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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가치가 퇴색하는 세상입니다. 뿐만 아니라 급격한 자동화로 인간의 노동 그 자체가 종말을 고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세상이기도 합니다.  마주했던 노동 현실의 민낯을 보며 현장의 관찰자이자 조율자로서 신입 노무사가 보고 겪고 느낀 것들을 독자와 공유합니다.[편집자말]
신입사원 A씨는 최근 회사에서 난감한 상황을 겪었다. 어느 날 오후 2시경 개인적인 약속이 있어 '오후 반차'를 미리 상신하면서, 당일 오전 9시에 평소와 같이 출근하여 업무를 마무리하고 오후 1시에 퇴근하겠다고 팀장에게 보고하자 생각지도 못한 답변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A씨, 반차 쓰는 건 상관없는데 중간에 30분은 쉬고 가야 해."

당황한 A씨는 빠르게 계산해 보았지만, 중간에 30분을 쉬고 오후 1시 30분에 회사에서 출발하게 되면 약속장소에 가기에는 시간이 너무나 빠듯한 상황이었다.

"팀장님, 저 적어도 오후 1시에는 회사에서 나가봐야 할 것 같은데요."
"그러면 8시 30분에 출근해서, 중간에 휴게실에서 30분 쉬고 와."


A씨는 팀장에게 4시간 연속으로 일하고 갈 수 없는지를 되물었지만, 팀장은 여전히 확고하게 고개를 저으면서 반드시 휴게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답변만을 주었다. 하는 수 없이 A씨는 약속 당일 평소보다 30분 일찍 출근하여 중간에 30분을 쉰 뒤 오후 1시에 퇴근할 수 있었다. "우리 팀장은 너무 원리원칙주의자야"라고 하면서.
  
근로기준법 상 휴게 시간

위 일화에서 팀장이 말한 30분의 휴게시간은 근로기준법 제54조 제1항에서 정한 내용을 말한다. 법은 "사용자는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주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이러한 휴게시간은 노동자들이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명령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어야만 인정될 수 있다.

얼핏 "우리 사업장에는 따로 휴게시간이 없는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9시 출근, 6시 퇴근'으로 불리는 주 40시간 노동자의 경우 12시부터 13시까지의 점심시간을 휴게시간으로 부여하고 있는 경우가 다수다. 이 시간에는 형식적으로도 실질적으로도 업무에서 벗어나 식사를 하고 개인적인 휴식을 취하도록 보장받는 것이 원칙이며, 만일 처리해야 할 업무량이 많아 점심시간에도 도시락을 먹으며 일을 했다면 (그에 대한 연장근로수당은 별론으로 하고) 그날 중 다른 시간에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부여받아야 한다.
  
쉬는 시간
 쉬는 시간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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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영세사업장에서는 휴게시간을 시업시간이나 종업시간에 맞추어 부여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잘못된 방법이다. 법에서도 휴게시간은 '근로시간 도중'에 주도록 명시되어 있으며, 휴게의 취지가 노동자들의 휴식권 및 건강 보장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반드시 근무시간 도중에 주어야만 한다.

만일 휴게시간을 전혀 주지 않았거나 법정 최소 수준에 미달하게 부여하였다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특히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위반에 따른 처벌은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을 경우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죄)가 아니므로, 설령 노동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의사표시를 하더라도 죄가 성립하게 된다.
  
[휴게시간 이슈 ①] 반차 사용 시 휴게시간

노동자들이 '일과 삶의 균형'에 관심을 갖게 된 요즘, A씨의 회사와 같이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하는 것 자체를 막거나 눈치를 주는 회사는 많지 않다. 휴가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그 휴가를 사용하는 방식도 다양해졌고, 이에 하루의 근로시간 중 오전 또는 오후에만 출근하는 이른바 '반차(반일 단위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고용노동부는 취업규칙 등 회사의 내규에 정해진 바가 있다거나 당사자 간의 합의가 있는 경우 '반차' 또는 시간 단위의 연차를 사용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근기 68207-934, 2003-07-23). 이에 따라 하루 8시간씩 5일, 주 40시간 일하는 노동자들의 연차유급휴가 1일을 시간으로 환산하면 8시간이기 때문에, 반일의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하면 4시간만을 쉴 수 있다.

이는 노동자들의 편의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훌륭한 휴가제도이지만, 문제는 연차유급휴가의 사용과 휴게시간과의 관계를 미처 고려하지 못한 사업장이 많다는 점에 있다. 휴가를 낸 노동자 스스로 자기 사정에 따라 4시간을 연속으로 일하고 곧바로 퇴근하기를 희망한다면, 누가 봐도 그렇게 허용하더라도 노동자의 의사에 반하지도 않고 불리하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 보니 별 문제가 없으리라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엄밀히 말하면 틀린 말이다. 법은 예외규정이 없는 한 원칙만이 적용되므로, 하루 8시간 중 4시간을 '반차'를 사용하여 일하지 않기로 하였더라도 남은 4시간에 대해서는 30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주어야 함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최초의 사례처럼 A씨가 자신의 사정에 따라 명시적으로 요청하였더라도, 팀장의 예외 없는 대처가 법을 준수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며 만일 휴게를 부여하지 않는 경우 A의 요청 여부와 상관없이 회사는 처벌 대상이 된다.
  
