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에서 인기있는 팝송을 이야기하면서 꼭 언급하게 되는 국가가 있다. 바로 오스트레일리아다. 올해 국내 음원 스트리밍 차트 정상을 차지했던 '스테이(Stay)'를 부른 2003년생 신성 더 키드 라로이부터 '댄스 몽키(Dance Monkey)'를 부른 톤즈 앤 아이, 트로이 시반, 루엘, 시아 등 숱한 '한국인의 팝송' 후보들이 호주 출신 가수들이다. 그리고 최근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크리에이터들과 팝송을 전문으로 소개하는 채널에서 자주 보이는 이름이 있다. 호주 시드니 출신의 21살 싱어송라이터 윌 하이드(Will Hyde)다.

윌 하이드에 대한 한국 음악 팬들의 관심은 기대 이상이다. 데뷔 EP <위드 유 인 마인드>(with u in mind.)를 발표한 신인이지만 아티스트 본인의 공식 뮤직비디오보다 그의 음악을 소개하는 한국 크리에이터의 가사 해석 콘텐츠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 한국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의 추천 플레이리스트에서도 다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0월에는 K팝 아이돌 스트레이키즈의 멤버 방찬이 윌 하이드의 음악을 소개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지난 10일 두번째 EP <낫띵 에버 체인지스>(nothing ever changes.)를 발표한 윌 하이드와 서면으로 인터뷰를 했다. 대답에서 묻어나는 활기차고 긍정적인 메시지에 언젠가는 꼭 직접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졌다.
 
 지난 10월 아이돌 그룹스트레이 키즈의 멤버 방찬이 '미스핏'을 공유하며 윌 하이드의 이름이 국내 팬들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지난 10월 아이돌 그룹스트레이 키즈의 멤버 방찬이 '미스핏'을 공유하며 윌 하이드의 이름이 국내 팬들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 윌 하이드 유튜브

 
- 한국 팬들에게 자신을 소개해달라.
"안녕하세요, 한국 팬 여러분! 저는 윌이다. 올해 22살이고, 호주 출신의 싱어송라이터이고 정신 건강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 최근 한국 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릴 기회가 있었다. 그룹 스트레이키즈 멤버 방찬이 당신의 노래 '미스핏(misfit)'을 소개했다. 이에 당신은 방찬의 곡 소개 영상을 리액션 비디오로 찍어 유튜브, 틱톡에 올렸고 큰 화제를 모았다.
"스테이(스트레이키즈 팬클럽) 여러분께 너무나 감사하다. 덕분에 모든 플랫폼에서 바이럴이 일어났거든. 첫 돌풍은 트위터였다. 자고 일어났더니 제 콘텐츠가 4천여 개의 '좋아요'와 수많은 리트윗을 받았더라. 막 일어난 직후라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 갔다(웃음). 정신을 차리고 바로 제 매니저에게 전화로 이 소식을 전했다. 통화해보니 트위터 말고도 여러 플랫폼에서 큰 반향이 있다고 하더라. 방찬과 스트레이키즈 팬덤이 얼마나 두터운지 알게 된 순간이였지. 제 음악에 관심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 이에 당신은 스트레이 키즈의 'Slump'를 커버하며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했다. 스트레이 키즈의 노래 중 이 노래를 택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그리고 부를 때 어떤 감정을 담아 부르고자 했나?
"스트레이키즈 그리고 스테이 분들께 많은 사랑을 받은지라 화답하고 싶었다. 트위터에 어떤 곡을 부를지 올렸더니 순식간에 수천 개의 댓글이 달리더라(웃음). 수많은 곡 중에 '슬럼프(Slump)'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자유로우면서 긍정적인 에너지가 담겨있더라. 저 역시도 커버곡에 자유로운 정신과 희망을 담으려 했다. 여러분 모두에게 희망찬 날이 있기를."

윌 하이드는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등 소셜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팬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단순히 음악을 올리는 것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 내면의 고통에 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가족과 같은 편안한 분위기를 지향한다.

