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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연(耆老宴)이란 조선 시대 70세 이상 정 2품을 지낸 원로 문신들을 위로하고 예우하기 위해 국가에서 베풀었던 잔치이다. 오늘날에는 각 지역의 향교에서 어른들을 공경하고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행사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7일 부여군 홍산면에서 기로연이 있다는 소식에 취재차 다녀왔다.

이미 지방은 고령화의 시간에 접어든 지 오래이다. 솔직히 기로연의 주인공들이나 행사의 주최자나 거의 비슷한 연령대들이다. 스스로 인정하지 않고 부정하고 있을 뿐 거의 노년의 삶에 근접해 있다. 기로연의 주인공들이 홍산면 공공문화 회관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대선과 지방 선거를 앞두고 있어서인지 후보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어르신들과 악수를 나누고 허리를 숙여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스마트폰을 정말로 스마트하게 이용하는 80세 김현수 어르신. 이런 기능이 있는줄 그날 알았다.
▲ 손동작을 이용해 셀카를 찍는 기능 스마트폰을 정말로 스마트하게 이용하는 80세 김현수 어르신. 이런 기능이 있는줄 그날 알았다.
ⓒ 오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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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가 시작되자 어르신들은 자리에 앉았고 행사 관계자들은 조용히 움직이며 원활한 행사를 도왔다. 객석의 중간쯤에서 어르신 한 분이 일어서더니 스마트폰으로 행사장 안의 풍경을 쓱 훑으며 동영상을 찍었다. 자리에 앉아서는 스마트폰 화면을 보며 손을 흔드는 동작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나중에 알고 보니 모션으로 셀카를 찍는 동작이었다).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이 스마트 폰으로 동영상을 찍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내가 아는 어르신들은 아직도 폴더폰을 사용하고 스마트폰을 대부분 전화를 걸고 받는 용도로 밖에 사용할 줄 모르는 분이었기 때문이다.

식전 행사로 홍산 풍물팀의 충청 웃다리 사물놀이 공연이 시작되었다. 그 어르신은 사물놀이 공연을 하는 무대 앞으로 나아가더니 한참을 동영상을 찍었다. 기로연에 참석한 어르신들 중 아무도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분은 없었다.

그 어르신은 스마트폰을 정말 스마트하게 이용할 줄 아는 분이었다. 기로연에 대해 취재하러 왔다가 스마트폰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그 어르신한테 꽂혔다. 사물놀이 공연이 끝나고 다음 행사가 시작될 즈음에 그 어르신이 자리에서 일어나 행사장 밖으로 나가길래 따라가서 말을 건넸다.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찍으시던데.....?"
"내가 운영하는 카페가 6개에 밴드가 3개야. 거기에 다 올려주려면 그 정도는 찍어야지."


나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 연세에 '밴드'와 '카페'를 알고 있는 스마트한 어르신을 시골 마을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부천시 충청향우회장도 오래하고 산악회 활동도 했거든. 고향에 내려와 있으니 고향 소식을 향우회와 종친회 카페에 올려주는 거지. 나가 있는 사람들이 고향을 소식을 반가워 하니까 이런 행사장에는 다 쫓아다니며 동영상을 찍어서 올리고 있어."

올해 80세인 김현수님은 2년 전 고향인 부여군 홍산면 조현리로 돌아와 유유자적한 삶을 즐기고 있다고 했다.

"내가 셀카봉도 세 개나 있는데 오늘은 안 가져왔어. 내가 그런 거 가지고 다니니까 여기서는 미친놈 소리도 들어. 나는 폰도 자주 바꿔. 새로운 폰이 나오면 바꾸고 용량이 다 차면 바꿔버리는 거야."

나이 80세 얼리어답터 어르신이었다. 스마트폰을 얼마나 스마트하게 이용을 하는지 필요한 앱을 다운 받아서 살뜰하게 사용하고 있다며 나한데 바탕화면에 깔린 앱들을 보여주었다.

