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시민기자 글쓰기 그룹 '반려인의 세계'는 반려동물에 대한 고민과 반려동물로 인해 달라지는 반려인들의 삶을 다룹니다. 이번 주제는 '반려동물 둘러싼 로망과 현실'입니다. [편집자말]
대형견 여름이와 산책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만나는 사람은 주로 개가 자신을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왜 큰 개를 데리고 다니느냐'며 나를 위협하는 유형이다. 재미있는 건 두 번째로 많이 만나는 유형은 반대로 '대형견은 나의 로망'이라는 사람들이다. 자신도 대형견을 키우고 싶다며 집에서 키울 수 있는지, 털이 많이 빠지지 않는지 이것저것 구체적으로 물어보시는 분들도 종종 있다.

사실 나도 반려동물을 키우기 전에는 좋은 것보다는 나쁜 것부터 미리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대형견과 평생을 살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럼에도 그때까지는 털이 많이 빠진다는 것이나, 덩치가 크니 병원비도 많이 든다는 것, 또 매일 산책을 해줘야 한다는 것 정도만 막연하게 고려했을 뿐이었다. 그러다 막상 대형견과 살다 보니 그 외에도 내 삶의 루틴 자체가 크게 달라지게 된 부분들이 있다.

이 글은 바로 그 현실에 대한 이야기다. 

산책도 가르쳐야 한다
 
양평에 있는 한 대형견 운동장. 여름이가 위탁 훈련을 받기도 했던 시설.
 양평에 있는 한 대형견 운동장. 여름이가 위탁 훈련을 받기도 했던 시설.
ⓒ 박은지

관련사진보기

 
외국 영화를 보면 많은 대형견들이 보호자의 옆에 바짝 붙어서 느긋한 속도로 걷는다. 보는 사람마저 평화로워지는 한 폭의 그림 같은 장면이다. 이런 습관은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생기지 않는다. 어린아이가 공공시설에서 예의범절을 하나하나 배워야 하는 것처럼 개도 그렇다.

물론 개의 성향이나 성격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산책 예절은 첫 단계부터 하나하나 가르칠 필요가 있다. 대형견이라면 사람이 힘으로 케어할 수 없는 순간이 올 수도 있기 때문에, 산책 훈련이 더더욱 필수다. 

여름이는 8개월 무렵에 파양되어 우리가 입양했는데, 그 전에 산책을 전혀 배우지 않았는지 목줄을 하고 밖에 나가면 무조건 앞만 보고 내달렸다. 목줄을 잡고 있는 내 손이 아플 정도인 데다가, 날아가는 새를 보면 무작정 쫓으려고 해서 평화로운 산책은 커녕 산책이 스트레스가 될 지경이었다. 

소형견이라면 어쨌든 사람의 힘으로 컨트롤이 될 것이고, 대형견이라도 몸집이 작은 어린 시절부터 키웠다면 훈련이 수월한 부분이 있었을 테지만, 여름이는 처음 만났을 때 이미 23kg였다. 

결국 훈련소에 가서 여름이의 흥분도를 낮추고 제대로 된 산책법을 배우기로 했다. 한 달 동안 훈련소에 등록하고 배운 덕분에 이제는 어엿하게 사람과 소통하고 교감하면서 걸을 수 있게 됐다. 목줄을 살짝 잡아당기면 자리에 앉는다거나, 방향을 바꾸는 것도 익숙해졌다. 교육은 한 달이었지만 평생의 습관을 만들어준 셈이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빼먹을 수 없는 것

"하루에 산책을 얼마나 하세요?"

대형견을 키운다고 하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 중 하나인 것 같다. 그런데 우리 집에서 산책만큼 중요한 일과가 사실 실외 배변이다. 오전 일찍 한 번, 오후에 한 번, 자기 전에 한 번, 하루에 세 번은 꼭 배변을 하러 나가야 한다.

직장인인 남편이 아침과 밤에 배변을 시키고, 재택근무를 하는 내가 오후 배변을 해주러 나간다. 그나마 집에 사람이 있으니 다행이지만, 우리 둘 다 직장인의 생활 패턴이었다면 여름이는 출근 전부터 퇴근 후까지 꼬박 12시간 정도 배변을 참아야 했을 것이다.

