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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글쓰기 그룹 '반려인의 세계'는 반려동물에 대한 고민과 반려동물로 인해 달라지는 반려인들의 삶을 다룹니다. 이번 주제는 '반려동물 둘러싼 로망과 현실'입니다. [편집자말]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주인공 마리아는 천둥이 치던 밤, 무서워하는 아이들을 위해 각자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려보자고 권한다. 아이들은 금방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리며 천둥번개를 잊고 즐거워하는데 그 노래가 바로 유명한 'My Favorite Things'다. 곡은 이렇게 시작된다.

"장미꽃 위 빗방울과 아기 고양이의 수염. 밝은 색 주전자와 양털로 만든 장갑, 줄로 묶인 갈색 종이 소포. 내가 좋아하는 몇 가지라네." 

마리아가 "아기 고양이의 수염"을 좋아한다고 노래를 시작하던 장면에서 나는 슬며시 웃었다. 그녀의 말마따나 앙증맞은 아기 고양이의 수염은 보기만 해도 마음을 흐물흐물 풀어지게 하니까. 
 
새끼 고양이의 사진은 정말로 사랑스럽다.
 새끼 고양이의 사진은 정말로 사랑스럽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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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수염뿐일까. 새끼 고양이의 사진은 정말이지 사랑스럽다. 온몸을 뒤덮은 보송한 솜털, 조그마한 앞발, 한글 자음 'ㅅ'을 닮은 입매까지도. 어디 하나 귀엽지 않은 구석이 없다. 동물을 좋아하는 이들은 물론이고, 동물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조차도 아기 고양이 사진을 보다 "귀엽네" 한 마디를 넌지시 던지곤 한다. 

하지만 외형만 보고 속아선 곤란하다. 앞서 내가 "새끼 고양이가 사랑스럽다"고 말하지 않고 "새끼 고양이의 사진이 사랑스럽다"고 말한 데는 이유가 있다. 고양이는 보통 12개월 정도까지 성장하는데, 그 성장기를 부르는 (비공식) 용어들이 따로 있다. 고양이 반려인들은 이 시기의 고양이를 이렇게 부른다. 캣초딩, 에너자이저, 미친고양이 시절, 악령 들린 고양이. 

무엇을 상상해도 그 이상인 새끼 고양이의 활동량

첫째 고양이 반냐는 '캣초딩' 시기에 남편과 내게 입양됐다. 고양이는 유년 시절부터 정적일 줄 알았는데 그게 대단한 착각이었음을 깨닫는 건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새끼 고양이들은 입질을 한다. 녀석들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사냥감으로 인지하고 달려와 깨물곤 한다. 반냐 역시 시도 때도 없이 반려인을 무는 버릇이 있었다. 자판 타이핑을 할 때는 물론이고 대화를 하며 제스처를 취하기라도 하면 달려와 손을 깨물곤 했다. 남편과 내 손에는 자잘한 상처가 생겨났다. 

심지어 잠을 잘 때 이불 밖으로 손이나 발이 나가면 반냐의 먹잇감이 되었다. 우리는 점차 이불 속에 손발을 감추는 방법을 익혔다. 물론 아무리 손발을 감춰도 머리만은 이불 밖으로 내놓아야 했기에 머리카락과 두피는 반냐의 제물이 됐다. 이즈음 우리는 농담처럼 집에서 잠도 못 자고 일도 못 한다고 푸념을 시작했다. 사실 몹시 진담이었다. 
 
무엇을 상상해도 그 이상을 보게 되는 '캣초딩' 시절
 무엇을 상상해도 그 이상을 보게 되는 "캣초딩" 시절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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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질만 문제였던 건 아니다. 새끼 고양이들은 '뛰지 않고 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엄청난 에너지를 내뿜는데 반냐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느 밤, 잠을 자다 머리카락이 흔들리는 느낌에 눈을 떴다.

그러자 머리맡 커튼에 대롱대롱 매달린 반냐가 보였다. 문제는 커튼 등반을 마친 반냐가 내 몸으로 착지했다는 사실이다. 나는 '악' 하는 외마디 비명을 삼키며 몸을 일으켰다. 반냐는 이미 어디론가 날아간 뒤였다. 이런 일이 며칠에 한 번씩 반복됐다. 나는 옆으로 누워 자는 방법을 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계로 오겠다면

사실 반냐는 파양된 고양이였다. 반냐의 전 주인이 반냐의 깨물고 할퀴는 습관을 감당하지 못해 파양했다. 그렇다고 반냐가 아주 특이한 고양이였던 건 아니다. 왜 반려인들이 성장기 고양이를 가리켜 '악령 들린 시기'라고 하겠는가.

그만큼 감당이 어려울 정도로 폭발적인 에너지를 가진 시기라는 뜻이다. 반냐 역시 미친 듯이 우다다 뛰어다니다가, 또 순식간에 잠들다가를 반복하는 '평범한 캣초딩'일 뿐이었다. 
 
새끼 고양이는 나는 듯 뛰다가도 순식간에 기묘한 자세로 잠이 든다.
 새끼 고양이는 나는 듯 뛰다가도 순식간에 기묘한 자세로 잠이 든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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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성장기 고양이의 깨물기와 할퀴기는 고양이가 나이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또 일정 부분은 반려인의 교육을 통해 개선된다. 물론 일부 그렇지 않은 고양이도 있지만, 대다수는 성묘가 되면 과잉 행동이 잦아든다. 그 뒤로는 놀랍게도 조용해진다. 언제 그렇게 괴상한 시기가 있었나 싶을 정도다. 

혹시라도 새끼 고양이의 사랑스러운 외모만 보고 입양을 결심한다면, 할큄으로 잠 못 드는 밤을 보내며 눈물 지을 수도 있다(경험담이다). 고양이가 암벽 등반을 하듯 발톱으로 내 옷에 스파이크를 박아가며 명치까지 올라오는 모습을 보게 될 수도 있다(이 역시 경험담이다). 부디 보송한 솜털과 앙증맞은 분홍코에 속아 넘어가지 말기를 바란다. 그들은 광기를 감추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끼 고양이를 가족으로 들이고 싶다면, 수면 부족과 한 시절 함께할 생각이 있다면, 나는 기꺼이 여기서 당신을 기다리겠다. 당신은 손가락에 난 상처를 보며 울상을 짓다가도, 새근새근 잠든 고양이의 얼굴로 모든 시름을 잊게 되는 마법을 경험할 것이다. 그런 당신에게 나는 밴드를 건네며 말할 것이다.

함께 새끼 고양이의 광기와 사랑스러움을 논하게 되어 기쁘다고. 반려인의 세계로 온 것을 환영한다고.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필자의 브런치(@gracefulll)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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