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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한 사회, 청년들이 숨 쉴 틈 없는 현실입니다. 청년은 시대의 얼굴이 아닐까요. 청년들이 무엇에 분노하는가, 무엇에 웃고 열광하는가가 그 사회의 적나라한 민낯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청년들의 삶 속에서 한국 사회를 진단하고 변화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청년들을 만납니다. 건조한 분석과 통계만으로는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다양한 삶과 고충을 전부 표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기사를 보는 청년들도 인터뷰하고 싶어요! 연락주세요! - 기자 말

 
'나'를 표현하는 사진
 "나"를 표현하는 사진
ⓒ 김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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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취업 준비를 하고 있고, 지금은 '사피'(삼성 청년 SW 아카데미)라는 소프트웨어와 직업 교육 같은 걸 준비하고 있는 오광휘라고 합니다."
  
-가장 최근에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취업인데요. 친구들을 만나도 (취업을) 한 친구들, 아직 하지 못한 친구들 이렇게 나뉘고 있어요. 다들 그런 상황이다 보니 친구들을 만나서 대화를 나눌 때 서로 조심하거나 선을 지키려는 모습들이 조금씩 보이는 것 같아요."
  
-취업 준비를 하면 아무래도 스트레스를 받을텐데 어떻게 해소하나요?

"카카오페이지 같은 곳에서 짧게 보는 소설도 있고 유튜브 영상들을 많이 보는 것 같아요. 코미디 영상이라던가, 프로그램의 짤(짧은 영상)들을 보면서 휴식을 취하고 있어요. 또 옷도 조금씩 사는 게 취미라서 그때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아요."
  
-요즘 코로나로 인해 본인의 생활에 변화가 있다면?

"지금은 적응이 되다 보니까 일상생활에서 크게 바뀐 부분은 거의 없고, (코로나로 인한 생활이) 자연스러워진 것 같아요. 그냥 마스크를 쓰고 생활할 뿐이죠. 그런데 돌이켜보면 확실히 사람들과 거리감이 생긴 느낌이 많이 들어요. 지금도 친구들과 약속을 잡으면 만나긴 하지만 그 약속을 잡는 것에도 왠지 모를 거리감이 생긴 느낌이에요. 또 어떤 집단에 가더라도 다들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까 사람들과 빨리 가까워지기도 어려워요. 꽤 많이 본 사람인 것 같았는데 밥을 같이 먹으면서 마스크를 벗은 얼굴을 처음 본 경험도 있어요." 

-청년으로서 한국사회를 정의하자면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개판'인 것 같습니다. 조금 세게 얘기하긴 했는데 요즘 어떤 사회 문제를 접하더라도 항상 부정적인 감정만 생겨요."

-구체적으로 듣고 싶어요. 

"기사의 댓글이나 글을 보면 다 부정적인 감정들이지 않나. 사회에서 일어나는 비리라든지 그런 것들이 이 세상을 믿지 못하게 하고 있지 않나. 그래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도 조금은 더 경계하게 되네요. 또 사회가 사람을 소외되게 만들고 관계를 단절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정치적으로도 사람들을 분열시켜서 지배하려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런 부분들이 코로나와 맞물려서 직접적으로 와 닿는 거네요?

"그렇죠. 젠더 갈등도 특정 몇몇이 과장되도록 조장 하는 것도 있다고 생각해요. 전여자친구와 싸운 일도 있었는데, 영화 <버닝>을 봤다는 것만으로도 심하게 다툰 적이 있어요. 당시 온라인에서 젠더 갈등의 중심에 '유아인'이 있었고, 그 배우가 영화에 출연했다는 이유였죠. 그 친구(전여자친구)도 되게 외로웠을 거라 생각해요. 젠더 갈등을 유발하는 글들을 보면 자기도 모르게 혐오, 분노가 생기고. 그렇게 부정적인 스스로의 모습이 싫고, 자기와 공감하지 못하는 저도 싫었을 거고. 반대로 저는 그냥 영화를 보는 것뿐인데 나의 문화생활이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상황이 싫었어요. 확실히 그런 상황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지금 대화를 하는 순간에도 옆 테이블에 있는 분들을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개판' 중에서도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있나요? 

