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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9일부터 15일까지 하루에 한 차례씩 총 다섯 번의 대국을 펼쳤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은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인공지능(AI)을 언급할 때면 어김없이 초대되는 단골손님이다.

인공지능을 갖춘 기계와 인간계 최고의 실력자가 맞붙었으니 이보다 더 큰 뉴스거리가 있었을까. 결국 4승 1패로 기계가 승리했지만, 어쩌면 우리에게 1승을 안겼던 이세돌이 더 큰 박수를 받은 이유는 기계에게 정복되고 싶지 않은 인간의 바람 때문으로 보인다.

신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매년 연례행사처럼 진행되는 이 설문도 비슷한 사례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메뉴다. "미래에 가장 빨리 없어질 직업은?"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질문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한다.

여기에 종사하는 이들에겐 그렇게 반가운 소식은 아닌데, 늘 살아남을 직업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부분의 공통점은 '창조성'이 있다는 것. 이에 문화예술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궁금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예술성과 창조성은 기계가 대체할 수 없다"는 여론(?) 덕분에 조금은 안심된다.

하지만 우리의 바람과는 다르게 예술에서 기술이 접목되는 수많은 시도가 진행되면서 두 영역의 경계선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심지어 몇몇 분야는 신기술이 예술의 영역으로 깊숙이 침투하면서 어느 정도의 창조성을 대체한다는 소문까지 들리고 있다.
 
 전시형 복합 공연<에이미 큐(AmI-Q)>는 12월 9~10일까지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서 진행했다.
  전시형 복합 공연<에이미 큐(AmI-Q)>는 12월 9~10일까지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서 진행했다.
ⓒ 이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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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도 언젠가는 예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12월 9~10일까지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서 진행한 전시형 복합 공연 <에이미 큐(AmI-Q)>를 이끈 우혜민 배우는 이 질문을 간과할 순 없다고 말했다. 작업을 기획한 팀 에미이(Team AmI)는 연극에 기반을 둔 사람들이 모인 프로젝트 팀인데 인간과 기계가 바라보는 예술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이 프로젝트를 움직였다고 말했다. 덧붙여 우씨는 처음에 이런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마음이 외롭거나 힘들 때, 나에게 빅데이터가 쌓인 AI가 있었으면 어떤 결정을 내릴까라는 상상을 말이죠."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예술과 기술이 결합된 프로젝트를 집중 지원하는 사업(2021년 예술과기술융합지원)을 통해 이번 프로젝트를 선정했다. 구체적인 목표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AI 예술가를 만드는 것'인데, 아마도 오랫동안 진행될 프로젝트의 첫 시도가 아닐까 예상한다. 쉽게 설명하면 '실존하고 있는 예술가를 똑같이 복제해서 나와 똑같이 닮은 버츄얼 휴먼('에이미'라는 가상인물)을 제작한 후 AI예술가와 배우가 동시에 무대에 서는 것'이다.
 
전시형 복합 공연<에이미 큐(AmI-Q)>는 실존하고 있는 예술가를 똑같이 복제해서 똑같이 닮은 버츄얼 휴먼('에이미'라는 가상인물)을 제작한 후 AI예술가와 실제 배우가 동시에 무대에 서는 것”이 목표다.
 전시형 복합 공연<에이미 큐(AmI-Q)>는 실존하고 있는 예술가를 똑같이 복제해서 똑같이 닮은 버츄얼 휴먼("에이미"라는 가상인물)을 제작한 후 AI예술가와 실제 배우가 동시에 무대에 서는 것”이 목표다.
ⓒ 한국문화예술위원회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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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번에 선보인 결과물은 '전시 형태를 빌린 공연'이라는 말이 맞을지 모른다. 에무에서 공개한 행사를 참석해보니, 스크린이나 무대에서 실연하는 오리지널 연기가 아니라 그간의 제작과정을 모은 영상을 공개한 것이다. 여기엔 제작에 참여한 스태프들이 어떻게 작품을 만들어왔는가를 보여주는 메이킹 필름인지도.

이 프로젝트는 미래의 신기술로 대표되는 '버츄얼 휴먼(Virtual Human, 가상인간)' 기술을 활용해 제작됐다. 이것은 인간의 기능을 모델화해서 가상으로 재현한 것인데, 최근에는 방송·금융·의료·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산업 군에서 하나의 인격체로 대중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시는 래아, 로지, 수아 등이 있다.

아무래도 고도의 신기술이 접목되다보니 함께 하는 팀들의 도움이 없다면 성공하기 힘들다.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도 융복합에서 플랫폼을 만들어 예술가와 기술팀을 엮어주는 역할을 한 '필더필'과 모션캡처를 전문으로 게임을 만드는 'EMP스튜디오'와 손을 잡았다.
 
