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홀로 사는 자취생 청년이지만, 먹는 일까지 '대충'할 순 없습니다. 나를 위해 정성스레 차려낸 밥 한 그릇에 고단함이 녹고, 따스한 위로를 얻기도 하니까요. 씩씩하게 내일을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선사하는 든든한 1인분 음식들을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카톡'. 오늘도 알람이 울린다. 나 포함 친구 다섯 명이 함께 있는 단체 카톡방에선 매일 쉴 새 없이 알람이 울린다. 잠시 다른 일을 하느라 알람을 꺼놓으면 금방 300개가 넘는 대화가 쌓여 있다.

우리 다섯의 대화는 끊임이 없다. 오늘 먹은 점심, 요즘 보는 드라마, 이번 주말 결혼식에 입고 갈 옷 등 우리의 대화 주제는 무궁무진하다. 별거 없는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뭐 그렇게 재밌는지 하루 종일 그 대화방엔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우리는 17살에 처음 만났다. 다 같은 반이었던 우리는 2학년 때 3명은 문과생, 2명은 이과생이 되면서 반이 달라졌다. 그래도 우리는 밥은 꼭 같이 먹자고 약속했고, 고등학교를 다니던 3년 내내 그 약속을 지켰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앞으로도 꼭 자주 만나자고 약속했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각자 다른 대학교에 진학하면서 만나는 횟수가 자연스럽게 줄었다. '먹고사는 일이 바빠서'라는 좋은 핑계를 대며 우리는 멀어졌다. 각자의 인생을 살아내느라, 어엿한 밥벌이를 하느라 친구는 후순위로 밀어 두고 살았다. 우리는 꽤 오랜 시간 서로를 잊고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 중 한 명이 번호가 바뀌었다며 단톡방을 만들어 우리를 초대했다. 오랜만에 연락이 닿았으니 어색할 법도 한데, 그동안의 시간이 무색할 만큼 우리는 대수롭지 않게 다시 가까워졌다. 신기하게도 고등학생 때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그때처럼 우리는 자주 모여 밥을 먹기로 했다.

어떻게 이렇게 맛있지?

"오늘 저녁에 우리 집으로 모일래? 내가 참치 넣고 김치찌개 끓여줄게."

점심을 먹고 더부룩한 기분에 소화제를 하나 꺼내먹으려던 차에 친구에게 카톡이 왔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외식하거나 배달음식을 먹을 일이 늘어서였을까. 뭘 먹기만 해도 속이 더부룩한 요즘이었다.

그런데 '직접 끓인 참치김치찌개'라니. 떠올리자마자 입에 침이 고였다. 밖에서 사 먹는 음식에 질려 누군가 정성 들여 만들어주는 밥이 그리워지던 참이었다.

퇴근을 하자마자 친구네 집으로 달려가니, 참치김치찌개, 어묵볶음, 계란말이, 장조림까지 정성이 가득 담긴 친구의 밥상이 차려졌다.
 
참치김치찌개, 계란말이, 어묵볶음, 장조림 집밥의 정석
▲ 친구가 차려준 집밥 참치김치찌개, 계란말이, 어묵볶음, 장조림 집밥의 정석
ⓒ 이은지

관련사진보기


나는 진짜 오랜만에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집에서 만든 음식이라 그런지 많이 먹었는데도 속이 편했다. 친구가 해준 음식들은 하나같이 다 맛있었는데, 그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최고는 '참치김치찌개'였다.

김치는 새콤하면서도 달큼했고 참치가 같이 씹힐 때는 입안이 고소했다. 국물은 진하면서도 텁텁하지 않았다. 돼지고기를 넣어 끓인 김치찌개보다 훨씬 더 감칠맛이 났다. 친구가 끓인 참치김치찌개는 내가 살면서 먹어본 것들 중 제일이었다. 혹시 특별한 비법이 있을까 싶어 레시피를 물어봤다.

<친구가 알려준 맛있는 참치김치찌개 끓이는 법>

"냄비에 잘 익은 묵은지를 송송 썰어 3줌 정도를 넣고, 그 위에 설탕 2스푼을 넣어서 중불에 볶아줘.

김치색이 투명해지면 물을 재료가 잠길 정도를 넣고, 보글보글 끓여주다가 양파 반개(채썰기), 대파 반개(송송)를 썰어 넣어주면 돼.

그다음 참치는 작은 캔을 기준으로 할 땐 2개, 큰 캔을 사용할 땐 1개를 넣어줘. 참치가 많을수록 맛있으니까.

그리고 다진 마늘 반 숟가락, 고추장 두 숟가락(아빠 숟가락 기준)을 넣어주고 마지막으로 사랑을 가득 담아 중불에서 10분 정도 끓여주면 끝이야." 

 
사랑을 담아 끓인 김치찌개
▲ 사랑을 담아 끓인 김치찌개 사랑을 담아 끓인 김치찌개
ⓒ 이은지

관련사진보기

 
'같이 밥 먹자' 그 말에 담긴 따스함

어느새 친구 집은 우리 아지트가 되었다. 위치가 중간이라는 핑계로, 귀여운 강아지가 있다는 핑계로 자꾸 찾아가는 친구들이 귀찮을 법도 한데 친구는 항상 귀찮은 내색 없이 따뜻하게 반겨준다.

우리는 만나면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하소연하기도 하고, 가슴 속 묻어둔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 별일이라 느껴지던 일들이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그 기분이 좋아서 나는 나도 모르게 속 이야기를 꺼낸다.

친구 집에서 먹었던 찌개가 생각나, 레시피대로 집에서 김치찌개를 끓였다. 분명 똑같이 끓였는데 친구들과 옹기종기 모여 '맛있다'를 연발하며 먹었던 그때 그 맛이 안 났다.

레시피대로 따라 한다고 했지만 '사랑을 담아 끓인다'에서 사랑이 부족했던 걸까. 친구가 담아줬던 사랑이 내가 끓인 찌개에는 빠졌나 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분명 혼자 먹는 밥이 맛있고, 혼자 있는 시간이 누구보다 소중한 나였는데, 어느새 친구들과 함께 먹는 밥이 그리워졌다.

"애들아, 우리 내일 같이 밥 먹을래?"

내 물음에 망설임 없이 "좋아"라고 말해주는 친구들 덕분에 하루를 외롭지 않게 마무리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필자의 브런치(www.brunch.co.kr/@silverlee7957)에도 중복하여 실립니다.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지친 오후에 마시는 아이스바닐라라떼만큼 책 읽고 글 쓰는 일을 좋아합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