"원래 작은 것부터 바뀌어야 하는데 한편으로는 작은 걸 바꿔서 큰 변화를 이뤄낼 수 있을까 하는 의심도 들긴 해요. 그래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두 가지가 있긴 한데 다 궁극적인 변화거든요."

-궁극적인 변화'라고 하면 어떤 거죠? 

"하나는 빈곤에서의 해방이고, 다른 하나는 교육권의 보장인데요. 빈곤의 경우는 지금도 시장에 나와 있는 음식들은 세상 사람들을 다 먹여 살리고 남을 정도로 넘쳐나는데 빈곤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는 게 안타까워요.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의식주를 보장받아야 하는데 '식'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으니까요."

-주변 친구들의 삶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나요?

"그렇죠. 나는 커피를 뭘 마실까, 밥은 돈가스를 먹을까, 초밥을 먹을까 먹고 싶은걸 선택할 수 있는데, 그런 선택권이 삼각김밥밖에 없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그런 사람들은 그런 삶 속에서 더 분노를 느끼고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이 가장 먼저 해방(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교육권의 보장은 구체적으로 무슨 말인가요?

"사람들이 각자의 개성대로 배우고 싶은 걸 배울 수 있는 것이요. 특히 요즘엔 세계적인 석학들이 동영상으로 강의 하잖아요. 모두가 볼 수 있는데 그런 것들이 좀 더 보장되면 혐오 같은 것들도 점차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본인이 정치를 한다면/정치인이 된다면 '이런 것들을 해결하고 싶다' 하는 게 있나요?

"뭐니 뭐니 해도 부동산 아닐까요. 다시 의식주의 문제로 돌아왔는데 삼각김밥만 먹더라도 '살' 수는 있는데 집이, 부동산의 벽이 너무 크죠. 어느 정도 일해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면 괜찮은데 그렇지 않으니까요. 아파트는 많아지고 높아져만 가는데 왜 내가 살 수 있는 진입장벽은 낮아지지 않고 높아지는지.

또 청년들이 괜찮다고 느낄 수 있는 일자리는 다 서울에 있거든요. 면접을 봐도 서울로 올라가야 하는데 서울에서 일하게 되면 당장 걱정되는 게 집이잖아요. 거기다 월급을 받아도 월세 때문에 내가 삼각김밥만 먹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사람이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되는 게 필요하죠."
  
-지금의 정치는 국민들의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군요.

"그렇죠. '의'나 '식'은 시장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되는데 부동산만큼은 제공하는 사람은 많아져도 (가격은) 잡히지 않고 있죠. 제가 느끼기에 이런 문제는 기득권층이 부동산 가격을 붙잡고 놓지를 않으니까 그런 것 같아요." 

-기성 정치가 청년들에 대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웃기다고 생각해요. 규정짓는 것 자체가 마케팅 용어라고 생각하거든요. 마케팅을 할 때도 타겟을 정하고 그걸 묶는 용어를 만드는데, 정치도 똑같이 청년 세대를 'MZ 세대'라고 규정해놓고, 'MZ 세대는 규정되기 싫어한다'라고 규정하는 게 아이러니하지 않나 싶어요."
  
모두가 의식주를 해결하는데 온 힘을 쏟아야 하는 '개판' 사회다. 국민의 기본적인 의식주를 책임져야할 정치권이 자신들의 욕망에만 급급하니 우리가 정치에 희망을, 관심을 가질 수 있을 리가.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을 포기하고 살아가고, 정치에 관심을 끄는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다. 싫증나는 세상을 실컷 만들어놓고서 우리 청년들더러 세상 돌아가는일에 관심을 가져라, 투표 좀 해라 훈수 두는 건 비겁하지 않은가? 

태그:#청년,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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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청년입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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