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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용산역 거리 홈리스 A씨가 본인의 물품에 ‘노숙물품 폐기처분’ 경고문을 반복해서 붙이고 강제로 가져가는 역무원들에게 분노하여 수첩에 작성한 항의의 글 (전문 읽어볼 것을 추천)
 2020년 3월, 용산역 거리 홈리스 A씨가 본인의 물품에 ‘노숙물품 폐기처분’ 경고문을 반복해서 붙이고 강제로 가져가는 역무원들에게 분노하여 수첩에 작성한 항의의 글 (전문 읽어볼 것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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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은 너희들 사는데 있어야 하는 것과 같은 것들이다. 먹는 것까지도 쓰레기라 하는 너희 공무원들은 쓰레기를 지지고 볶고 먹느냐, 쓰레기 버리라고 남의 살림살이에 대고 말하는 너의 집문서부터 쓰레기통에 던지거라.

용산역 거리 홈리스가 역무원들의 반복된 짐가방 폐기처분 경고문 부착에 분노하여 작성한 글 중 일부다.
 
박스가 엉망으로 되어 있는 곳을 청소하고 왔더니, (커피노점에) 물건이 하나도 없고 다 부수어서 쓰레기차에 실어 가버렸어요. 다른 것도 아니고 커피 한 가지만 팔고 있는데 다시는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10월 28일 서울 중구청으로부터 전 재산인 노점마차와 노숙물품을 강도당한 서울역 거리 홈리스 B씨가 중구청 앞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 중 일부다.

불평등 바이러스로도 불리는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조치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차별과 배제를 강화하는 근거로 작동하고 있다.

코로나로 거꾸로 가는 '형벌화 조치'

2011년 유엔에서 채택한 '극빈과 인권에 관한 보고서'는 빈민을 처벌하고 분리하고 통제하며 빈민의 자율성을 해치는 정책, 법 및 행정 규제를 '형벌화 조치'로 분류한다. 각종 법과 규칙이 차별적으로 적용되어 '가난이 죄'로 느껴지게 한다면, 그것이 바로 형벌화 조치인 것이다.

가까운 예로 '철도안전법 48조'는 금지행위에 "노숙하는 행위"를 포함하고 있다. 이는 철도 운행에 지장을 주거나 승객 이동을 방해하지 않더라도, 홈리스로 추정되는 이들을 강제퇴거시키는 근거로 작동하고 있다. 거리 홈리스가 많은 서울역 지하보도를 지나다 보면 "철도안전법 48조에 의한 노숙행위 금지"라고 적힌 종이가 벽에 붙어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 종이가 붙어 있는 자리는 홈리스 누군가가 쫓겨난 공간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그리고 용산역 거리 홈리스 A씨의 짐에 폐기처분 경고문을 붙인 근거 역시 철도안전법 48조였다.

코로나19 방역조치가 실시되면서 서울역 대합실 내 홈리스들이 주로 머무는 의자가 가장 먼저 폐쇄됐다. 더불어 날씨나 백신 정보 등 세상 돌아가는 이슈를 얻는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TV 소리가 꺼지고 채널이 철도방송으로 고정됐다. 철도경찰과 경비용역들이 두세 시간 가격으로 순찰을 돌며 홈리스로 추정되는 이들을 퇴거시켰다. 더불어 홈리스들의 물품을 강도 및 처분하기 위해 공무원과 경찰이 쓰레기차를 동원하여 정기적으로 서울역 광장에 침입하기 시작했다. 통행에 전혀 방해되지 않음에도 대안도 없이 짐을 치우라고만 협박했다.

서울역 거리 홈리스 A씨의 노점마차와 노숙물품을 집행해가는 과정에서는 사전계고나 집행영장 제시 등의 절차조차 무시됐다. 지난 11월 6일에는 서울시청역 1번, 6번, 7번 출구 사이에 있는 지하보도가 심야시간 무기한 폐쇄되면서 그곳에 머물던 거리 홈리스 10여 명이 일시에 잠자리를 잃게 됐다. 방범문을 설치하며 바람 등으로부터 시설물을 보호한다는 이유였다.
 
서울시청역 지하보도 기둥에 ‘역사 시설물 보호를 위해 심야시간대 지하보도 출입을 제한하고 노숙을 금지한다’고 적힌 안내문, 실질적인 강제퇴거를 알리는 통지문이 붙어있다.
 서울시청역 지하보도 기둥에 ‘역사 시설물 보호를 위해 심야시간대 지하보도 출입을 제한하고 노숙을 금지한다’고 적힌 안내문, 실질적인 강제퇴거를 알리는 통지문이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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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의 우려를 그대로 구현 중인 한국

2020년 4월, 유엔 주거권 특별보고관은 '코로나19 지침 : 홈리스에 대한 보호'를 발표하며, "통행금지 또는 봉쇄조치를 시행할 때 범죄자 취급하거나 벌금 또는 처벌을 받지 않도록 하고, 개인 물건 또는 거리 '청소'에 대한 불안감을 포함하여 홈리스의 소외를 증가시키는 법 집행 관행을 종료"하고 "홈리스 야영지 강제퇴거 또는 철거를 중단하고 일부 야영지가 쉼터와 같은 다른 이용 가능한 숙소보다 더 안전할 수 있음을 인식"하며 홈리스의 주거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각국에 촉구했다. 형벌화 조치를 즉각 중단하고 안전한 주거지 마련에 힘쓰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지침에서 금하는 모든 종류의 홈리스에 대한 형벌화 조치를 강화하며 국제사회의 우려를 현실에서 구현하고 있다.

