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굳이 숫자를 하나 꼽자면 64를 선택하겠어요."

장혜영 정의당 의원에게, [열린 문 – 여성자영업자 폭력 보고서] 기획 보도물을 보고 마음에 남는 숫자가 있었는지 물었다. 답변을 기다리면서 속으로 가늠한 숫자는 여럿 있었다. 망원동 자영업자 102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56명이 젠더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었다. 식당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벌어진 폭력 사건 등 판결문 217건을 분석한 결과 피해자 161명은 여성이었다. 한 번의 폭력으로 끝나지 않고 다시 업장을 찾아가 여성 자영업자에게 폭력을 휘두른 사건은 또한 84건이었다. 

하지만 장 의원의 입에서 나온 숫자는 64. 순간 '어떤 숫자였지?'라고 속으로 되묻는데 장 의원이 말을 이어갔다. 

"여성 자영업자 대상으로 일어난 성폭력 사건을 다룬 기사에서, 피해자 중에 가장 고령자분이 64세 여성이었어요. 보통 젠더폭력이라고 하면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할 거라고 생각할 텐데요. 연령을 가리지 않고 수많은 여성 자영업자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걸, 그 부분을 읽으면서 저 스스로도 다시 한번 자극 받았어요."

장 의원이 언급한 64세 식당 여주인은 성추행 사건 피해자였다. 식당을 수시로 찾아온 가해자는 "할마이, 돈 좀 빌려줘"라며 피해자의 가슴을 만지고 피해자에게 얼굴을 비비는 등의 강제추행을 했다. 재판부는 "참다못한 피해자가 고소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가해자에게 집행유예형을 선고했다.

장 의원은 "여성 자영업자 폭력 통계가 현재 없지 않나"면서 "이로 인해 인식과 실제 현실 사이의 괴리가 커진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 간극을 줄이기 위해, 장 의원은 '소상공인기본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12월 중에 발의할 예정이다. 법안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지방자치단체장이 여성 자영업자 젠더폭력·스토킹 범죄에 대한 실태조사와 통계 작성을 진행해 공표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실태 조사 등을 위한 행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도록 하고 또한 그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장 의원은 "정책의 기본 언어가 통계"라며 "실재하는 현상이라고 해도 그걸 포착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통계가 없으면 정책적 자원을 투여해 개선하기 쉽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이것이 현실'임을 증명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통계를 제시해야만 정책적 대안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일어나는 젠더폭력을 포착할 눈을 먼저 만들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이 순서에 맞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통계 구축이 첫 발입니다."

장 의원과 인터뷰는 지난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됐다.

오래된 물음... "지난 해 몇 명의 여성이 남편에게 살해당했는지 아시나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장 의원은 그동안 "여성 폭력 관련 통계가 매우 분절적"이라는 문제의식을 키워왔고,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를 파고들었다.

지난 10월 12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통계청 국정감사에서 장 의원은 류근관 통계청장에게 "지난 해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남편으로부터 살해당했는지 아냐"고 물었다. 류 통계청장은 "모른다"고 답했다.

"알기 어려울실 겁니다. 믿을 만한 통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인데요. 우리 범죄 통계는 개개인의 피해 양상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기보다는 형법 체계에 맞춰져 수집되고 있습니다. 1명의 피해자가 (스토킹, 성폭력, 가정폭력 등) 여러 젠더폭력 피해를 입었어도 각각의 폭력이 분절돼 통계가 작성되기 때문에, (개인에게 가해진 폭력의 유기적인) 파악이 어렵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2021년 10월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 감사 중)

장 의원은 "소상공인기본법 개정안이 젠더폭력 전반에 대한 유기적 통계를 담보할 수 있는 건 아니"라면서도 "젠더폭력이라고 하면 흔히 가정폭력·친밀한 관계 폭력만 주로 생각하는데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일어나는 폭력도 젠더라는 요인으로 유의미하게 바라볼 수 있다는 걸 명확히 하자는 것이다, 여성 자영업자 부문에서라도 '공신력 있는 통계'라는 좋은 선행 사례를 남길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실태 파악 다음이 대안 마련이다. 장 의원은 "예를 들면 여성 자영업자들을 위해 CCTV를 설치한다거나, 실태 파악을 위한 인력을 고용하는 등의 다양한 대책에 수반되는 재원이 있을 것"이라며 "지방자치단체장이 재원 확보의 주체자가 되어,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책임을 지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법안 발의는 시작이다. 본회의 통과가 관건이다. 장 의원은 "오마이뉴스가 처음으로 여성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젠더폭력을 취재해 기획기사로 내보냈다, 이처럼 언론을 통해 대중에게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게 중요하다"라며 "또 대선 시기이니 만큼 여성의 안전 이슈는 굉장히 주목받게 될 것이다, 디지털 성폭력은 물론 여성 자영업 젠더 폭력도 함께 주목받을 수 있도록 캠페인을 벌이겠다"라고 의지를 다졌다.

그러면서 장 의원은 "이 법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다루게 될 텐데, 같은 당 류호정 의원이 산자위"라며 "류 의원과도 교감을 나누고 다른 동료 의원들과도 공감대를 만들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젠더폭력인데 젠더를 빼고 말하라고요?"

하지만 왜 여성 자영업자만을 대상으로 실태조사 등을 하느냐는 반발이 제기될 수도 있다. 여성 자영업자보다 피해 규모는 적지만 남성 자영업자 또한 '업무방해' 등 폭력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페미니즘 리부트(대중화) 시기를 겪고 나서 다양한 백래시(사회-정치적 변화에 대해 나타나는 반발 심리 및 행동)를 마주하고 있죠. 젠더폭력인데 젠더를 빼고 말하라는 요청이 요즘 백래시의 중심 주장인 거 같습니다. 그러나 명백한 피해에 대한 접근이고 여기서 젠더를 호명하는 건 (범죄 피해자가 여성인) 젠더가 유의미한 수치로 나타나기 때문이죠. 이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또렷하게 인권이라는 가치에 기반한 목소리들을 내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권의 문제니까요. 상식적인 목소리가 시간이 걸려도 힘을 얻는다는 것을 함께 보여주는 수밖에 없죠."

그 힘을 모으기 위해, 장 의원은 여성 자영업자 당사자를 만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장에 있는 여성 자영업자분들을 직접 만나 뵙고자 합니다. 여성 자영업자 젠더폭력 당사자의 목소리를 국회가 받아안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젠더폭력이 개인화되다 보니까 사회적 의제로 다뤄지고 해결될 수 있다는 자각 자체를 못하실 수 있는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 문제는 분명히 사회 구조적 의제로 다뤄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국회에서 첫걸음을 떼고 있으니 기대해 주세요' 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차별의 문제임에도 폭력에서부터 얘기를 시작해야 하는 건 사실 굉장히 비극이죠. 하지만 가장 먼저 마주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여성 자영업자에 대한 젠더폭력 문제를 국회 차원에서 처음으로 제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처음을 잘 열어야 다음 사람은 또 다른 처음을 열 수 있겠죠. 그런 절박함으로 이 문제의 중요성을 얘기해나가겠습니다."

댓글7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