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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륭 시인이 펴낸 동시 평론집 <고양이 수염에 붙은 시는 먹지 마세요>
 김륭 시인이 펴낸 동시 평론집 <고양이 수염에 붙은 시는 먹지 마세요>
ⓒ 김륭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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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는 얼핏 어른들 손바닥 크기의 작은 지면 위에 글자들이 쭈뼛쭈뼛 몽당연필처럼 말없이 박혀 있는 메마른 풍경에 불과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이들이 그 글자들을 읽기 시작하는 순간, 동시는 하나의 우주로 변해 꿈틀거린다."

김륭 시인이 펴낸 동시 평론집 <고양이 수염에 붙은 시는 먹지 마세요>에서 한 말이다. 2007년 신춘문예에서 시·동시가 함께 당선되어 어른 시와 동시를 함께 쓰고 있는 김 시인이 등단 14년 만에 첫 동시 평론집을 펴낸 것이다.

김 시인은 빛나는 동시 작품들에 대한 소개를 비롯해, 신춘문예 수상작을 중심으로 동시의 현 주소를 진단하고, 동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방향에 대한 고민까지 책에 담았다.

책은 머리말 "아이들의 미래는 어른이 아니다"에 이어, "동심과 말(언어)과의 연애라는 것은,", "아름답고 또 아름답고 자꾸 아름답지만 아직 그 까닭을 잘 몰라서", "모두에게 말을 건네는, 결코 완성될 수 없는 세계"의 3부로 구성되어 있다.

김 시인은 "서로 다른 시각적 이미지들끼리 또는 서로 다른 청각적 이미지들끼리의 비밀스러운 조우를 시인들은 무심코 지나치지 않는다"며 "여기서 섬세한 감각의 서정적 세계가 탄생하는데, 바로 이 지점에서 잘생긴 거짓말 같은 이런 길이 생긴다"고 했다.

'동심'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은 따뜻하다. 김 시인은 "우리는 무작정 동심의 아름다움을 예찬할 것이 아니라 동심의 순수성과 그 꾸밈없는 거짓에 대해 고민하고 사유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아이들은 어른들의 욕망이 투사된 어떤 이상이나 꿈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이야기 속에는 분명 아이들의 현실을 넘어선, 혹은 어른들에게 감추고 싶은 마음들이 숨어 있다. 그것이 진심(眞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글에서 김 시인은 "정말 그렇다. 살아갈수록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른 작가로서 아이들을 '몰랐던 이야기'라고 쓴다. 그냥 그대로 하나의 우주에 담긴 이야기라고 읽는다"고 했다.

이어 "이 세계에서 끝까지 존중해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내가 '몰랐던 이야기' 즉 아이들의 마음이다. '최초의 밤'을 열어보듯 아이들의 마음을 가만히 열어본다. 어른 작가로서 끝까지"라고 덧붙였다.

"난 어딨죠?"라는 질문을 던진 시인은 "동시를 쓰거나 읽는 일은 그리 만만치 않다. 어른들이 동시를 쓰고 읽는 이유는 그럴듯한 언어로 아이들에게 뭔가를 가르쳐주거나 알려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냥 우리 모두를 위해 쓰고 읽는 것이다. 그것이 동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잃어버린 무엇을 다시 찾기 위해서는 잃어버린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이미 우리가 태어나기 전에 존재했던 사랑의 모든 시간과 장소들인지 모른다"고 했다.

이어 "그 시간과 장소들은 우리 안의 아이들과 함께 있다. 따라서 동시는 희망과 동시에 절망을, 꿈과 동시에 현실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문학이 된다"고 덧붙였다.

김 시인은 동시가 보여주는 아이들의 미래는 "아이임을 잊거나 잃지 않고 가는 길이며, 그 길에서 스스로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동시는 단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유치한 말놀이가 아니라 어린 시절을 가진 우리 모두가 읽어야 하는 문학이라고 단언한다. 동시를 쓰는 창작자이자 동시를 읽는 독자이며, 이미 훌쩍 커버린 어른이면서 마음속에 아이를 품고 사는 김륭 시인이 그 주인공이다. 그의 눈에 비친 우리 동시의 현재는 어떤 모습일까?"

책에서 시인은 "아이는 사람의 처음 모습이며, 동심은 마음의 처음 모습"인데, "듣고 보는 것이 눈과 귀로 들어와 사람의 마음속에서 주인 자리를 차지하게 되면 동심을 잃어버린다"는 중국 명나라의 사상사 이지의 <동심설>을 자주 언급하고 있다.

동심은 아이의 마음 그대로를 존중하는 것이라는 이지의 생각에 동의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인은 거기에서 더 나아가 "동시를 쓰는 시인들이나 동화를 쓰는 작가들에게 동심은 스스로를 사랑하는 일"이라고 역설한다.

"아동문학이란 아이들에게 배달되는 어른의 마음이다. 세상이 아무리 변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사람의 마음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라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상상력이란 것도 대단한 창조력이 아니라 '나와 다른 세상과 사람이 되어보는 힘'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아이들의 세계에는 현실과 공상의 경계가 없다. 그 어떤 시공간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김륭 시인은 특히 경계하는 것이 동심을 핑계로 하여 어설픈 도덕이나 교훈으로 동시를 치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책에는 다른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글이 담겨 있다. 김 시인이 이안, 송찬호, 유강희, 이상교, 김유진, 안진영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로, 이는 독자들을 이들 시인의 동시 속으로 풍덩 빠지게 하는 마법의 글이 되어준다.

김륭 시인은 2007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와 <강원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으로 문단에 나왔고, 시집 <살구나무에 살구비누 열리고>, <원숭이의 원숭이>, <애인에게 줬다가 뺏은 시>, <나의 머랭 선생님>이 있다.

그는 청소년시집 <사랑이 으르렁>, 동시집 <프라이팬을 타고 가는 도둑고양이>, 삐뽀삐뽀 눈물이 달려온다>, <별에 다녀오겠습니다>, <엄마의 법칙>, <달에서 온 아이 엄동수>, <사랑은 선생님도 일 학년>, <앵무새 시집>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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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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