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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공공상생연대기금 등 주최로 '촛불을 넘어, 상생과 연대의 대한민국을 향해' 토론회가 열렸다. 공공상생연대기금 창립 4주년을 기념해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신광영·윤홍식·신진욱 교수 등은 주제 발표를 통해 모두 현재 한국 사회의 핵심 문제로 '불평등'을 꼽고 각각의 해법을 제시했다. 이들 세 사람의 주제 발표문을 요약해 소개한다.[편집자말]
공공상생연대기금 창립 4주년 기념토론회 ‘촛불을 넘어, 상생과 연대의 대한민국을 향해’가 1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공공상생연대기금, 한국사회학회, 한국사회정책학회 공동주최로 열렸다. 신진욱 교수가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공공상생연대기금 창립 4주년 기념토론회 ‘촛불을 넘어, 상생과 연대의 대한민국을 향해’가 1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공공상생연대기금, 한국사회학회, 한국사회정책학회 공동주최로 열렸다. 신진욱 교수가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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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이화여대 학생들이 본관을 점거했다. 학교 측이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뷰티·헬스 전문 '미래라이프 대학'을 학생들과의 소통 없이 강행하려 하자 감행한 일이었다. 최경희 당시 이화여대 총장은 경찰을 불렀다. 1600명의 경찰이 학생들을 강제 연행했다. 이에 이화여대 졸업생들은 졸업장을 반납했다. "학생을 탄압하는 이화여대, 우리는 이런 학교를 졸업하지 않았다"며 후배들의 시위에 뜻을 보탰다. 그 해 9월 국회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이화여대에 입학한 것과 '미래라이프사업' 선정 사이의 연관성 여부가 문제시됐다. 10월 최경희 총장은 결국 사퇴했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 교수는 "이것은 작은 역사의 끝이 아니라 큰 역사의 시작이었다"고 진단한다. 미래라이프 사업에 반기를 들었던 작은 불씨가, 2016년 10월 29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1차 촛불집회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거대한 역사가 이화여대·정유라로 시작되었다는 것은, 2016년~2017년 촛불과 탄핵이 혁명과 복고를 함께 품고 있었다는 것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촛불집회가 한창일 때 이화여대와 정유라 관련 기사 댓글 177,867건의 상징연결망을 분석한 보도가 있었다. '박근혜, 최순실, 정유라'가 한편에 있었고 '우리, 국민, 민주주의'가 반대편에 놓인 이항대립 구조였다. 여기에 연결된 3개의 상징 군집이 있었는데 하나가 '이화여대·특혜·반칙', 다른 하나가 '실력·능력·부모·더럽다·거짓말' 마지막이 '국민·개돼지·분노·니들'이었다. 이런 상징연계는 공정성의 관념과 상류계급에 대한 전복적 감정을 함께 담고 있다."

10일 공공상생연대기금 토론회 현장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제한 신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혁명(불평등 종언)과 복고(민주주의 회복)의 경합이 격렬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이를 공정성 논란에서 읽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2021년 대한민국은 '조울증 사회'가 됐다"

발표문을 통해 신 교수는 '조국 전 법무장관,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부동산 가격 폭등' 등이 대립구도를 보여 온 공정성 이슈라고 지적한다.

"2018년 공정성 이슈에 관한 댓글 빅데이터를 분석한 기사가 나왔다. '공정·희망·역차별'이라는 키워드와 이들을 연결하는 '기회·노력·무능'이라는 핵심어가 추출되었다. 기사를 쓴 천관율 시사IN기자는 핵심어들을 연결시키는 서사를 다음과 같이 재구성했다. '정부는 노력하는 이들이 보상 받을 수 있도록 공정한 기회를 만들어낼 책임이 있다. 그렇지 않고 무능한 이들의 무임승차를 방조·조장한다면 정부 역시 무능한 것이다. 이는 지지를 철회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이렇다 보니 2021년 대한민국은 "조울증 사회"가 됐다고 신 교수는 주장한다. "열정과 냉소 사이를 오가며 더 나은 사회로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기대에 차있던 시간이 사라지고 어디에도 출구가 보이지 않는 것처럼 깊은 비관의 시간이 들이닥치곤 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론은 때마다 출렁였다.

신 교수는 "촛불 집회 이후 국민의 자긍심이 고조된 상태에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남북회담·북미회담이 연이어 성사되며 국정 수행 긍정 평가율이 80%를 상회했다"며 "그러나 2019년 조국 전 법무장관을 둘러싼 격렬한 사회적 갈등으로 (지지율) 하강의 저점을 찍었다"고 진단한다. 그는 "하지만 2020년 초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한국의 성공적 방역이 세계의 주목을 받았고, 민주당은 사상 최다 의석을 얻었다"며 "그 무드가 반전돼 2020년 하반기부터 여권 지지율이 급락했다"고 분석한다.

'조울증 사회'였음에도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신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한국사회 불평등을 감소시키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며 "국민소득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는 노동소득분배율이 문재인 정부 2년차인 2018년부터 크게 증가했다, 상대빈곤률도 박근혜 정부 마지막 해 급증했으나 문재인 정부 들어 완만하게 감소 추이로 돌아섰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완전히 부정적인 지표'도 존재한다. 부동산 부문이다. 신 교수는 "부동산 가격 폭등과 자산격차 확대가 초래한 민심의 이반은 문재인 정부의 다른 모든 긍정적 성과를 덮을 만큼 크다"면서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의 완성'을 표방하면서 출범했지만 부동산, 고용불안 문제 같은 오래된 사회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로 인해) 모든 연령대, 계층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크게 하락했는데, 민주당을 지지했다가 실망한 유권자들 중에 정의당을 지지하는 쪽으로 이동한 경우는 아주 소수"라며 "특히 2030 젊은 연령대가 이 정도로 보수 정치 성향을 보인 것은 민주화 이후 처음이다, 유권자들의 전반적인 보수화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한다.

그렇다면 대선 이후 5년, 진보진영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신 교수는 '진보의 혁신'이라는 화두를 다시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거대 양당 모두 강력한 반대 세력을 갖고 있는 만큼, 오히려 '진보의 혁신'이 가능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선 이후의 5년은, 누가 대통령이 되든 순탄치 않을 가능성이 많다. 누군가에 의해 특별한 반전과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 한, 어떤 기존 정치세력도 다수 유권자의 인정과 신뢰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당분간은 지속될 가능성이 많다. 조지프 스티글리츠가 '정치적 진공 상태'라고 불렀던 이 대표성의 공백은 서구에서 우익포퓰리즘 정치가 밀려들어온 공간이 되었지만, 한국에서는 어쩌면 진보의 혁신이 일어나는 장소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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