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석간 거리두기와 방역을 철저히 하고 있는 서울 시내 한 상영관 모습

좌석간 거리두기와 방역을 철저히 하고 있는 서울 시내 한 상영관 모습 ⓒ 성하훈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거리두기 조치를 발표한 가운데, 영화계가 긴급 성명을 내고 영화산업의 특수성을 인정해 줄 것을 호소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6일 "방역적 위험도가 높은 유흥시설과 식당, 카페, 노래연습장, 목욕장업, 실내체육시설 등 1~2그룹 시설은 21시까지로, 위험도가 다소 낮은 영화관, PC방 등 3그룹 시설과 안마소와 파티룸 등은 22시까지로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감독조합 이사회, 사단법인 영화수입배급사협회,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상영관협회 등은 영화관 상영을 밤 10시가 아닌 밤 12시까지로 유지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영화단체들은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는 지금의 현실을 감안할 때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움직임에 충분한 공감과 지지를 보낸다"고 하면서도 "영화관만큼은 예외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영화단체들의 성명은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입증되면서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던 영화산업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다시금 위축되는 것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담고 있다. 영화산업의 생존권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방역강화로 영화관의 안전성이 입증된 상태에서 다중시설이란 이유로 영업시간 제한대상이 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9천만 관람했으나 집단감염 없어 

지난해 코로나19 발생 이후 극장을 찾은 관객이 9천만 정도지만 현재까지 극장 내 감염이나 집단 감염은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례가 없다. 영화관 특성상 대화 없이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정면만 바라보는 데다 좌석 간 거리두기를 확실히 하는 덕분이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영화제들 역시도 감염 전파가 이뤄지지 않았을 만큼 극장은 안전하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영화계가 극장의 예외를 요구하는 근거도 여기에 있다. n차 감염이 발생하고 있는 종교시설이 교육시설과는 다르게 안전성이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다중시설이란 이유로 상영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인식이다.
  
 관객 안전을 위해 방역에 최선을 다하면서 영화관에서 감염은 확인된 사례가 없다.

관객 안전을 위해 방역에 최선을 다하면서 영화관에서 감염은 확인된 사례가 없다. ⓒ CGV

 
국내 상영관의 한 관계자는 "영화 관람시 마스크 착용은 기본이고, 지금은 상영관 내 취식도 금지했고, 백신접종을 완료해야만 입장이 가능하도록 했다"면서 "영화관만의 문제가 아니라 영화계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말했다.
 
영화단체들은 기존 거리두기 4단계와 같이 영업시간 제한 22시를 적용할 경우 영화의 상영 시간을 감안하면 19시 이후 상영 시작은 거의 불가능하게 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23일 개봉하는 <드라이브 마이 카>의 경우 공식 상영시간이 179분이다. 연말 개봉 예정인 대작 영화들의 경우 상영시간이 대부분 2시간을 넘는다. 상영시간이 22시까지로 제한할 경우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연말연시 대목에 영화산업 전체가 입는 피해가 상당하다.
 
코로나19로 긴 시간 침체에서 벗어나던 영화산업은 최근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는 중이다. 15일 개봉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개봉 첫날 63만 4천 관객이 찾아 코로나19 이후 역대 최대 관객을 기록하며 연말 성수기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정부가 거리두기 강화를 예고한 15일, 1월 초 기대작이었던 비상선언이 개봉을 연기했고, 1월 12일 개봉 예정이던 <클리포드 더 빅 레드 독> 역시 예정했던 언론배급시사회를 취소하고 개봉일을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영화단체들의 우려대로 "강화된 방역 조치에 영화관 시간대 제한이 포함되면서 달아오르던 분위기에 완전히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된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영화산업 전체에 대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음에도 영화계는 제대로 된 피해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영화단체들은 "국민들의 문화생활 향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으며, 영화의 개봉을 막음으로써 영화계 전체에 피해가 확산되고 결과적으로 영화산업이 도미노식 붕괴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면서 "그동안 정부의 방침을 충실히 따라왔지만 돌아온 것은 처절한 암흑의 시간이었던 만큼 이제는 영화산업의 최소한 생존 조건은 보장해 주길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영화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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