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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이 현장의 예방대책으로 기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중대재해 발생 현황 파악, 그에 대한 조사 및 수사 내용, 판결을 확인하고 각 재해에 대한 재발방지대책이 어떻게 수립되고 이행되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사진은 지난 4월 민주노총 노동자 건강권 쟁취 투쟁의달 집회 현장.
 중대재해처벌법이 현장의 예방대책으로 기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중대재해 발생 현황 파악, 그에 대한 조사 및 수사 내용, 판결을 확인하고 각 재해에 대한 재발방지대책이 어떻게 수립되고 이행되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사진은 지난 4월 민주노총 노동자 건강권 쟁취 투쟁의달 집회 현장.
ⓒ 호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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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 그중에서도 중대재해를 바라보는 시선은 참으로 다양하다. 안타까운 개인의 불운 정도로 보는 시선이 있는가 하면 경제발전이나 기업 운영에 있어 불가피한 비용으로 바라보는 냉혹한 시선도 있다.

우연한 사고나 작업자의 실수로 사안을 축소하는 시선을 넘어, 일터에 내재한 구조적 위험이 현실화된 결과, 즉 '기업살인'이라는 안전범죄로 이를 바라보는 시도들이 이어졌고, 그것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의 주된 배경 중 하나이다.

또 다른 입법 배경은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적용 실태에 대한 반성적 고려이다. 산안법의 주요한 조치의무 주체는 '사업주'이나, 대부분의 사업주가 법인이어서 실제 조치의무위반 행위자는 사업주가 아닌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기업의 규모가 크거나 사업장이 지역별로 분산·배치되어 있는 경우 건설현장 또는 공장별로 안전보건관리책임자가 선임되어 있고, 이에 실무상 법인의 대표이사가 아닌 현장소장이나 공장장을 행위자로 특정한다는 것이다. 이는 행위자가 사업장에서 어떠한 안전·보건조치의무위반이 있는지 인식하고 있었음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인데, 결국 중대재해가 다발하는 대규모 사업장일수록 그 책임 소재를 의사결정 구조의 중간이나 아래에서 찾게 되는 실무 관행이 사실상 굳어진 것이다.

반면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산업재해 발생에 대한 '경영책임자 등'의 의무와 책임을 명시함으로써 산안법상 책임 소재의 실무상 한계를 극복하려는 입법 취지를 뚜렷이 밝히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활용법

그렇다면 우리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할 것인가. 먼저 법상 보호대상을 살펴보면, 현행 산안법은 근로자, 수급인의 근로자, 일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그 보호대상을 한정한다. 여기서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에서의 근로자와 동일하게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법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그 계약의 형식이 민법상의 고용계약인지 또는 도급계약인지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법리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가장 좁은 범위의 '근로자' 개념을 산안법상 보호대상의 개념으로 가져왔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가령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보다 넓은 범위로 본다).

산안법이 전부개정되면서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이라는 개념이 산안법에 들어왔지만, 법의 목적, 산업재해 정의 등 일부 규정에만 적용되었을 뿐 그 개념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규정이 없고, 실질적으로 법령의 내용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규정들은 여전히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다. '일부' 배달종사자(법 제78조)와 '일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법 제77조)에 대해서는 '근로자'와 차별되는 별도의 조치를 극히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반면 중대재해처벌법은 근로자, 노무를 제공하는 자, 수급인, 수급인의 근로자 및 노무제공자를 모두 포괄하는 '종사자'라는 개념을 새롭게 규정하고 있다(법 제2조 제7호). 여기서 노무제공자는 "도급, 용역, 위탁 등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사업의 수행을 위하여 대가를 목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정하고 있어 ▲ 직종을 불문하고 ▲ 복수의 사업, 일시적인 노무제공자도 포함되며, ▲ 노무를 제공할 때 타인을 사용하더라도 무방하다.

따라서 ▲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종에 종사할 것, ▲ 주로 하나의 사업에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할 것, ▲ 노무를 제공할 때 타인을 사용하지 아니할 것이라는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 산안법상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개념(제77조)보다 넓은 개념이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사업이 여러 차례의 도급으로 이루어지는 경우 각 단계의 수급인 및 수급인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수급인의 노무제공자도 종사자에 포함된다.

