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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러분의 삶에 가장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지 생각해본 적 있나요?  앞으로 5년간 우리 삶을 좌우할 20대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두 달여에 걸쳐 국민이 어떤 공약을 원하는지, 지금 각 분야엔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대신 전달하려고 합니다.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도 환영합니다. '2022 대선 정책오픈마켓', 지금부터 영업을 시작하겠습니다. [편집자말]
군 생활 당시의 필자(2018년). 필자는 24개월의 군 생활동안, 한반도의 위기와 평화 무드 모두를 경험해볼 수 있었다.
 군 생활 당시의 필자(2018년). 필자는 24개월의 군 생활동안, 한반도의 위기와 평화 무드 모두를 경험해볼 수 있었다.
ⓒ 박광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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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학군단을 수료하고 해병대 소위로 임관했던 나는 당시 남북간 고조되고 있던 한반도 내 위기상황을 군 부대 현장에서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었다. 북한에서 미사일이 발사되고 핵 실험이 강행될 때마다, 내가 근무하던 연대 본부 장병들의 표정에 드리워진 그늘은 더욱 깊어졌다. '적' 서측 지역에 대한 '강제진입작전' 개시가 교범 속 활자를 넘어 현실이 될 것만 같았다.

나는 임관 전부터 줄곧 김정은과 그 가족을 정점으로 하는 북한의 독재정권에 대해 강한 반감을 갖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한반도 위기 상황이 하루속히 충돌 없이 종식되길 기원했다. 소위 '조선인민군'을 궤멸시키고 평양을 접수하는 데 성공한다 한들, 전쟁으로 삶을 잃은 시민들의 아픔은 그 무엇으로도 치유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날 북한의 위협을 빌미로 공안 정국을 조성하고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해왔던 위정자들의 존재를 떠올리며 생각했다. 이들이 소속 정당의 표를 구하고자 대중을 선동한 대결의 길이, 결국 무고한 이들을 고통받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 것이라고 말이다. 그렇기에 문재인 정부가 판문점과 평양에서 북한 정권 지도부를 만나고 평화를 논의했을 때, 나는 가슴으로 정부 여당의 대북 정책을 응원했다.

증오 말고 '미래' 

북한 정권은 1950년 6월 25일 전격적인 남침을 시작으로, 숱하게 한국 국민의 생명을 위협해온 주체다. 그러나 그 사실로부터 적의와 증오를 뽑아내며 표를 얻었던 과거의 정권들이 결과적으로 대결과 위기 이외에는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북한 지도자와 만나 '남침의 책임' 즉 과거가 아닌, '미래'와 '번영'에 대해 논의했던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다. 적어도 상대에 대한 적대감을 빌어 지지를 호소하던 이전의 지도자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지지했었기에, 과거 문 대통령의 입에서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겠다"라는 말이 나왔을 때 나는 크나큰 실망감을 느꼈다. 2019년 이른바 강제징용노동자 문제에 관한 대법원 판결에 대해 일본 정부가 사실상 보복 조치를 취하면서 한일관계가 한창 악화하던 시기의 일이다. 대중들 사이에서 이른바 '노재팬 운동'이 벌어질 정도로 반일·혐일 감정이 고조되고 있던 때, 대통령은 식민통치기의 굴욕을 상기시키며 결집을 호소했다. 
 
2019년 8월 2일,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 정부가 안보상 수출심사 우대국가 목록에서 한국을 제외시키자 "우리는 다시는 일본에게 지지 않을 것이다"고 발언하였다.
▲ 문재인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을 전하는 청와대 홈페이지 2019년 8월 2일,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 정부가 안보상 수출심사 우대국가 목록에서 한국을 제외시키자 "우리는 다시는 일본에게 지지 않을 것이다"고 발언하였다.
ⓒ 박광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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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기간 내내 북한의 도발에 한없는 관대함 또는 인내로 일관했던 정부여당이 사태 수습보다는 대중들 사이에 팽배한 적대 감정에 편승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은 무척이나 의외로 느껴졌다. 2020년 6.25 70주년 기념사에서까지 일본을 겨냥한 듯 '전쟁특수를 누린 나라들'을 언급하는 대통령을 보며, 무엇인가 단단히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관련 기사: 문 대통령 "종전 노력에 북한도 담대히 나서길").

북이 남침의 주체라는 언급은 빠진 자리에, 비록 의도가 선의는 아니었다 할지라도 한국전쟁 당시 대한민국을 지원하다가 사상자까지 냈던 일본을 에둘러 비판하는 발언을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했다. 북한에 대한 국민적 적의가 고조되는 것은 방지해야 하는 것이고, 일본에 대한 적의가 고조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는 얘기일까.

나는 한일간 갈등에 있어 일본 정부의 책임이 없다는 취지로 말하는 게 아니다. 남북관계를 개선하자는 주장이, 북한 정권에 대한 지지 표명과는 전혀 다른 것이듯 말이다. 나는 평화의 대의 아래서 과거 북 정권에 의한 도발을 꾸짖는 대신 미래와 번영을 이야기했던 정부가 어째서 대일관계에 있어서는 일관성을 보이지 못하는 것인지를 묻고 싶을 뿐이다.

남북 이산가족의 비애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한일 사이에도 발붙일 곳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이미 수많은 한일 국적자들이 가정을 이뤘고 그에 따라 한국과 일본을 동시에 조국으로 둔 자손 역시 늘어가고 있다.

