러다가 나중에는 빚 내서 소득이나 소비를 했다면 그 세금도 깎아주라고 할지 모르겠다.  

순자산 기준으로 종부세를 과세한다면 종부세 부담이 주택 수나 재산가액 등 재산의 크기에 따라 부담하지 않아 재산과세가 무력화 되고 불공평해지는 것 말고도 세무상 문제는 더 있다. 모든 납세자가 일일이 자기 부채를 신고해야 하니 납세 절차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복잡해지고 과세 관청은 일일이 부동산 관련성까지 따져야 하니 행정비용은 엄청나게 증가할 것이다.  
  

올해 집값 상승과 종부세율 인상 등의 영향으로 주택분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부과 대상자가 크게 늘어 95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지 세액도 5조7천억원까지 늘어났다. 다주택자와 법인의 부담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번 종부세 고지 인원 중 2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51.2%(48만5천명)로 이들이 부담하는 세액은 전체의 47.4%(2조7천억원)다. 사진은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초구 일대의 모습. ⓒ 연합뉴스

 
빚투와 갭투 권하는 세금 

무엇보다 문제는 종부세가 집값 폭등과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도입되었고 이제 핵심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데 있다. 다주택을 규제하고 투기적 주택 보유를 억제해 정말 필요한 국민에게 주거권을 보장해 주어야 하는데 아무리 많은 집을 갖고 있거나 비싼 집을 보유해도 부채를 뺄 수 있어 종부세를 줄일 수 있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예를 들어 보자. 두 명의 집 주인이 있다. 자기자금으로 집을 산 사람과 몽땅 빚을 내서 집을 산 사람의 세금이 종부세를 내고 안 낼 정도로 크게 차이가 있다면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집값은 어떻게 되고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될까? 

금리인상과 금융규제, 다주택자 종부세 중과로 겨우 집값이 안정되기 시작했는데 빚을 감안해 종부세를 매긴다면 부동산 투기와 갭 투자는 더 극성을 부릴 것이다. 결국 순자산 종부세 과세 방안은 '빚 내서 집 사라' 하고 부동산 3법으로 부동산 관련 대부분의 규제를 풀고 지원을 퍼부어 오늘날 집값 폭등의 근원이 된 박근혜 정부의 재판이 될 것이다. 

결국 빚만 내면 아무리 많은 집, 비싼 집을 소유해도 종부세 과세를 회피할 수 있다면 모두 다 집을 사기 위해 빚을 내서 투기에 나서는 '빚투' 대열에 나설 것이고 지금도 가뜩이나 위험 수준인 가계 부채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자유시장경제에서 자본의 탐욕을 막는 방법은 거의 세금밖에 없다. 빚을 내는 대로 세금을 깎아 준다면 종부세가 무력화 되고 국민의 주거권과 직결된 주택을 비롯한 부동산 시장을 탐욕스러운 자본에 내주는 건 시간 문제다. 결국 자본과 담보력이 부족한 청년들의 내집마련 재원 몫까지 차지하려고 혈안이 되어 가계 부채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늘고 부동산 버블로 경제가 파탄날 수 있다.  
  
'좋은 세금' 종부세 만들기  

윤 후보의 종부세 순자산 과세 방안은 부채가 많은 주택자들의 세금을 경감해주자는 차원에서 나온 것일 것이다. 세금이 버겁다면 빚 만큼 세금을 깎아줄 게 아니라 세금 내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대출이자와 함께 장기간 분납하게 하거나 이월과세제도를 도입하는 등 납세 편의를 최대한 배려할 방안을 제시하는 게 옳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다주택자를 제외하곤 1주택자들의 세금 부담은 전체 5조 원 중 2천억 원에 불과해 실제 납세 부담도 크지 않다. 결국 윤 후보의 일련의 종부세 문제제기는 실현불가능한 공약이니 노이즈 마케팅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지금 종부세가 완전한 건 아니다. 이번 종부세가 다주택자 중과세에 집중하다 보니 일시적 2주택자, 공동상속 소수지분자는 물론 작은 원룸 주택까지 다주택자로 잡혔고 구성원 1인1주택 격인 협동조합 주택이 법인 주택으로 중과세되는 선의의 피해자도 적지 않다. 이들은 합산배제와 법인 일반누진세율 적용대상에 포함해 종부세 중과세에서 제외하는 보완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아울러 주택구입자금 채무와 관련해서는 모기지 이자 비용을 소득세에서 공제하는 것처럼 재산세와 종부세 납부액도 필요경비라는 사회적 합의가 있다면 일정한도에서 소득세에서 공제하거나 양도할 때 필요경비로 공제하는 방안은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지금 윤 후보는 종부세와 관련해 "정부 여당이 종부세 내는 2% 국민을 갈라 쳐서 98% 표를 얻으려고 한다"라면서 자신은 내년엔 종부세 폭탄 걱정 없게 하겠다며 연일 종부세를 성토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라고 했던 윤 후보의 말 뒤에 충성의 대상이 국민이 아닌 자기 조직이었던 것처럼, 윤 후보의 종부세 주장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알기 어렵지 않다.

진정 나라와 국민을 위해, 우리 사회와 다음세대를 위해 리더로서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그런 후 자기 생각이 만들어져도 국민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조세로서 기본원리를 찾고 사회적 합의에 따르는 게 순리다.  

은행 빚 내서 집을 사면 빚 만큼 종부세를 깎아주고 전세를 끼고 사는 갭 투자를 하면 전세금 만큼 종부세를 깎아준다면, 지금보다 집은 더 심각하게 부족해지고 가계부채는 더 폭발적으로 늘 것이다. 자기이익을 위해 세금을 흥정 대상으로 삼아선 안된다. 순자산 기준 재산과세란 있을 수 없다.

*필자 소개: "세상에 좋은 세금은 없다"는 윈스턴 처칠의 말, 하지만 좋은 세금은 충분히 가능하다. 납세자 국민과 정부가 모두 만족하는 세금이 그것이다. 1999년부터 억울하고 답답한 세금에서 국민을 보호하는 활동과 납세자권리를 연구하는 활동을 하며, 세금을 세금답게, 시민을 세금 주인답게 만드는 좋은세금 만들기와 납세자주권 찾기를 사명으로 삼고 있다. 현재 세무법인 굿택스 대표, 한국납세자권리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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