12월 9~10일까지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서 진행한 <에이미 큐(AmI-Q)>를 이끈 우혜민 배우는 “기계도 언젠가는 예술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라는 질문에서 이 프로젝트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12월 9~10일까지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서 진행한 <에이미 큐(AmI-Q)>를 이끈 우혜민 배우는 “기계도 언젠가는 예술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라는 질문에서 이 프로젝트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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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서론으로 돌아가 "정말 기계가 예술을 할 수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우씨의 생각이 궁금했다

"보통 사람들에게 '예술과 기술이 속한 융복합이 뭘까?'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잖아요. 그런데 예술도 성공하려면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죠. 가령 연극도 기존 무대에서 사용하던 기술 외에 다른 산업에서 만든 기술을 데려와 함께 작업하는 것에 의미가 있어요. 단순히 예술작품을 접목해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의존하면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듯이. 반드시 필요한 관계에서 만든 작품이 진정한 예술과 기술의 결과물 아닐까요?"

우씨도 처음에는 실제 배우가 가상인간과 함께 연기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작업을 하다 보니 가상인간으로는 인간이 내면에서 내뿜는 연기의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이렇게 낯선 공연을 접하는 관객들에겐 이런 시각으로 바라봐주길 기대했다. 

"전시 콘셉트는 2021년인데, 연기하는 도슨트 설정은 2037년이죠. 우리 팀이 가진 세계관을 홈페이지에서도 2037년으로 설정했고요. 이처럼 '얘네 웃긴 거 하네!'라는 마음으로 즐겁게 봐주시면 좋겠어요. 또 미래 사람들이 '2021년에는 이것을 어떻게 기억했을까?'라는 질문을 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우씨는 "가상인간의 대화가 인공지능을 완벽하게 대체했는가?"에 대한 물음에는 철저하게 선을 그었다. 


"이것은 철저한 카피(copy)가 맞아요. 처음에는 저도 인공지능을 꿈꿨는데, 그것은 아주 먼 미래라는 것을 깨달았죠. 지금 우리가 보여준 것은 센서를 착용한 배우의 연기, 노래를 복제하고 음성을 입힌 수준이에요." 

이렇게 한계가 명확한 이유는 기술 전문가와 협업에서 예산의 어려움 때문이란다. 실제로 이들이 바라는 완벽한 가상인간을 만들려면 넘어야할 단계가 지금보다는 훨씬 많단다. 

"지금은 보편화되지 않았으니까 비용이 많이 들어요. 예술과 기술의 융복합을 실험할 수 있는 기회라도 주어지지 않으면 일단 성공하기 어렵거든요." 

또한 미래에 자신들과 같은 길을 걸으려는 예비 예술가에게도 당부를 잊지 않았다.

"재미있게 작업을 하면서 목표 수위를 낮추세요. 목표를 낮게 잡되, 충분히 실험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에이미 큐> 프로젝트는 미래의 신기술로 대표되는 ‘버츄얼 휴먼(Virtual Human, 가상인간)’ 기술을 활용해 제작됐다.
 <에이미 큐> 프로젝트는 미래의 신기술로 대표되는 ‘버츄얼 휴먼(Virtual Human, 가상인간)’ 기술을 활용해 제작됐다.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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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미 큐(AmI-Q)>처럼 예술과 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작품에 주목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2017년부터 새로운 지원사업을 추진했다. 올해는 <예술과기술융합지원사업>(arko.or.kr/artntech)을 통해 총 79개 팀을 선정하였으며 팀 에미이(Team AmI)의 <에이미 큐(AmI-Q)>는 유형2(기술개발 및 창제작) 선정작품 중 하나로, 이번 사업을 통해 예술기술 융합 프로젝트의 첫발을 내디뎠다.

장기 프로젝트에서 첫 삽을 떴으니 이제는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궁금했다.

"내년에 준비하는 스텝의 외형을 만들었으니 이제는 내면을 채우고 싶어요. 각자 느끼는 자기의 기억이 중요하거든요. 아침에 창문을 열었을 때 냄새, 색감 등 에이미의 사적인 공간에 이런 것들을 구현해보고 싶어요."

이 프로젝트는 '기계도 예술을 할 수 있다'는 명제에서 출발했는데, 자신의 생각이 틀렸길 바란다고 고백했다.

"아마도 저는 기계에게 뺏기고 싶지 않은 속마음이 있는지 몰라요. 이번에 버츄얼 휴먼(가상인간)이 하는걸 보면서 어떻게 보면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드네요. 복제를 했는데, 눈을 깜박이는 에이미가 슬퍼보여서 제 마음을 울리더라고요. 잘 모르겠지만 나중에는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래도 영원히 이루지 못했으면 좋겠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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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빼고 문화만 씁니다." 문화예술 전문 월간지<문화+서울>(문화플러스서울) 편집장을 지냈으며, 매주 금요일마다 한겨레신문에 예술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사람in예술' 코너에 글을 쓰고 있다. sortir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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