그 결과는 참혹하다. 최근 코로나19 감염세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홈리스 상태에 있는 이들은 방역의 예외상태에 있다. 거리에서 확진된 이가 치료시설이나 임시숙소로 이송되지 못한 채 거리에 방치되고 있다. 식당과 화장실, 샤워실을 공동으로 사용해야 하는 고시원이나 쪽방에서 확진된 이들이 자가격리 지침을 준수할 수 없는 해당 공간에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홈리스 상태에 있는 경우 결핵이나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이 많아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긴급 상황이며, 사회적으로도 불안이 강화될 수 있는 시급한 사안이다. 하지만 그 위기와 고통은 온전히 홈리스 개인들이 감내하고 있다. 국가와 서울시 모두가 무관심, 무대책으로 일관하며 위기를 극대화시키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홈리스에 대한 형벌화 조치는 코로나 시기 이전부터 지속되어 온 현재 진행형 폭력의 역사다. 2017 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의 '2017 거리홈리스 인권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거리홈리스의 61.1%가 지난 2년(2016~2017) 사이 공공장소에서 퇴거를 강요받은 경험이 있으며, 이들 중 87.2%가 도심 내 '노숙인 밀집장소'에서 퇴거를 당했다.

개방되어 있는 공공장소에 출입 제지를 당한 경험도 68.9%에 달했으며, 퇴거나 출입 제지 등의 과정에서 언어적 위협(50.0%)이나 물리적 위협(23.3%)을 겪었다. 홈리스가 있는 공원 등 공공장소 의자에 노숙 방지 걸이가 설치되고, 공원 안전도 검사 감점 항목에 홈리스 유무가 포함된다.

서울역 고가공원 이용조례에 담긴 "악취가 나게 하는 등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주는 행위"를 금한다는 내용은 홈리스가 공원에 머무는 것을 단속하는 근거로 작동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거리에서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다양한 종류의 형벌화 조치를 일상에서 마주하게 된다.

홈리스는 누군가는 살면서 한 번 겪지 않을 불심검문을 수차례 마주하게 되는데, 불심검문 과정에서 관등성명과 검문의 이유를 제시하는 절차가 아무렇지 않게 무시된다. 담배꼬지를 하다가 '경범죄 처벌법'에 의해 벌금형에 처하거나 작은 실랑이에도 주소지가 없다는 이유로 즉결심판에 회부되기도 한다.

유엔의 보고서는 빈민이 공적 서비스와 사회복지급부에 접근할 수 있는 자격조건을 강화하는 행위 역시 형벌화 조치로 분류한다. 지난 1월부터 노숙인 지원기관을 이용하려면 1주일 이내 받은 코로나 PCR검사 음성확인증을 제출하라고 했다. 무료급식소에서 밥을 먹기 위해서도 매주 검사를 받아야 한다. 또 쪽방이나 고시원 방을 얻기 위해 임시주거지원을 신청하면 금주나 서울역에 나오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내라고 하고, 주거지원과 공공일자리 중 하나를 택하라고 강요를 한다. 이뿐만이 아니라, 홈리스를 대상으로 하는 의료급여에만 지정병원제도를 두어 아무 병원이나 갈 수 없게 제한했는데, 지정된 병원들이 코로나 전담병원이 되면서 의료공백 또한 발생했다. 이 모두가 홈리스에 대한 형벌화 조치다.

더 이상 용납하지 말자

강제퇴거나 장소폐쇄, 출입제지, 물품압수 등 홈리스에 대한 형벌화 조치는 홈리스의 생존권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향후 사회보장체계 진입(지원체계 접근성)을 가로막음과 더불어 낙인감과 수치심을 불러일으킴으로써 공공에 대한 당사자의 신뢰를 손상시킨다. 그 결과 현재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홈리스가 그 위기를 가장 빠르고 위협적으로, 맨몸으로 마주하게 하는 비극을 만들어 냈다.

그 책임을 져야 할 위치에는 홈리스에 대한 차별적 시선을 견지한 정치인과 언론인 등 사회적으로 발언력 있는 사람들이 있다. 더불어 경찰과 지자체 공무원 그리고 공공기관과 사회복지기관의 노동자들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회적으로 홈리스를 낙인찍고 홈리스에 대한 차별과 배제를 강화하며 존재에 대한 부정을 각인시키는 해악을 이제는 중단해야 한다. 더 이상 홈리스에 대한 어떤 종류의 형벌화 조치도 용납되어선 안된다.
 
2021홈리스추모제 포스터
 2021홈리스추모제 포스터
ⓒ 홈리스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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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2021 홈리스추모제 공동기획단’에 함께 하고 있는 ‘빈곤사회연대’의 정성철 활동가님이 작성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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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행동은 '노숙인복지와인권을실천하는사람들(약칭,노실사)'에서 전환, 2010년 출범한 단체입니다. 홈리스행동에서는 노숙,쪽방 등 홈리스 상태에 처한 이들과 함께 아랫마을 홈리스야학 인권지킴이, 미디어매체활동 등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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