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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숙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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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마동석이었어도 그렇게 했을까요?"

지난 9월, 대구의 한 호떡집에서 손님이 끓는 기름에 호떡을 던져 사장에게 심한 화상을 입히는 사건이 일어났다. 호떡을 잘라주지 않았다는 것이 폭력의 이유였다. 그 사건 이야기가 나오자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한마디 물음으로 사건을 정의했다.

"호떡집 가해자는 피해자가 다칠 수 있다는 걸 예견했을 겁니다. 그 자리에서 보복 당하지 않을 자신이 있고, 상대가 저항해도 압도적으로 제압할 수 있다는 확신에 일을 저지른 겁니다."

압도적 힘의 차이. 즉, 피해자가 여성이고 가해자가 남성인 사실은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그러했다. <오마이뉴스>는 2021년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판결서 인터넷 열람 시스템'에서 식당 자영업자가 피해자인 사건을 검색했다. 그렇게 찾은 217건의 사건 가운데 여성이 피해자인 사건은 161건(74.2%). 피해자의 성별은 확연히 한 쪽으로 쏠려 있었다.

"핵심은 이 범죄가 차별을 기반으로 두고 있다는 것이죠."

그 차별은 여성성에 대한 강요를 의미한다고 허 조사관은 설명했다. "남성의 요구에 복종하는 것이 그들이 칭찬하는 '여성성'인데, 피해자가 이 성별 규범을 위반한 것에 분노한 것"이라고 했다. 대구 호떡집 사건 가해자의 지인은 피해자에게 찾아와 "손님이 달라면 주지 말이 많냐, 그러니 화를 내지"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들이 요구하는 건 순종이었다. 그래서 허 조사관은 단언했다.

"단순히 여성이 피해자라는 것을 넘어서 불평등과 차별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젠더 폭력입니다."

'열린 문 – 여성자영업자 폭력 보고서' 기획 취재 관련하여 허 조사관과 지난 10월 13일, 그리고 12월 28일 두 차례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이제까지는 대구 호떡집 사건처럼 단일 사건 보도로 그치는 경우가 많아 범행 목표로서 여성 자영업자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경험에 대해서는 사회적 관심이 없었다"면서 "학계에서도 주목하지 못한 이슈였다, <오마이뉴스> 보도가 최초의 접근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여성 자영업자를 향한 폭력은 테러에 가깝다"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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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조사관은 여성 자영업자를 향한 폭력은 "테러에 가깝다"고 했다.

"테러의 목표는 공포의 확산이죠. 일회성 사건 그 자체만으로 테러라 명명하긴 어려워요. 그러나 집단적으로 너무나 많은 여성 자영업자들이 비슷한 유형의 폭력에 시달리고 두려워하며 손님을 맞이해야 하는 현 상황을 봤을 때, 광범위한 공포 형성 측면에서 테러일 수 있습니다. 한 여성이 겪는 게 아니라 '너와 내가' 유사한 경험을 갖는다면 이건 시스템의 문제죠. 불운한 여성들이 불운한 사건을 집단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시스템의 문제는 보복범죄 이야기를 나누며 더 구체화됐다. <오마이뉴스>는 2020년 1월 1일부터 2021년 6월 30일까지 동일 가해자가 동일 여성 자영업자를 상대로 반복적으로 폭력을 저지른 사건 판결문을 찾아봤다. 총 84건이었다. 이 가운데 경찰 출동 사실이 적시된 경우는 38건에 달했다. 경찰의 귀가 조치 후 돌아온 남자가 "너가 나 신고했어, 죽인다"며 칼을 휘두른 경우도 있었다.

- 저희가 확인한 바로, 경찰 출동도 보복 범죄를 막지는 못했습니다.

"최초 사건 후 제대로 된 공권력의 개입이 없었고 상대는 더 두려워한다는 점에서 (가해자의) 자신감이 확 올라간 겁니다. 보복범죄는 사회가 가해자에게 '너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결국 국가가 초래한 위험입니다.

경찰은 식당에서 발생한 각종 사건에 대해 '진상이 행패 부린다' 정도로 판단하지 형사사건으로 판단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민을 보호하기로 한 자가 역할을 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가해자가 확신을 얻을 때, 그 일이 발생한 책임은 국가가 져야 합니다.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도움을 요청할 때는 이 상황이 재발되지 않길 바라는 게 최소한의 기대일 텐데 그것조차 안 된 거죠."