한자 어플도 3개를 깔아놓고 수시로 모르는 한자를 찾아보며 익히며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위치 정보를 찾는 법과 보내는 법 등을 나에게 알려주기도 했다. 항상 이용하는 기능들 이외에는 알려고 하지 않던 나의 스마트폰 사용법에 경종을 울려주기까지 했다. 스마트폰 사용법을 젊은이가 아닌 올해 80세인 어르신에게 배우는 기분이 어쩐지 나쁘지 않았다.

"자꾸 주무르면 보이는 거야."

얼핏 야한 상상이 드는 말이었지만 80세 얼리어답터 어르신한테는 가장 어울리는 말이었다. 내가 뒷자리에서 지켜본 김현수님은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한시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다른 어르신들이 전화기를 애초에 가져오지도 않은 것처럼 얌전히 행사에 집중하는 동안 그의 손은 한순간도 스마트 폰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나이가 들수록 기기의 발달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소외감을 느낀다. 그럼에도 적극적으로 속도를 따라잡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 노년의 특성이다. 사람은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본능이 있다. 항상 그 자리에 머무르려는 욕구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다. 나이가 들수록 더 그렇게 된다.

김현수님은 젊은 시절 냉동 냉장기를 다루는 일을 했다. 그래서 기계에 대한 두려움 대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컸다.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다룬 데는 이런 배경이 있었다. 국민학교를 다 졸업하지 못하고 서울로 올라가서 자리를 잡기까지 노숙을 하며 공부를 하고 자립을 하는 등 치열하게 살았다고 했다.

젊은 날 불꽃처럼 살았던 습관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고향에 돌아와서는 동네에서 고장 난 가전 제품 등은 다 손봐주는 기술자로 재능 기부를 하며 살고 있다고 했다.
 
운영하는 카페 6개와 3개의 밴드에 올릴 동영상을 촬영하는 김현수 님.
▲ 80세 얼리어답터 운영하는 카페 6개와 3개의 밴드에 올릴 동영상을 촬영하는 김현수 님.
ⓒ 오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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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연이 진행되는 동안 김현수님의 사진과 동영상 찍기는 멈추지 않았다. 누군가가 시키거나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 아닌 일을 열정적으로 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그것도 요즘 사람들의 소통하는 방법인 카페와 밴드를 자유롭게 활용하는 80세 네티즌이 부여 홍산면 산 산골 마을에 살고 있었다.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헤어졌던 날 이미 우리는 사회관계망 친구가 되었다. 공유 링크가 왔다. 김현수님이 먼저 나에게 보낸 것이었다. 거기에는 기로연 현장 사진뿐만 아니라 행사를 시작하기 전 주변 상황과 행사장의 동정 등이 동영상으로 업로드 되어 있었다. 프로필에는 그가 활동하는 산악회와 종친회, 바이크를 타는 모습까지 나이를 잊은 사진들이 자랑처럼 올려져 있었다.

최근 손자, 손녀들과 함께 동영상 플랫폼 활동을 하면서 셀럽이 된 노년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을 바람직하게 보아 왔다. 사고의 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꼰대' 소리를 듣지 않는 노년을 보낼 시간은 얼마든지 있다.

김현수님은 세월을 거스르며 사는 듯 80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목소리에 힘이 있고 발걸음은 가벼워 나는 듯이 걸었다. 거기에 현대인의 필수품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시니어를 바라보는 고정관념을 단번에 무너지게 만들었다.

기로연과 얼리어답터라는 어울리지 않는 키워드의 연결고리를 멋지게 이어준 스마트한 어르신을 사회 관계망 서비스 친구로 맺게 되었다. 첨단 시대를 발맞추어 함께 걸어가는 이런 시니어들에게 갈채부터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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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부여의 시골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조근조근하게 낮은 목소리로 재미있는 시골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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