팬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이유를 묻자 윌 하이드는 "팬덤에 앞서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팬 그 이상으로 제 노래에 관심을 기울여주시는 분들이기 때문이다. 서로 음악도 듣고 정신 건강을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며 거듭 감사를 표했다. 
 
 윌 하이드의 두번째 EP <나띵 에버 체인지스>는 마음을 받아들이고 극복해나가는 젊은 싱어송라이터의 감성을 가득 담고 있다.

윌 하이드의 두번째 EP <나띵 에버 체인지스>는 마음을 받아들이고 극복해나가는 젊은 싱어송라이터의 감성을 가득 담고 있다. ⓒ The Orchard


- 긍정적인 첫인상과 달리 윌 하이드의 음악은 우울한 정서, 인간관계에서 불안하고 상처받은 모습을 주로 담고 있다. 새 EP <나띵 에버 체인지스> 역시 절망과 음울 가운데 극복의 의지가 느껴진다.
"'받아들이는 자세'를 주 테마로 잡았다. 실수해도 괜찮다고 말하는 것이다. 지금 현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해도 자연스러운 거지, 자책하지 마라. 넘어지더라도 훌훌 다시 털고 일어나면 되는 것이라는 의미다. 언제나 내일이라는 새로운 날이 있기 때문에 '본질 그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모두 사랑받을만한 존재다."

- 따뜻한 주제 의식이다. 더불어 또 하나 재미있는 콘텐츠가 있더라. 팬들의 메시지를 소셜 미디어로 전달받아 VHS 푸티지 필름으로 제작하는 캠페인을 병행했다. 
"제가 음악을 만들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게 일종의 '세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제 팬 모두가 서로 즐길 수 있는 영역을 시각적 요소로 형상화했다. 각 노래는 각각의 챕터이자 방과도 같다. EP는 이를 아우르는 집이라고 보면 된다. 각각의 비디오는 이 공간에서 평화를 찾기 위한 여정을 담았다. 더불어, 각 비디오 챕터는 EP 공개일인 10일 한 편의 필름으로 합쳐 공개했다."

- 이 캠페인을 진행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SNS로 저희의 약한 모습을 함께 공유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저는 SNS가 우리의 감정을 공유하고 함께 헤쳐나가는 공간이 됐으면 하는 생각을 품고 있었거든. 그렇게 이번 캠페인의 콘셉트가 나왔다."

윌 하이드는 2010년 10월 첫 EP <위드 유 인 마인드>를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솔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를 주로 다뤘던 데뷔작과 달리, 이번 두 번째 EP의 주제는 '자아 성찰'이다. 윌 하이드는 "내면을 들여다보며 평화와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을 노래로 엮었다"고 앨범을 소개했다. 

- 두 번째 EP에 수록된 노래들을 곡별로 소개해달라.
"첫 곡은 '나띵 에버 체인지스'다. 인트로 곡이자 느린 발라드다. 이어서 '보이(boy.)'가 나오는데, 성장과 어린 시절 모습과 달라진 현 모습을 다뤘다. '아워 네이버스(our neighbours.)'는 세 번째 곡인데 사람과 관계 단절의 상황을 가정한 노래다. 네 번째 곡 '퍽드 업(fukced up.)'은 평정심을 찾으려는 노력을 담았고, 이후에 나오는 '옵세스드(obsessed.)', '애딕티드(addicted.)' 그리고 '웬 유 니드 미(when u need me.)'는 왜 저 자신을 돌아보지 못했을까를 자문하는 이야기다."

- 윌 하이드의 음악은 혼란스러운 가사와 달리 멜로디, 무드는 발랄한 점이 독특하다. 라이브, 리액션 비디오 등에서 드러나는 모습도 밝다. 자연스러운 감정의 표현인가.  
"그리 말씀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맞다, 제 자연스러운 감정의 발현이다. 지금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거든. 앞으로도 계속 그랬으면 좋겠다."

