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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수석 시절의 김거성 목사
 시민사회수석 시절의 김거성 목사
ⓒ 김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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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거성 목사는 연세대 2학년 시절인 1977년 10월, 유신독재를 비판하는 교내 유인물 사건으로 박정희 독재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투옥되었고, 구치소내 옥중투쟁으로 추가로 기소되었다가 1979년 8.15 특사로 석방되었다. 하지만 다음해인 1980년 8월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경찰에 잡혀가 고문당하고 다시 옥고를 치른다.

당시 그의 면회를 간 모친은 "차마 아들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 볼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아들의 멀쩡했던 얼굴이 "폭행과 고문으로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면회를 왔던 모친에게 쇠창살 너머로 그는 이렇게 이야기 했다. "복학생들을 다 잡아다 놓고 서로 이간질을 시키는데 견딜 수가 없어요. 목사가 되려는 내가 뒤집어쓰고 재판받고 나갈게요. 다시는 면회 오지 마세요."(관련기사 : 문 대통령에게 막말하는 전광훈, 이건 알고 있나? http://omn.kr/1pk1l)

그는 지난 1999년 한국투명성기구의 창립을 주도했고 그 후 부패청산을 우리나라 시민운동의 주요한 영역으로 만들었다. 그 후 국제투명성기구 이사, 경기도교육청 감사관으로 사립유치원 비리를 파헤쳐 온 국민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관련기사 : "사립유치원, 교육청에서 손댈 수 없는 '성역'이었다" http://omn.kr/1baak)

김 목사는 지난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문재인 대통령 수석비서관을 지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최근에 <그날이 오면: 평화와 정의를 위한 증언록>을 펴냈다. 이 책에는 지난 2020년부터 2021년까지 경기도 구리시 한국기독교장로회 구민교회에서 김거성 목사가 설교로 증언한 내용들이 담겼다. 다음은 지난 10일부터 15일까지 이 책과 관련해 그와 인터뷰한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 책에서 예수의 오병이어 기적을 1970년대 전태일이 여공들에게 풀빵을 사줬던 이야기와 연결한 것은 아주 감동적이었다. 최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전태일 동상을 방문한 뒤 묵념까지 해 회자가 되기도 했다.
"풀빵을 사주고 자기 양말을 벗어주던 전태일이었다. 가장 밑바닥 사람들의 어려움에 대한 최소한의 공감능력을 갖춘 것이 전태일 정신이다. 그런데 전태일 동상을 방문해 묵념까지 한 이가 헌법에도 있는 최저임금제를 없애고 주 52시간 근무제도 없애겠다고 하니… 노동3법을 시행하라고 온몸을 불사른 전태일 정신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모욕하는 모습에 슬픔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온갖 선전선동으로 유권자들을 현혹시켜 일시적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는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미운 생각을 교활하게 감추고 있다 하여도, 그 악의는 회중 앞에서 드러나기 마련'(잠 26:26)이라는 것이 성서의 교훈이다."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 동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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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70~1980년대 박정희-전두환 정권 아래서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옥고를 치르는 등 많은 고난을 당했다. 당시 기독교 신앙이 그런 고난을 극복하는데 어떻게 도움이 되었는지.
"더 심한 고난을 겪고 심지어 생명까지 잃은 분들이 많이 계신데, 내가 겪은 고난이야 아무 것도 아니다. 내게 기독교 신앙은 진리와 정의가 결국 이길 것이라 여기고 끝까지 버틸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희망의 원천이다."

- 지난 1980년대부터 김재준 목사나 함석헌과 가까웠는데 이 분들로 부터 받은 영향이 있다면?
"1980년대 초 김재준 목사님을 모시고 며칠 동안 통일전망대 등 영동지역을 관광했다. 다녀온 후 휘호를 써 보내주셔서 감사 인사를 드리러 간 자리에서 아내가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르침'을 목사님께 여쭈어 보았는데, 거침없이 "'예' 할 때 '예' 하고, '아니오' 할 때 '아니오' 하라"고 답하셨다. 예수께서 가르치신 정말 간단한 말씀인데, 현실에서 이를 지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하며 지금까지 따르려 하고 있다. 함 선생님께서 '씨알'을 말씀하실 때, 그분을 통해 역사의 주인공에 대한 신뢰를 배웠다."

