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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공터에 핀 국화꽃
 우리 동네 공터에 핀 국화꽃
ⓒ 임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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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는 가을이면 이집 저집 마당에, 화분에 국화꽃이 피어 있다. 철공소 집에는 노란 소국이,  옷가게 입구에는 보라색 대국이, 미장원과 피아노 학원 앞에도 노란 소국이 화분에 소복하니 담겨 있다. 그중에서도 빨간색 2층 벽돌집 국화꽃은 보기에 가장 예쁘고 싱싱해 보인다.

빨간색 벽돌집에 사는 할어버지 덕분에 마을은 국화 향기로 가득하다. 봄부터 할아버지가 심어서 돌봐 온 국화는 이웃들에게 선물이 된다. 심지어 마을 공터마다 할아버지는 국화를 심고 가꾼다. 그 덕분에 가을이 되면 동네는 국화꽃으로 만발한다.

벽돌집에 사는 할아버지는 은퇴하고 취미로 꽃과 나무를 가꾸시는데 그 집 마당에는 봄이면 아기자기한 앵두꽃이, 여름이면 보랏빛 으아리꽃이 피어 있다. 늦여름에는 청포도가 익어가고 가을에는 국화가 노오랗게 마당을 밝히고 있다. 집으로 가는 길에 나는 그 집 마당에 정갈하게 가꿔진 꽃과 나무, 앵두며 청포도를 보며 계절을 만끽하곤 한다.

작년 가을에 남편이 국화 화분을 사 들고 왔다. 사무실 앞에 가져다 놓으니 은은한 향기며 화사한 빛깔이며 오가는 사람들에게 밝은 기운을 북돋아 줄 것 같았다. 그 국화를 올 봄에 뒷마당에 심어 보았다. 봄과 여름이 지나 잎사귀가 자라고 키도 커지고 더구나 자기 영역을 확장시키고 있었다. 그런 걸 보면 국화의 생명력은 왕성하다. 

날이 가물면 물을 주고 가꿔야 하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마당을 자주 들여다 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국화는 어느 새 훌쩍 자라 키를 키우고 덩치를 불리고 있었다. 10월이 되니까 국화가 봉오리를 맺고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 작은 봉오리는 얼마나 귀엽고 앙증맞던지... 활짝 핀 국화를 꺾어서 꽃병에 꽂아 두고 가을 내내 즐겼다.

11월의 어느 날인가, 남편이 벽돌집 할아버지가 주었다며 노란 국화가 활짝 핀 화분을 들고 왔다. 우리 집 마당에 핀 소국과는 생김새가 좀 달랐는데 노란 빛깔의 꽃잎들이 하나인 듯 단단하게 모아져 있는 모양새였다.

향도 깊이가 달랐다. 국화를 놓은 공간이 향기로 가득해졌다. 마스크를 썼는데도 그 향기는 콧속 깊이 스며들어와 일상 속에서 작은 힐링이 되었다. 오랜 내공이 보이는 할아버지의 정성과 노력과 시간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웃 할아버지 덕분에 가을 내내 그리고 겨울에 들어선 지금까지 기분 좋아지는 국화 향기 맡으며 살고 있다. 더구나 12월의 국화라니... 전에는 12월에도 국화가 이렇게 생생하게 피어서 향기를 퍼뜨리는지 알지 못했다. 늘상 보던 것들이 갑자기 새롭게 보이고 전에는 안 보이던 것들이 어느 날  마음에 스며드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추운 겨울날, 마음이 노오란 국화의 온기로 가득하다. 향기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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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통해 저를 돌아보고 삶과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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