[휴게시간 이슈 ②] 일 4시간 이상 연장근로 시 휴게시간

반대로 A씨가 중요한 프로젝트 때문에 휴가 다음날 일 4시간의 연장근로를 한 경우에도 휴게시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일 8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에 대해서도 근로기준법 제54조에 따른 휴게시간이 부여되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근로조건지도과-722, 2009-02-06).

때문에 하루 소정근로시간을 모두 채우고도 부득이 잔업 처리를 위해 연장근로를 하게 되면, 연장근로시간이 4시간을 넘는 순간 30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가져야 한다.

이는 실무적으로 지키기 어려운 경우가 훨씬 많다는 점에서 의도하지 않게 법 위반이 발생할 수 있다. 생산 단위가 정해져 있는 단순생산직이나 건설업 노동자 등의 경우 사전에 몇 시간의 연장근로가 필요한지를 계산할 수 있겠지만, 대다수의 지식노동 사업장에서는 오늘 야근을 하게 될지, 하면 몇 시간을 하게 될지 감도 잡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특히 일 연장근로시간이 4시간이 넘어버린 상황이라면 법적으로는 그 시점부터라도 최소 30분 이상을 강제적으로 쉬어야 하거나, 딱 4시간 만에 끝낸 경우라면 소급하여 쉬는 것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이 되므로 사실상 노동자들에게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할 일이 산더미 같은데 회사에 더 오래 체류하게 되다 보니, 노동자의 휴식권과 건강을 보장하겠다는 원래 법의 취지 또한 흐려지게 된다는 점도 문제다. 

다른 방식의 휴게시간 고려해야

그렇다면 다른 나라의 경우에는 어떨까? 생각보다 우리나라와 같이 근로시간 도중에 휴게시간을 부여해야 한다고 정한 나라들은 많지 않고, 그 휴게시간의 길이도 길지 않다. 미국이나 캐나다의 경우 법정 휴게시간이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으며, 노동선진국으로 불리는 독일마저도 '노동시간법'에 따라 일 근로시간이 6시간 초과 9시간 이하인 경우 30분 이상, 9시간 초과의 경우 45분의 휴게를 부여하도록 하고 있어(법 제4조) 얼핏 우리의 법제에 하회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방식으로 노동자의 '휴식할 권리'를 보장하는 규정이 있다. 독일은 같은 법에서 각 근로일 사이에 11시간 이상의 연속된 휴게시간이 부여되어야 한다는 규정을 통해 '퇴근 이후의 휴게'를 보장하고 있다. 영국 또한 '근로시간 중 휴게(rest breaks at work)'뿐만 아니라 '일 단위 휴게(daily rest)'를 통해 11시간 이상의 연속휴게를 규정하고 있다.

우리 법제 또한 최근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1개월 초과 단위 선택적 근로시간제(제52조 제2항 제1호)'나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특례업종(운송업, 보건업 등, 제59조 제2항)'에 이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방법은 지식노동·서비스노동 등 다수의 업종에서 근로시간을 사전에 예상하기 어렵다는 점에 착안하여, 근로시간별로 휴게시간을 일률적으로 보장하기보다는 사용자의 지휘·명령에서 벗어난 시간에 휴식이 충분히 보장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에서 비롯된다.
 
중간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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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산업안전이라는 측면에서 연속적인 노동이 인체에 미치는 수많은 유해점이 드러난 현실에서, 단순히 양적으로 '주 52시간'을 초과하여 일하지 못하게 하는 것만큼이나 그 52시간을 어떻게 분배하는지에 대한 '질적인 고민'에서 이러한 휴게규정이 탄생하였다.

따라서 위의 사례처럼 소정근로시간만을 일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 이상의 모든 경우에까지 '근로시간 중 휴게'를 강제하는 것은 오히려 노동자의 실질적인 휴식권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다른 방식의 휴게규정을 적용해야 한다.

법상 휴게규정을 개정하여 근로시간 중 휴게는 '사전에 일하기로 예정된' 소정근로시간만을 일하는 때에 한하여 적용하고, 그 외에는 차라리 "빨리 집에 보내서" 제대로 쉴 수 있게 하는 것이 어떨까? 스스로도 노동자인 입장에서 이런 방법이 노동자의 휴식권을 제대로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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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조은노무법인 공인노무사, HR컨설턴트(위장도급/산업안전보건 등) // 前 YTN 보도국 영상취재1부 영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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