대형견 중에는 유난히 실외 배변을 고집하는 개들이 많은 것 같다. 이 말은 태풍이 오나 폭설이 오나, 몸이 아프거나 전날 밤새워 일하느라 극도로 피곤하더라도, 365일 중 단 하루도 빼먹지 않고 잠깐씩이라도 외출을 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무엇인가를 '매일' 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어떨 땐 침대 위에 영원히 붙어 있고 싶어 하는 몸을 억지로 일으키며 '여름아, 혼자 나가서 쉬하고 오면 안 돼?' 하소연을 하기도 한다. 

여행을 포기하게 되는 이유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 레스토랑에서 여름이를 위한 강아지 메뉴를 주문했다.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 레스토랑에서 여름이를 위한 강아지 메뉴를 주문했다.
ⓒ 박은지

관련사진보기

 
여름이를 키우기 전에는 개를 키우면 함께 여행을 다닐 수 있다는 점이 부러웠고, 또 한편으로는 그게 로망이기도 했다. 집에 고양이를 키우다 보니 함께 여행 가는 즐거움을 느낄 수 없다는 점이 늘 아쉬웠다. 여름이를 키운 뒤 반려견과 함께 여행하는 로망을 이루긴 했지만, 막상 여행 가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 됐다. 

일단은 대형견과 함께 갈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반려동물 동반 숙소를 검색해도 막상 예약하려고 보면 소형견 전용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형견 동반 숙소가 워낙 적으니 그 와중에 경쟁률이 높아서 여행을 가려고 할 때마다 예약 전쟁을 치르게 된다. 카페나 식당도 마찬가지라서, SNS에서 인기 있는 예쁜 카페를 여름이와 함께 가는 것은 물론 언감생심이다. 

무엇보다 여름이 없이 즉흥적으로 훌쩍 다녀오는 여행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하루라도 외박을 하면 여름이 배변을 시켜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큰 개라 서울에서 호텔링을 맡기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도시 외곽으로 나가서 맡기려면 여행의 동선이 두 배가 된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이제 반드시 여름이를 데리고 여행을 가거나, 아니면 두 사람이 따로따로 간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우리처럼 대형견과 함께하고 싶은 로망이 있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자유롭게 여행을 떠나거나 여행 동선을 정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도 있을 것 같다. 

대형견과 살면서 느끼는 고충 

대형견을 키우면서 느끼는 어려움은 물론 개인적인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조금 더 사회적인 차원으로 느껴지는 부분도 많다. 대형견과 살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특별히 더 주의하는 부분도 많지만, 한편으로는 소형견보다도 더욱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 아쉬움도 느끼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유독 소형견이 많은 편이라고 한다. 그런데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하는 문제처럼, 대형견을 키울 만한 여건이 잘 갖춰져 있지 않아서 대형견이 적은 것인지, 대형견이 적어서 대형견에 대한 정보나 인프라가 부족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지금으로서는 대형견을 키우는 데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정신적인 노력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대형견에 대한 현실적인 정보가 부족하고,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나 산책 및 예절을 배울 만한 교육 시설 등 올바르고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사회적인 여건도 부족하다. 

사람들이 막연하게 대형견을 기피하는 것은 대형견의 잘못이 아니다. 대형견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준비하지도 않은 채 주먹구구식으로 대처하는 우리 사회가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기도 할 것이다.

비단 대형견만 그럴까. 소형견을 키울 때도, 심지어 아기를 낳아 기를 때에도 우리는 한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배우고 필요한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 격리가 아니라 공존하는 방안을 찾아감으로써 보다 안전하고 건강한 반려동물 문화도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group반려인의세계 http://omn.kr/group/with_with
반려동물에 대한 고민과 반려동물로 인해 달라지는 반려인들의 삶을 다루는 콘텐츠.
태그:#대형견
댓글2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글 쓰는 개 고양이 집사입니다 :) sogon_about@naver.com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