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구글 포토가 한 번씩 2년 전의 오늘을 알려줄 때가 있다. 알림으로 핸드폰에 뜬다. 오늘 보여준 한 장의 사진을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보게 되었다. 돌아가신 할머니께서 평소 좋아하시던 방어 회 사진이었기 때문이다.
 
깻잎, 미나리, 김, 깻잎, 상추와 깻잎이 보인다.
▲ 방어 한상 깻잎, 미나리, 김, 깻잎, 상추와 깻잎이 보인다.
ⓒ 최원석

관련사진보기

 
바야흐로 방어의 계절이다. 코로나 이전에 12월이 되면 경남 양산에서 횟집을 하시는 고모집에서 삼촌들과 가족들이 모두 모였다. 모여서 주문하는 음식은 항상 두 가지였다. 제철을 맞는 과메기와 바로 이 방어 회였다.

지금은 돌아가신 할머니께서는 이 방어 회를 매우 좋아하셨다. 고모님도 할머님께 이 겨울 방어 회를 많이 드시라고 권했다. 방어는 기름기가 많아 고소하고 식감이 부드러워 어린이와 노인도 편히 먹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방어는 식감이 참치 못지않다. 겨울 방어를 고모님이 최고의 횟감이라고 권하는 이유다. 12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 방어는 제철을 맞는다. 그래서 고모가 겨울 방어라고 칭하는 것이다.

실제로 할머니께서 겪고 계시던 뼈 엉성증(골다공증)에도 도움이 되는 음식이 이 방어 회였다. 비타민 D와 E가 들어있어 할머니의 노화 방지와 피부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는 음식이 바로 이 방어 회였다.

할머니가 앓고 계신 기저질환이던 고혈압과 당뇨에도 이 방어 회는 효능이 있었다. 바로 DHA와 EPA 같은 불포화 지방산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외에도 앞으로 할머니에게 다가올 수 있는 위협인 동맥경화와 뇌졸중, 심근 경색도 예방하는 효과가 있었다. 삼촌들과 고모가 메뉴를 방어로 선정한 것은 이러한 효심이 방어 회에 녹아 있는 것이었다.

내가 방어 회라는 소리를 들으면 삼촌들과 할머니, 그리고 가족들이 떠오르는 이유가 이거다. 연말이면 두루 모여 방어 회를 넘치도록 즐겼기 때문이다. 부산에 방어 회를 취급하는 횟집들은 대부분 아래에 얼음을 가득 채운 용기 위에 제공 한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도 갓 썰은 듯한 식감을 유지할 수 있다.

부산에서는 총 8가지 부위로 방어를 즐긴다. 등살, 뱃살, 사잇살, 가마살, 아가미살, 이맛살,  배꼽살, 그리고 대 방어의 내장을 뜻하는 대창으로 즐긴다. 내장을 손질해서 데쳐서 나온다. 참기름 장에 찍어 대부분 고소한 맛으로 많이 먹는다.

방어는 먹는 방법도 다양하다. 초밥을 쥐어 고추냉이와 함께 나오는데 뱃살이나 배꼽살을 초밥으로 먹기도 하고 참기름 장에 찍어 먹기도 한다. 초장을 찍어 먹기도 하는데 기름이 많은 생선의 특성상 부산 사람들은 대 방어를 초장에 잘 찍어 먹지 않는다.

함께 차려내는 한 상에는 씻은 묵은지와 김, 그리고 무순과 고추냉이 간장이 포함되어 나오는데 부산에서는 보통 묵은지에 방어 회를 싸고 다시 김을 두르며 무순을 올려 고추냉이 간장에 찍어서 먹는다.
 
사진은 소 방어로 분류가 되는 3kg 이하의 방어다.
▲ 수족관 안의 방어 들이다. 사진은 소 방어로 분류가 되는 3kg 이하의 방어다.
ⓒ 최원석

관련사진보기

 
보통 5kg 이상의 방어를 대 방어라고 일컫는다. 10kg가 넘어가는 대 방어를 최고로 친다. 3kg 이상은 중 방어. 그 이하는 기준이 아예 없다. 소 방어로 통칭한다.

방어는 버릴 것이 없다. 회를 뜨고 남은 살을 일컫는 서더리조차 풍성한 생선이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이 매운탕을 일명 지리로 많이 드셨다. 지리는 소금 간만 해서 담백하게 끓여내는 탕을 부산과 경남에서 부르는 말이다. 

대 방어는 육수가 다른 탕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 이유는 뼈가 굻고 기름기가 많기 때문이다. 다른 생선의 탕에서는 쉬이 이 맛을 찾기 힘든 이유다.

방어는 해수욕장으로 유명한 부산의 다대포에서 7km 떨어진 목도와 북형제도 그리고 남형제도의 라인에서 루어 낚시인 훌치기 하는 방법으로 많이 잡는다. 여기서 잡은 대 방어를 최고로 치는 이유가 있다. 먹이가 많고 물살이 세서 방어의 살이 탱탱하며 탄력이 있고 윤기가 흐르기 때문이다.

늦가을부터 제주도 해역도 방어가 잡힌다. 이들 해역에서 잡히는 방어들은 그 개체 수와 맛이 12월 중 정점을 찍는다. 이는 이듬해 1월까지 이어진다. 방어가 이 제주 해역과 남해 해역을 아우르는 이곳들에서 이 시기에 많이 잡히는 이유다.

그리고는 산란(2∼6월)을 위해 대만 해역으로 회유한다. 이후에는 러시아 일대의 캄차카 반도를 향한다. 이 해역에서 여름을 나고 다시 돌아와 우리 식탁에 오르는 것이다.
 
구글 포토가 알려준 2년 전 오늘의 기억과 사진이다.
▲ 대 방어 회 구글 포토가 알려준 2년 전 오늘의 기억과 사진이다.
ⓒ 최원석

관련사진보기

 
나에게는 방어 회가 할머니이고 할머니가 방어 회라고 여겨질 정도로 이 대 방어 회 한 접시에 할머님과의 추억이 많이 녹아있다. 그 할머니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추천을 드려본다.

올 겨울 연말의 메뉴로 탱탱한 대 방어 회가 어떠신가 제안을 드려 본다. 드시고 싶으신 분들이나 대 방어 회에 관해 궁금해 하실 독자 님들을 위해 횟집 40년 경력의 고모님께서 대 방어 회를 적극 추천 하시던 말씀을 전한다. 그 말씀을 전하며 글을 마친다.

"가을 전어요? 봄 도다리요? 참치 회요? 아니요. 저는 무조건 대 방어를 추천합니다. 지금 김과 미역 등이 다 죽어서 어류들 가격이 많이 오르기는 했지만 비싼 돈을 주고서라도 꼭 한번 여러 분의 인생에서 만나보기를 바라는 횟감이 바로 대 방어예요.

어제도 손님이 오셨었는데 지난 겨울 타지에 있어서 이 방어를 먹지 못했다 하셨어요. 그런데 1년을 후회하며 기다리셨데요. 그런  귀하고 맛있는 횟감이 바로 이 대 방어 회입니다. 연말 메뉴로 강추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추후 기자의 브런치에 실릴 예정입니다.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랫동안 자영업자님들을 컨설팅하며 요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현재는 콘텐츠 디자이너이기도 합니다. TV에 출연할 정도로 특별한 아기 필립이를 '밀레니얼 라테 파파'를 지향하며 '감성적인 얼리어답터 엄마'와 하필 이 미칠 코로나 시대에 키우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와 관련한 분야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