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FA 시장에서 최대어로 평가 받는 선수 중 한 명이었던 외야수 나성범의 행선지가 확정됐다. 프로 데뷔 후 오랫동안 머물렀던 창원을 떠나 자신의 고향인 광주로 향한다.

KIA 타이거즈는 23일 보도자료를 통해서 "외야수 나성범과 입단 협상을 갖고 계약 기간 6년에 계약금 60억 원, 연봉 60억 원, 옵션 30억 원 등 총액 150억 원에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FA 시장이 열렸을 당시만 하더라도 원소속구단 잔류에 좀 더 가까워보였던 나성범의 이적이기에 더 파격적이다.

당장 주전 외야수 최원준의 상무 입대로 외야 한 자리가 비었던 KIA는 나성범의 가세로 곧바로 공백을 메웠고, 동시에 전력 강화까지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8년을 끝으로 가을야구에 가지 못한 이후 내부 육성의 한계를 느낀 만큼 명분이 충분한 영입이다.
 
 FA 계약 체결 이후 장정석 단장과 기념사진 촬영에 임한 KIA 타이거즈 나성범

FA 계약 체결 이후 장정석 단장과 기념사진 촬영에 임한 KIA 타이거즈 나성범 ⓒ KIA 타이거즈

 
창단멤버, 그리고 우승멤버였던 나성범의 도전

2012년 2라운드 전체 10순위로 NC 다이노스에 입단한 나성범은 팀이 1군에 진입한 2013년부터 주전 외야수로 활약했다. 104경기 타율 0.243 14홈런 64타점 OPS 0.735로, 기록 면에서 크게 두드러지진 않았으나 당시 NC 팀 내에서는 가장 존재감이 돋보였다.

2014년 30홈런-100타점, 아시안게임 엔트리 승선, 골든글러브 수상까지 프로 2년차에 많은 것을 이뤄낸 나성범은 단숨에 리그를 대표하는 외야수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5년 2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기록하면서 다시 한 번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그러나 탄탄대로를 걷던 나성범에게도 시련이 찾아왔다. 지난 2019년 5월 3일 KIA 타이거즈와의 홈 경기 도중 주루 플레이 과정에서 무릎이 꺾이는 부상을 당했고,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 및 연골판 파열 진단으로 시즌을 조기 마감했다. 선수와 팀 모두에게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재활 과정을 밟으면서 2020시즌을 정조준했고, 결과적으로 지난해 프로 데뷔 이후 한 시즌 동안 가장 많은 홈런(34개)을 때려내며 팀의 창단 첫 통합 우승에 기여했다. 정규시즌에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도 맹타를 휘두른 나성범은 자신의 존재감을 완벽하게 입증했다.

그렇게 팀의 창단 첫 1군 시즌에도, 통합 우승의 순간도 함께했던 나성범은 NC와의 인연을 뒤로하고 새로운 팀에서 또 다른 도전에 나서기로 결심했다.

나성범은 KIA와의 FA 계약 이후 구단을 통해 "이렇게 관심 주시고 제 평가를 높게 평가해주신 KIA 타이거즈 구단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저에게 기대해주시고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들에게도 감사 인사 올린다"며 "하루 빨리 팀에 적응해서 감독님과 코칭스태프, 선후배 선수들과 가까워지도록 노력할 것이며 무엇보다도 팀과 선수단에 야구 그 이상으로 도움되는 선수가 되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저를 이렇게 성장시켜주시고, 사랑해주셨던 NC 구단에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NC 구단과 팬들이 있었기에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다. 많이 아쉬워하실 NC팬분들께 너무나 죄송하고, 모든 NC팬 여러분의 마음을 잊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전력 보강 성공한 KIA, 하위권 탈출 향한 열망

100억 원이 훌쩍 넘는 금액을 건넬 정도로 KIA는 나성범에게 큰 기대를 건다. 장정석 단장, 김종국 감독 부임 이후 전력 보강에 대한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냈고, 나성범을 영입하면서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전년도에 비해 올 시즌 수치상으로 하락세가 나타나기는 했지만, 여전히 나성범이 리그 수준급의 공격 및 수비 능력을 갖춘 외야수라는 점은 분명하다. 무엇보다도, 우익수로 풀타임을 뛰어야 하는 상황 속에서 나성범 만큼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외야수가 없다는 것이 KIA가 과감하게 투자를 시도한 결정적인 이유였다.

물론 나성범 한 명이 팀에 합류한다고 해서 단숨에 팀 전력이 5강 이상까지 올라갔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기존에 있던 선수들도 힘을 보태야 하고, 특히 나성범과 함께 외야진을 책임질 야수들의 분발이 요구된다.

최근 수 년간 하위권에 머물렀던 기억을 지워버리고자 하는 KIA의 움직임이 점점 빨라진다. 여전히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한 양현종과의 계약, 새 외국인 선수 영입 등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과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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