- 앨범에서 가장 아끼는 곡은? 개인적으로는 간결한 '퍽드 업'이 마음에 들었다.
"음… 매번 바뀌는 것 같다. 지금은 그래도 '웬 유 니드 미'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남들에게 해주고 싶었던 감정을 다룬 곡이거든. 제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게 도움을 준 노래다. 처음에는 저 자신만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제 매니저도 깊이 공감을 했다고 하더라. 놀라웠다. 다른 분들께도 이 감정이 전해졌으면 좋겠다."

윌 하이드는 14살 때 학교 친구와 함께 일렉트로니카 듀오 시드(SŸDE)로 음악 경력을 시작했다. 윌은 시드 활동기를 "행복한 시절"이라 회고한다. 지난해에는 호주 인디 뮤지션의 등용문이라 할 수 있는 '트리플 제이 언어스드(triple j Unearthed) 프로젝트'에 참여해 6500만 회 이상의 스트리밍을 기록한 바 있다. 
 
 팬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이유를 묻자 윌 하이드는 "팬덤에 앞서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팬 그 이상으로 제 노래에 관심을 기울여주시는 분들이기 때문이다. 서로 음악도 듣고 정신 건강을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며 거듭 감사를 표했다.

팬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이유를 묻자 윌 하이드는 "팬덤에 앞서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팬 그 이상으로 제 노래에 관심을 기울여주시는 분들이기 때문이다. 서로 음악도 듣고 정신 건강을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며 거듭 감사를 표했다. ⓒ EMA

 
- 당신의 음악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아티스트는 누구인가. 
"좋은 질문이다! 음… 모두 정신건강에 관해 이야기하는 아티스트들이다. 첼시 커틀러(Chelsea Cutler), 제레미 주커(Jeremy Zucker) 그리고 같은 호주 출신의 키드 라로이(The Kid Laroi)요. 샤샤 슬론(Sasha Sloan)도 좋아한다."

- 호주 인디 신에 대해 소개해달라. 트리플 제이 언어스드 프로젝트로 솔로 커리어를 쌓았는데, 호주에서는 싱어송라이터들이 어떻게 처음 음악을 만들고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이름을 알리는지 과정이 궁금하다.
"호주 음악 산업은 좀 독특한 편이다. 우선 말씀해주신 트리플 제이 언어스드가 있는데, 호주 뮤지션을 위한 유일한 등용문이다. 물론 그밖에 몇몇 창구가 있기는 한데 트리플 제이 언어스드만 한 곳이 없다. 무슨 이유인진 모르겠지만, 호주의 주요 라디오 방송국이나 레이블은 자국 뮤지션을 잘 다루지 않는 편이다. 그렇기에 트리플 제이 언어스드에 더 매달리는 거지. 저는 운 좋게도 이를 통해서 미국의 레이블과 계약을 할 수 있었지만, 많은 사람에겐 쉽지 않은 여정이다."

- 앞으로 윌 하이드가 하고 싶은 음악은? 또한 자신의 음악으로 세상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금처럼 감성과 에너지가 조화된 팝을 할 것 같다. 관련해서 컬래버레이션도 꽤 잡혀있고. 그 이후부터는 조금 더 어두운 분위기를 넣으려 한다. 무언가 일관된 저만의 사운드를 수립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2022년이 기대된!"

- 끝으로 한국 팬들에게 인사를 부탁한다.
"안녕하세요. 한국의 미스핏 에인절스 여러분! 사랑합니다. 꼭 빠른 시일 내에 보고 싶습니다.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친애하는 윌 하이드로부터."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도헌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https://brunch.co.kr/@zenerkrepresent/711)에도 실렸습니다.
윌하이드 음악 호주 싱어송라이터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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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평론가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 (2013-2021)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편집장 (2019-2021) 메일 : zener1218@gmail.com 더 많은 글 : brunch.co.kr/@zenerkrepres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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