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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별오름, 억새의 은빛 물결에 젖다

12월 7일 제주도 한 달 살기 3일째다. 기간은 정해져 있으나, 세부적인 계획이 없어 그날그날 가고 싶은 곳을 가거나 하고 싶은 일을 하기로 했다. 오늘도 날씨가 맑고 포근해 오름을 오르기로 했다. 숙소에서 가깝고 경관이 아름답다는 새별오름이 목적지다. 이름이 예뻐 왜 새별오름인가 했더니, 저녁 하늘에 샛별과 같이 외롭게 서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지도를 펼쳐놓고 보니 새별오름을 중심으로 서부 중산간 지대에 바리메오름·누운오름·당오름·금오름 등 많은 오름이 밀집해 있다. 하긴 화산 분출물로 만들어진 오름이 제주도 곳곳에 360여 개가 넘게 다양한 형태로 분포되어 있다고 하니 어디를 가나 오름을 만나게 되는 오름의 고장이다. 오전 10시가 넘어 가벼운 복장으로 집을 나섰다. 
 
은빛물결이 출렁대는 새별오름이 제주벌판에 샛별처럼 반짝입니다.
▲ 새별오름이 샛별처럼 떴습니다 은빛물결이 출렁대는 새별오름이 제주벌판에 샛별처럼 반짝입니다.
ⓒ 임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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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별오름은 해발 519.3m, 높이 119m인 기생화산으로 분화구의 형태는 복합형이다. 오래전부터 가축을 방목하였으며 겨울이면 들불을 놓았단다. 이런 이유로 이곳에서는 정월대보름에 들불 축제가 열린다. 주차장 규모를 보니 축제 때 인파가 얼마나 몰리는지 가히 짐작이 간다. 주차장뿐 아니라 소방서, 보건소, 경찰서 등 각급기관의 막사도 주차장 옆에 상설되어 있다.

코발트블루 빛깔의 하늘 아래 억새로 덮인 오름은 그 은은한 색깔로 하늘거리며 춤인 양 노래인 양 온몸으로 산객들은 반기고 있었다. 오름 초입에서부터 능선을 따라 정상까지 탐방객이 줄을 지어 오르내리며 억새의 손짓에 말을 걸거나 함께 사진을 찍으며 화답한다. 더없이 여유롭고 아름다운 풍경이다.

잘 정비된 등반로를 따라 30분 정도를 오르니 정상이다. 평일인데도 많은 산객이 오름을 찾았다. 그 누군들 여유와 쉼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 있으랴. 정상 언저리에 아내와 함께 자리를 잡고 앉아 땀을 식혔다. 멀리 펼쳐진 바다가 하늘보다 더 푸르다.

   아내와 나는
   작은 짐승처럼 앉아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것이 좋았다.
   짐승같이 말없이 앉아서
   바다같이 말없이 앉아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것은 기쁜 일이었다.


아내와 나는 오래도록 그렇게 앉아 바다와 배들과 하늘과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다보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화조원이 눈에 띄어 들렀다. 애기동백이 입구를 장식하고 있을 뿐 꽃들은 보기 힘들고 대신 남아메리카의 칠레나 페루, 볼리비아의 안데스산맥 어딘가에서 왔을 알파카가 우리를 반긴다.

독수리, 매, 수리부엉이 등 맹금류가 쇠줄에 발목이 묶인 채 우두커니 앉아 오가는 사람을 바라본다. 그들은 이미 비행 방법도 먹이를 잡는 방법도 잃은 지 오래일 것이다. 유리온실에 들어서니 사랑앵무새가 우르르 몰려와 조잘거리다가 먹이만 받아먹고 나뭇가지로 날아가 버린다.

삼별초의 마지막 보루 항파두리 항몽유적지

제주살이 4일째는 새들이 재잘거리는 소리에 잠을 깼다. 두세 종류의 새들이 매일 아침 숙소 옆 대숲에 찾아와 모닝벨이 되어 준다. 울음소리를 들어도 무슨 새인지 몰라 답답하다.

사전을 뒤적여 보아도 알 수가 없다. 쑥새, 바다직박구리, 오목눈이, 동박새, 섬휘바람새, 흰배지빠귀, 청딱다구리 등이 제주도에서 살아가는 텃새들이다. 울음소리를 녹음해서 전문가에게 문의하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

아침 겸 점심을 대충 때우고 삼별초가 최후까지 대몽항쟁을 벌인 항파두리 항몽유적지를 찾았다. 1270년(원종 11) 2월 고려 조정이 몽골의 침입으로 굴욕적인 강화를 맺고 강화에서 개경으로 환도하자, 이에 맞서 김통정을 총수로 한 삼별초가 여몽연합군에 최후까지 항쟁하다 1273년 전원이 순의한 삼별초의 마지막 보루이다.

해발 190~215m 지점에 있는 항파두리 토성은 1271년 여몽연합군에 대항하던 삼별초군이 진도에 용장성을 쌓고 주둔하며 활동하다가 여몽연합군에게 쫓겨 같은 해 9월에 제주도로 들어와 군사력을 재정비하는 시기에 축성한 것이다.
 
항파두리 항몽유적지에 복원된 토성이 국난을 극복해 온 우리민족의 혼을 담고 펼쳐져 있다.
▲ 항파두리 토성 항파두리 항몽유적지에 복원된 토성이 국난을 극복해 온 우리민족의 혼을 담고 펼쳐져 있다.
ⓒ 임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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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토성은 총길이 6km(높이 5m, 너비 3.4m)에 이르는 외성이었다. 그 안에 다시 석성으로 800m의 내성을 쌓은 이중 성곽이었으며, 각종 방어시설뿐 아니라 궁궐과 관아까지 갖춘 요새였다. 1274년 삼별초군이 여몽연합군에게 패배하여 성이 함락되었는데, 방치되어 있던 토성 1km를 복원하여 국난극복의 교육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토성을 따라 걷다 보니 그 옛날 성을 쌓았을 민초들의 고난과 고통의 세월이 눈에 선하다. 수많은 외세의 침입으로 점철된 우리 민족사에서 얼마나 많은 병사들이 목숨을 잃었을까. 전쟁터에서 싸우다 죽고, 병들어 죽고, 굶주려 죽고, 풍랑이 휩쓸려 죽고, 그뿐이겠는가.

죄 없는 백성들까지 전쟁터에 불려 나와 부역하며 고통을 감내해야 했을 세월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고 분통이 터진다. 그런 국난의 시대 중심에 제주도가 있다. 참으로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이호테우해변 부두에 적마와 백마등대가 제주바다를 지키고 있어 마음이 든든하다.
▲ 이호테우해변의 말등대 이호테우해변 부두에 적마와 백마등대가 제주바다를 지키고 있어 마음이 든든하다.
ⓒ 임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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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찹찹하여 이호테우해변을 찾았다. 모래톱을 따라 백마와 적마 등대가 지키고 있는 부두까지 걸었다. 푸른 하늘과 그보다 더 푸른 바다가 마음을 후련하게 씻어 준다. 제주도 어디를 가나 뭍과는 다른 이런 청량한 푸르름이 제주도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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