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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힘들었니?>는 위기를 겪고 있는 청소년들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이라고 한다. 저자 이기순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이사장은 여성·청소년·가족정책을 직접 입안하고 실행한 정책 전문가로서 30여 년 간의 공직 생활을 마무리하며 이 책을 펴냈다.

학교 밖 아이들이 겪는 문제, 가정 밖의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 사이버 중독, 자살·자해 및 정서행동 문제, 학교폭력 및 사이버 폭력, 부모 자녀 간 갈등 등 다양한 위기를 다루고 있어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과 부모가 길을 잃고 우왕좌왕하지 않도록 나침반이 되어주는 책이다.

또한 청소년에게는 따스한 위로와 지지를 보내며, 어른들에게는 위기 청소년에 대한 구체적 이해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다양한 청소년 지원기관 및 복지 지원 내용을 안내하고 있다.
 
이기순 지음
▲ 얼마나 힘들었니? 이기순 지음
ⓒ 비티비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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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의 모습은 앞으로 다가올 사회의 청사진이다. 청소년 인구는 줄어들고 있는데 반해 고위기 청소년의 비중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우리 사회의 위기를 알려주는 적신호이다. 정상궤도에서 잠시 이탈한 청소년을 '문제아'라고 낙인찍고 외면하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을까?

이 책을 통해 선명히 깨닫게 된 점은 '겉으로 드러난 문제 이면에는 감추어진 문제가 있다'는 점이다. 수면 위로 떠오른 빙산의 일각처럼 눈에 보이는 문제의 심층에는 각 청소년이 처한 독특한 배경이 있으며 많은 경우 가정에서의 어려움이 묻혀있다.
 
17살 청소년 J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폭력에 익숙한 삶을 살았다····아버지의 폭력은 점점 심해졌다. 참다못한 J는 아버지에게 그동안 참아왔던 분노를 쏟아내고 집을 나왔다. 온라인에서 알고 지내던 형과 같이 지내게 됐고, 아르바이트도 했다. 그러나 믿었던 형이 J의 보증금과 모아둔 돈을 가지고 자취를 감췄고, J는 하루아침에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됐다. 무력감을 느낀 J는 죽고 싶다는 생각에 자살을 시도했다. 자살이 미수에 그친 뒤 경찰의 소개로 청소년쉼터에 입소했다. 처음에는 쉼터 생활이 너무 불편했다. 죽고 싶다는 생각만 하던 J에게 쉼터 선생님은 규칙적인 식사를 할 수 있게 챙겨주고 건강 검진도 받게 해주었고, 살아야 한다는 의지심도 심어줬다. 이후 J는 조금씩 건강을 회복했다.p. 46

K는 그동안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해온 사실을 어머니에게 어렵게 털어놓았다. 그러나 오히려 자신의 태도가 문제라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심한 충격을 받았다. 혼자서 상황을 벗어나려고 몸부림쳤지만 아버지의 행동은 점점 더 심해졌고, 이 지옥 같은 생활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다는 현실에 죽고만 싶었다. K는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에 청소년상담 1388에 도움을 요청해 청소년쉼터에 입소했다. 쉼터에서 지내며 어머니와 함께 상담을 받은 K는 과거의 고통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었다. 이후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사회복지사의 꿈을 꾸며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수업은 쉼터의 후원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K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가는 좋은 사회복지사가 되는 것이 꿈이다. 만약 K가 집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이런 변화는 절대 만들어 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K는 자신에게 도움을 준 쉼터 선생님처럼 괜찮은 어른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p.48
 
2021년 현재 134개의 청소년쉼터에서 2만여 명의 청소년이 생활하고 있다. 우리사회는 알게 모르게 가출청소년은 비행청소년이라는 편견을 지니고 있다. '가출청소년'이라고 분류되는 '가정 밖 청소년'은 단순히 집을 나온 나쁜 아이들이 아니다. 위의 사례처럼 가정에서의 폭력, 학대, 방임을 견디다 못해 집을 떠난 경우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청소년지원기관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쉼터 대신 길거리를 떠돌고 있는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비행청소년이라는 낙인과 안전한 장소의 부재는 너무 쉽게 범죄의 먹잇감이 되곤 한다.

청소년쉼터에 들어온 아이들에게는 심리상담을 통해 정서적인 지원을 하고 학업이나 취업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며, 퇴소 이후에도 스스로 삶을 꾸려갈 수 있도록 취업 지원도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청소년쉼터에서 음악, 댄스, 네일아트 등 자신이 평소 하고 싶었던 활동을 하면서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경험을 한다.

그러나 쉼터에서 지내는 청소년들은 자신감이 생겼다가도 주변의 편견 때문에 쉼터 생활을 떳떳하게 얘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미성숙한 어른들로 인해 가정에서의 폭력에 더해져 사회적 시선의 폭력을 이중으로 받는 셈이다.

다행히 인식개선 노력을 위해 2021년 3월 청소년복지지원법 개정으로 '가출 청소년'이란 용어가 '가정 밖 청소년'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것은 가출 청소년을 향한 부정적 낙인과 편견을 없애고, 청소년이 가정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상황'과 '가정 밖'이라는 위험 상황에 초점을 두어 국가가 인권 보장의 측면에서 지원 및 보호 정책을 마련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19 이후 심각한 우울·불안 문제 등으로 자살·자해 충동을 겪고 있는 고위험 위기군 청소년들은 더욱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코로나 전후(2018~2019.3월과 2020~2021.3월 비교)로 사이버상담에 나타난 주요 호소 사유를 비교했을 때, 정신건강 관련 사이버상담이 코로나 이전보다 78.6%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특히 가정에서 보호받지 못하여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들은 코로나로 인해 영양 불균형, 학습격차, 고립감과 같은 신체·인지·심리적 문제로 더욱 큰 어려움에 내몰려 있다.

저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청소년들이 위기를 디딤돌 삼아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회복탄력성(역경을 극복하는 마음의 근력)'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취약한 환경에서 자랐어도 '적어도 한 명의 성숙한 어른의 보살핌'을 받고 자란 아이들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성장해 나가는 회복탄력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연구(Emmy E. Werner)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어른들이 먼저 성숙한 태도로 청소년의 성장에 관심과 애정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너무 힘들어 아직 신발 끈도 다 묶지 못한 채 출발조차 하지 못한 청소년들, 어렵게 출발했지만 가던 길에서 넘어져 버린 청소년들, 많은 사람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했기에 헤매고 있는 청소년들···. 이들이 다시 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우리 사회공동체의 역할이자 책무다. 길을 벗어난 청소년들에게 사회가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기울일 때, 그들 스스로 길을 만들고 변화하며 성장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 책 서문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www.cyber1388.kr) 이용 및 1388에 전화를 하면 상담 및 청소년지원기관에 대한 안내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365일 24시간 무료로 청소년 상담, 친구문제, 진로, 학교폭력, 우울, 가출 등 상담을 하고 있다.

얼마나 힘들었니? -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의 치유와 성장 이야기

이기순 (지은이), 누림과이룸(2021)


태그:#1388, #얼마나힘들었니, #이기순, #가출, #위기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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