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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학자. 캐나다 앨버타 대학교에서 빙하로 과거 기후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과거는 미래의 열쇠입니다. 미래 이산화탄소 농도를 예측하기 위해 과거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빙하 속에 기록된 80만 년 동안의 과거 이산화탄소 농도 기록을 여러분께 읽어드리겠습니다.[기자말]
남극과 펭귄
 남극과 펭귄
ⓒ 최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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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기사를 읽으면 다른 분들의 생각이 궁금해 기사에 달린 댓글까지 읽어봅니다. 거기에 어김없이 붙는 댓글이 있습니다. 

'우리는 간빙기 시대를 살고 있고, 자연적으로 지구는 간빙기와 빙하기를 주기적으로 경험한다. 그래서 지금의 기후변화는 특별하지 않다.' 

우리가 온화한 간빙기 시대에 사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빙하에 기록된 과거 80만 년의 이산화탄소 기록을 살펴보면 지구는 한 번도 이러한 간빙기를 경험해 보지 못했습니다.

간빙기 기간은 온도가 상대적으로 따뜻하고 기후와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가 거의 없는 안정적인 시기입니다. 간빙기 기간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약 280ppm입니다. 그래서 80만 년 동안의 이산화탄소 기록을 한데 모아서 보면 10만 년에 한 번씩, 1~2만 년 동안 발생한 여덟 번의 간빙기 기간은 일자로 쓱 그은 듯 변화가 별로 없습니다(관련기사: 지구 온난화 '김 빠진 사이다'를 기억하세요 http://omn.kr/1vsq3).

예를 들면 13만 년 전에서 11만 5000년 전 사이에 발생한 간빙기 기간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약 280ppm에서 큰 변동 없이 유지됩니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발달로 점점 이산화탄소 농도를 더 정밀하게 측정하기 시작하면서 간빙기 기간이 마냥 안정적인 시기는 아님을 알게 됩니다. 2020년에 발표한 30만 년에서 45만 년 사이의 이산화탄소 데이터를 살펴보면, 간빙기 기간에 오늘날과 같이 이산화탄소 농도가 갑자기 점프하는 시기가 있었습니다. 약 200년 동안 이산화탄소 농도가 약 10ppm 늘어난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날과 비교하면 그다지 급변한 건 아닙니다. 오늘날 이산화탄소 농도가 연평균 약 2ppm 증가하니 10ppm 상승하는 데 대략 5년이 걸리지만 이때는 200년이나 걸렸으니까요.

지금은 과거 간빙기와 달라

46억 년의 지구 역사 중 각각 시기의 특성에 따라 연대를 나누는데(지질시대) 지금 우리가 사는 간빙기는 지금으로부터 약 1만 1700년 전에 시작한 홀로세(Holocene)입니다. 홀로세가 시작되는 이 시점은 구석기에서 신석기로 이동한 시기입니다. 즉, 이 시기는 인류의 영향을 적극적으로 받기 시작한 시기입니다.  

이 시기의 이산화탄소 변동을 보면 홀로세가 시작되는 1만 1700년 전부터 1만 1000년까지 이산화탄소가 8ppm 증가합니다. 그러다 1만 1000년에서 7000년까지 10ppm 하강합니다. 그 후 다시 7000년에서 산업혁명 이전까지(18세기) 20ppm 상승합니다.
 
남극 빙하(Dome C)에 기록된 이산화탄소 농도와 남극 온도 자료(자료출처: Jouzel et al., 2007; Monnin et al., (2001); Monnin et al. (2004))
 남극 빙하(Dome C)에 기록된 이산화탄소 농도와 남극 온도 자료(자료출처: Jouzel et al., 2007; Monnin et al., (2001); Monnin et al.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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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기 기간 이산화탄소 농도가 20~25ppm으로 올라갔다 내려가는 게 관찰되지만, 간빙기 기간 중 20ppm 정도의 증가가 관찰되는 것은 이때가 유일합니다. 7000년 전부터 문명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산화탄소 20ppm 증가가 혹시 인간의 토지 사용 증가 때문일까요?

우리가 컵을 쥐면 컵 표면에 손가락 지문이 남듯 이산화탄소도 육상과 해양을 떠돌면서 흔적을 남겨둡니다. 이산화탄소를 구성하는 성분인 탄소의 경우 가벼운 탄소와 무거운 탄소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것을 동위원소라고 합니다. 무거운 탄소가 많은지 가벼운 탄소가 많은지 비율을 계산하는데 그것을 동위원소비라고 합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대기와 해양·육상 생물권의 반응 결과입니다. 육지와 해양이 갖는 탄소 동위원소비가 다른데 빙하에 포집된 이산화탄소의 탄소 동위원소비를 확인하면 대기 중 농도 변화가 해양 환경 변화 때문인지 육상 환경 변화 때문인지 원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의 급속한 증가는 산업혁명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화석연료 때문이라는 것을 명확히 알 수 있다. 사진은 충남의 한 화력발전소. 2018.12.18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의 급속한 증가는 산업혁명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화석연료 때문이라는 것을 명확히 알 수 있다. 사진은 충남의 한 화력발전소. 2018.12.18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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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이용의 증가로 20ppm 상승한 것이라면 7000년 전부터 동위원소비가 줄어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빙하로 탄소 동위원소비를 복원한 결과 가설과 달랐습니다. 즉 인간의 토지 이용 증가만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20ppm 농도 상승을 설명하기엔 무리가 있는 것이죠. 그러나 산업혁명이 시작된 18세기(280ppm)부터 오늘날까지(2020년 평균농도 414ppm) 이산화탄소 농도는 급격하게 상승합니다.

따라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의 급속한 증가는 인류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산업혁명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화석연료 때문이라는 것을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 활동으로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변했습니다. 과거의 간빙기와 오늘날의 간빙기는 다릅니다.

덧붙이는 글 | 참고 자료: Elsig J et al. (2009) Nature 461: 507-510
Nehrbass-Ahles et al., (2020) Science 369: 1000-1005


태그:#이산화탄소, #기후변화, #남극, #간빙기, #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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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과거가 궁금한 빙하학자 (Paleoclimatologist/Glaciolog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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