다음으로 법상 의무주체를 누구로 두고 있는지에 있어 두 법은 차이가 있다. 산안법은 사업주를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하는 자"로 정의하고 있다(제2조 제4호). 사업주는 근로기준법상의 의무주체인 사용자와 달리 사업경영 이익의 실질적 귀속주체를 의미하는데, 마찬가지로 사업주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자로 한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를 "자신의 사업을 영위하는 자, 타인의 노무를 제공받아 사업을 하는 자"로 규정한다. 이 법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하는 자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타인의 노무를 제공받아 사업'을 하면 족하므로 산안법상 사업주보다 그 범위가 넓다.

예컨대 노무제공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사용관계 내지 고용관계에 있는지가 불분명한 경우, 산안법상 사업주 여부는 해당 노무제공자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인지 따져야 하므로 다툼의 여지가 있지만,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사업주에 해당함은 명백하다.

이처럼 산안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은 각 법상 보호대상과 의무주체를 달리 두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기존 산안법에 근거한 많은 제도들의 상당 부분을 활용하는 식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산안법은 어디까지나 '근로자'와 '사업주'를 중심으로 보호대상과 의무주체를 각 규정한 제도이기 때문에 '종사자'와 광의(廣義)의 '사업주'를 고려한 전면적인 재검토 및 확장 없이는 그것만으로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를 대체할 수가 없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의 보호대상과 의무주체에 기반해서, 산안법을 넘어선 중대재해처벌법 시대의 예방대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현재 이 사업장에 적용되고 있는(적용되어야 하는) 산안법상 각 제도를 중대재해처벌법의 개념에 맞추어 재검토해보는 것이다.

또한 해당 산업현장의 구체적 실태에 비추어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구체화하고 이를 반영해 중대재해 예방대책을 수립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가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개인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이 종사자에 대한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부담한다고 하면서, ▲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에 관한 조치, ▲ 재해 발생 시 재발방지 대책의 수립 및 이행에 관한 조치, ▲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가 관계 법령에 따라 개선, 시정 등을 명한 사항 이행에 관한 조치, ▲ 안전·보건 관계 법령상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로 구체화하고 있다(제4조 제1항).

결국 안전·보건 확보의무의 구체적 내용은 작업의 내용과 성격, 그에 내재된 위험의 내용, 재해발생 전력과 빈도, 예상 가능한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안전조치에 이르렀는지 여부 등을 충분히 살필 때 비로소 파악할 수 있다.

법 이행 통해 예방대책 마련을

대법원은 산안법상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할 때 다음과 같이 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개별 조항에서 정한 의무의 내용과 해당 산업현장의 특성 등을 토대로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목적, 관련 규정이 사업주에게 안전·보건조치를 부과한 구체적인 취지, 사업장의 규모와 해당 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의 성격 및 이에 내재되어 있거나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안전·보건상 위험의 내용, 산업재해의 발생 빈도, 안전·보건조치에 필요한 기술 수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 규범목적에 부합하도록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아가 해당 안전보건규칙과 관련한 일정한 조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산업현장의 구체적 실태에 비추어 예상 가능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인 안전조치에 이르지 못할 경우에는 안전보건규칙을 준수하였다고 볼 수 없다. 특히 해당 산업현장에서 동종의 산업재해가 이미 발생하였던 경우에는 사업주가 충분한 보완대책을 강구함으로써 산업재해의 재발 방지를 위해 안전보건규칙에서 정하는 각종 예방 조치를 성실히 이행하였는지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1. 9. 30. 선고 2020도3996 판결)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 이행 여부를 판단할 때도 이와 같은 법리가 적용될 수 있을 것인데,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에 앞서 예방의 국면에서도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정하고 있는 각 조문을 최대한 형식적이고 소극적으로 해석하려는 움직임과 어떻게 하면 큰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면피할 수 있을지를 궁리하는 이들의 노력은, 적어도 대법원 판례에 비추어 법적 타당성이 결여되어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현장의 예방대책으로 기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법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대응이 필요하다. 각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의 중대재해 현황을 추적, 관리하는 것이 시급하다. 중대재해 발생 현황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조사 및 수사 내용, 판결을 확인하고 각 재해에 대한 재발방지대책이 어떻게 수립되고 이행되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예방을 위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그 요구 내역을 기록하여 남기자. 특히 재해가 반복·다발하는 사업장에서는 동종 업종의 유해위험요인에 대한 안전보건 확보 조치도 검토해야 한다. 결국 중대재해처벌법 입법의 한 걸음은 현장의 노동안전 활동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이자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이신 박다혜님이 작성하였습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잡지 <일터> 12월·1월호(합본호)에 연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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