보복의 두려움에 떠는 여성 자영업자들은 사건이 재판으로 넘어가도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기 어렵다. 실형을 산다 해도 가해자가 감옥에서 나온 그 후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반복적인 폭력이 일어난 84건 가운데 피해자의 처벌불원 사실이 확인된 건 34건(40.5%)이었다.

"가해자를 처벌할지 결정 여부를 피해자에게 떠넘긴 거죠. 뒷짐 지고 앉은 사법부의 비겁함입니다. 영국에서는 피해자가 처벌불원하면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조사하게 돼 있습니다. 두려움 속에 내린 결정인지 상황을 살피는 거죠. 우리나라에서는 '처벌하지 않겠다' 하면 끝이죠. 꽃뱀·무고죄 사건을 얘기하면서 여성들의 말을 신뢰할 수 없다고 하면서, 왜 이런 결정을 할 때는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여자의 말을 100% 의심 없이 받아들일까요.

모든 책임을 피해자가 떠안기 때문에, 가해자들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기보다 처벌불원해주지 않는 피해자에 대한 원망과 복수심을 갖습니다. '저 여자 때문에 전과자가 됐다'고 하죠. 결국 공권력이 폭력을 엄벌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느냐의 문제인데, 우리 사법부는 가해자가 반성하게 하지 않고 가해자의 복수심을 불태우도록 일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건 범죄를 보는 가벼운 시각, 피해자의 위험과 공포를 공감하지 못하는 무지, 안일함, 알려고 하지 않는 나태함이 복합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입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폭력의 대상... 생계 위협 받는 사회적 문제"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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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성 자영업자는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오마이뉴스>가 만난 서울 마포구 망원동 여성자영업자 102명 가운데, 남성 손님이나 손님 외 남성에게 공포를 느낀 경우가 있다고 답한 비율은 72.5%(74명)에 달했다.

"1인 미용실은 통창인 경우가 많잖아요. 완전히 개방한 채 전시되는 이유 중 가장 큰 건 '안전과 나의 사적인 공간' 중 안전을 택하기 때문입니다. 한시라도 편하게 쉴 공간이 없다는 건 여성 자영업자들의 피로도를 증가시키겠죠. 비용으로 환산되지 않는 에너지입니다. 여성 자영업자는 물건을 하나 팔더라도, '저 사람이 안전할까', '주문을 받아줘도 될까' 걱정합니다. 추가적인 에너지가 계속 쌓이는 거죠."

- 망원동 여성 자영업자 상당수가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영업시간 단축을 택한다(102명 중 31명, 30.4%)고 답했습니다. 영업 손실 비용을 고스란히 혼자 떠안게 되는데요. 
  
"여성의 노동에 대해 얘기할 때,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유리천장 얘기만 합니다. 기업 안에서 승진하지 못하고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하는 여성들에 대한 얘기, 중요하죠. 그러나 끈끈한 바닥에서 발조차 뗄 수 없는, 최저임금에서 벗어날 수 없는, 보상이 덜 주어지는 노동시장 안에서 좌절을 느끼고 결국 자영업을 택한 여성이 161만명9000명(2020년 통계청 발표 기준)에 달한다는 겁니다. 그들에 대한 이야기는 아무도 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택한 일마저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폭력의 대상이 돼서 생계에 위협을 받는다면, 이건 사회적 문제죠. 여성의 폭력에 취약한 사회는 여성을 빈곤하게 합니다. 선택의 제약이 여성을 빈곤에 가두죠."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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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허 조사관은 "국회가 강력한 메시지를 내놔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 우리는 성평등한 사회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 질문하는 단계입니다. 이 시기에 여성들의 경제적 독립은 매우 중요하죠. 경제적으로 스스로를 부양해야 자율적인 삶을 살 수 있고 폭력에 취약해질 가능성이 적다는 걸 이미 깨닫고 있습니다. 그 최소한의 조건을 여성이 스스로 만들어나가는데, 폭력 때문에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는 상황 자체가 말이 안 됩니다. 영업방해가 단순히 다른 사람을 귀찮게 하는 걸 넘어서 생존권을 위협하는 수준이라면 강력하게 제재하겠다는 메시지를 국회가 내놔야죠. 생계 부양자 역할을 하는 사람의 경제활동이 침해받는 걸 국가가 방관한다, 이건 국가가 적극적으로 초래한 위험이라고 볼 수 있죠. 여성 자영업자가 겪는 폭력에 대해 정교하고 세밀한 대응이 필요합니다. 법이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정확히 인지하고, 이들의 취약성을 찾아내 두텁게 보호하는 방안을 지금 모색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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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이희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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