- 어떤 이들은 '만약에 신이 있다면 이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많은 온갖 차별과 불균형, 불평등, 불의가 넘치는가?'라며 '신은 없다, 신은 죽었다'라고 주장한다. 이 분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신이 없는 것이 아니라, 온갖 불의와 차별, 소외 등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의 그 수난의 현장에 신이 함께 계시는 것이다. 오히려 신이 없다고 생각할 때 이웃이나 자연을 자기 욕심을 채우는 수단으로 아무렇게나 대하는 것 아닌가? 신은 그 아우성 소리를 듣고 해결해 주시는 분임을 성서는 증언한다. 생명과 평화, 정의로 응답해 주실 것임을 믿고 뚜벅뚜벅 행진해 나갈 때, 문득 옆에서 우리와 함께 어깨를 걸고 있는 그분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목사님에게 예수는 어떤 존재인가?
"예수는 이웃 사랑을 위해 십자가에 달렸고, 또 오늘 우리 역사 현장에서 십자가를 지고 함께 고난을 겪고 있는 우리의 동지가 되는 분이다. 그렇지만 그리스도이신 그분은 부활하셔서 우리의 승리의 예표가 되셨다. 물론 우리가 감당해야 할 책임에 비한다면 우리의 실천이나 성과는 보잘것없겠지만, 하나님은 예수를 따르려는 믿음, 즉 우리의 삶의 자세를 보고 우리를 받아 주실 것이다."

- 지난 2019년 독일에서 한 여론조사를 보면 가톨릭교도 중에서 신은 믿지만, 예수의 부활을 믿지 않는 사람이 39%, 개신교 교도들은 42%로 나타났다. 목사님은 예수의 부활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교회에서 세례교육을 하는데 한 분이 자신은 도저히 예수의 부활만은 믿지 못하겠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물론 예수의 부활은 처음에는 사실 제자들에게까지도 어처구니없는 말로 들렸을 정도로 믿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탐욕에 절어 있는 삶을 살면서도 예수가 의학적으로 죽었다가 살아난 것만 믿는다고 한다면 그것을 어떻게 진정한 부활신앙이라 할 수 있겠는가? 부활은 '추체험'(追體驗, 다른 사람의 체험을 자기 체험처럼 느끼는 것)이다. 그분이 다시 '일어나셨다'는 것을 깨닫고 변화되어, 그분이 걸어간 십자가의 길을 당당하게 함께 걷는 일이다."
 
1984년 장공 김재준 목사를 모시고 강원도 여행에서
 1984년 장공 김재준 목사를 모시고 강원도 여행에서
ⓒ 김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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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문기술자 이근안,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라던 전광훈, 모두 목사라고 한다. 또 과거 공안검사이자 '황제의전'으로 유명세를 날렸던 황교안도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알려져 있다. 오늘날 한국기독교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고 이 문제점들을 기독교인들이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문제는 쉽게 드러나기 때문에 부분을 보고 전체를 매도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예수가 3년 동안 공동생활을 하며 친히 가르치셨던 열 두 제자 중에도 가룟 유다와 같은 배반자가 있지 않았는가? 통계적으로만 보면 교인들 가운데 최소한 12분의 1은 문제적일 수 있다. 옛날에 어떤 며느리가 쌀을 대충 씻고 밥을 했더니 돌이 더러 씹혔다. 고약한 시어머니가 밥에 돌이 많다고 야단을 쳤다. 며느리의 대답의 걸작이었다. '어머님, 그래도 돌보다 쌀이 더 많아요.' 모든 종교에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

한국기독교가 문제점도 많지만 나는 도처에 신실한 목사와 신자들이 더 많다고 믿는다. 성경은 이들을 '숨은 의인들'이라고 한다. 다행히도 나는 앞에 언급된 교계 어른들을 가까이에서 모실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건 전적으로 고 전학석 목사님 덕분이었는데, '목사에게 설교를 많이 또 잘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설교한대로 실천하는 것'이라는 그 분의 가르침이 내게 평생의 과제가 되었다. 