생업이나 학술적 목적을 위해 양국을 오가는 이들과 아예 상대국에 터전을 잡고 정착한 이들까지 생각하면, 한일 사이에 끼인 사람들은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그러나 무책임하게 세를 불리는 '반일 적대감' 속에서, 혐오의 칼날은 이들 중간자들에까지 향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관련기사: 일본인을 '원OO'이라고 부르면 한일관계가 개선될까).

한일 양국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서로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관계다. 이는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통해 양국 정상이 천명한 사실이기도 하다.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당시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현재와 동일한 정치세력이 집권하고 있었음을 떠올려본다면, 2021년의 끝자락에서 느껴지는 위화감을 그냥 손쉽게 받아들이긴 어렵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1월 24일 ‘2021 중앙포럼’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1월 24일 ‘2021 중앙포럼’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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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나날이 치열해지는 각 후보들 간의 선거전 속에서, 외부의 적을 설정해 단결을 도모하는 구시대적 전술이 또다시 재현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과거 '북풍'을 타고 집권한 세력이 결코 경색된 남북관계를 타개해내지는 못했듯이, 대선 후보들이 일본에 대한 민족적 자존심을 내세운들 그것이 한일관계 타개와 개선에 도움이 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현실은 그리 낙관적이지 못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정계입문 뒤 현 정부의 대일관을 비판하며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촉구해왔지만, 정작 한일관계 개선의 당위와 방법론을 국민들에게 설득하는 작업에 있어서는 방향을 잡고 있지 못하는 듯 보인다. 이른바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유출 부정 발언'은 윤 후보의 대일관에 대한 여론의 불신을 증폭시킨 대표적인 사례다(관련 기사: 윤석열, '후쿠시마 오염수' 발언 논란에 "강경화 답 지적한 것").

이 발언이 원전 정책을 염두에 둔 것인지 대일정책을 염두에 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과학적 사실관계에 대한 검토 없이 경솔하게 나온 윤 후보의 발언은 급기야 '일본 극우에 동조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으로까지 이어진 게 사실이다. 감정적 선동 문구들 속에서 악화를 거듭했던 한일관계를 성찰하고서 회복을 지향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굴종의 오해를 감수할 필요는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분명히 이 굴종의 오해에서 자유로워 보인다. 한일관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논하면서도 독도 영유권 문제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는 그의 대일 관련 행보는 언뜻 균형 잡혀 보인다. 그러나 일본과의 대립 국면을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점에서 이 후보의 대일관은 해답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 후보는 "일본 정부에 과거사 문제 해결과 위안부 문제 사죄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못 한다"며 윤 후보를 몰아세우고, '종전선언 반대'를 "일본 정계에서 할 주장"으로 일축하며 '일본'을 다시 한번 대선 관련 여론의 기폭제로 끌고 왔다. 스스로 "개인적으론 일본 국민들을 사랑한다"(11월 25일 외신기자클럽초청 토론회)고 말하는 이 후보가, 일본에 대한 국민적 감정을 부추겨 선거에 이용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관련 기사: 이재명 "일본, 전후 독일을 좀 배울 필요가 있다").

나라의 주권을 수호하는 것은 분명 중요하다. 그러나 주권에 대한 위협을 과장해 지지여론을 결집시키고자 하는 태도는 북풍몰이를 연상시키는 냉전시대의 사고로 밖에 읽히지 않는다.

불안 부추기는 게 아니라, 비전 보여주는 대선후보 

일본 열도는 결코 침몰하지는 않을 것이며, 한국이 일본을 완력으로 제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일 관계의 경색을 이어가는 것은 일본과의 반영구적 갈등을 통해 정치적 영향력이나 금전적 이익을 얻는 일부 혐오세력들에게만 이로울 뿐이다. 그리고 이 혐오세력이 세를 불리는 동안, 한일 양국의 국익과 양국 사이에 놓인 중간자들의 권익은 후퇴를 거듭할 뿐이다.

물론 위에 써놓은 이야기들은 일본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논리다. 엄습하는 중국의 군사적 위협, 한국의 노재팬 운동에 관한 소식은 일본 대중을 불안에 빠뜨린다. 이른바 일본의 극우 세력들은 그 불안의 지점을 노리고 파고든 뒤 이를 선동해 표를 구한다. 뒤집어 말하면 한국의 정치인들이 일본에 대한 적개심을 정치공학에 이용하는 것이야말로 그들이 학을 떼는 일본 극우 세력에게 힘을 실어주는 행위라고도 할 수 있다.
 
1998년 10월 8일, 국빈 방일 2일째를 맞은 김대중 대통령이 8일 숙소인 영빈관에서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총리와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는 모습
▲ 한일 정상회담 1998년 10월 8일, 국빈 방일 2일째를 맞은 김대중 대통령이 8일 숙소인 영빈관에서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총리와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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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꾸려질 새로운 정부에서는,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의 정신에서 한일 관계를 재검토해주기를 바란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대결과 치죄가 아니라 미래와 번영이다.

일본의 전쟁책임에 대해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 위안부 문제에 사죄한 고노 담화, 오부치 총리의 과거사 사죄 등은 결코 외부의 힘에 의해 강제로 이끌어내진 것이 아니었다. 국가간 극한 대결을 넘어, 시민사회가 우호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때에야 비로소 경색된 한일관계를 푸는 열쇠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차기 한국의 대통령이 그 열쇠를 가지고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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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의 전쟁체험에 관한 연구에 정진하고 있는 오사카 거주 유학생입니다. 한일친선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편견과 혐오 너머로 새로운 지면을 여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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