진정한 기독교 신앙은 어떤 무엇보다도 오로지 하나님을 사랑하고 섬기는 것이다. 그렇게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 개신교 문제는 신앙과 생활의 괴리, 즉 실천하지 않는 죽은 믿음에서 찾아야 한다. 자신의 헌신이나 희생은 회피하면서 선전선동으로 남들 앞에서 지도자임을 자처하고 나서는 경우가 많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진실한 신앙인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기독교의 본질을 드러내는 수밖에 없다."

- 최근 '과연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브라질처럼 후퇴해 버리고 말 것인가?'라는 우려가 많은데 우리 국민과 정부는 어떻게 민주주의의 걸림돌을 제거 할 수 있을까?
"브라질 사례처럼 정치검찰이 우리나라에서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론 그처럼 기울어진 권력기관들이나 일부 언론, 유튜브 등 SNS에서의 선전선동이 위세를 떨치고 있음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촛불' 정신이 이를 용인할 까닭이 없지 않은가? 정부의 역할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법률이나 제도를 새로 도입하는 것도 그 성과를 보기까지는 긴 세월이 필요하다. 오직 깨어있는 시민들이 선거나 권력, 기관 등의 제도의 사유화나 부패를 막아내고 공공성을 지켜낼 '희망의 근거'라 믿는다."

- 최근 적지 않은 20~30대가 기성세대보다 정치적으로 보수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이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보수나 우파나 진보 좌파야 선택할 가치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그런데 문제는 기득권에 매몰되어 회칠한 무덤처럼 거짓과 위선, 자기모순이 판치는 데 있다. 그 과정에서 약육강식의 논리가 횡행한다. 이는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자세를 갖춘 참된 민주시민으로 키워내지 못한 후과를 치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제라도 우리나라 교육이 개인적 인격의 도야나 자주적 생활능력 뿐만 아니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도록 기본을 찾아 나가야 한다."

- 목사님의 책에 가톨릭 신부님, 나아가 불교 스님까지 추천사를 써 준 것을 보고 놀랐다. 또 '심공'이라는 호까지 받았는데 맘에 드는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이신 지선 스님은 지난 1987년 거제 옥포에서 처음 만나 뵌 이후 종단의 차이를 넘어 지금까지 민주와 개혁을 위해 함께 하고 있다. 한완상 박사님이 나를 장공 김재준 목사의 제자라며 '긴 비움'(長空)을 이어 '깊은 비움'(深空)의 삶을 신나게 살라고 격려해 주셔서 감사하게 여긴다."

- 책 제목이 '그날이 오면'인데 목사님에게 '그날'은 어떤 날이고 또 언제 '그날'이 온다고 보는지?
"성서에서 '그날'은 이른바 '크로노스', 즉 수평적인 시간상의 어느 특정한 시점을 말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시간의 연속선상에 신이 수직적으로 개입하는 그런 현장, 즉 '카이로스'를 말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굳이 설명을 보태면, 하나님의 뜻이 지배하는 상태를 '그날'이라고 하겠다. 나아가 누가, 어떻게, 또 무엇을 바꾸는가 하는 관점에서도 볼 필요가 있다. 열정적으로 '그날'을 갈구하며 실천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그날이 바로 지금이기도 하다. 하나님 나라는 이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삶의 목표로 그들 가운데 현존하고 있는 것이다."

태그:#김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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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국민권익위윈회 청렴포럼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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