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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로 생계를 잇는 전업농부가 되고 여덟 번째 겨울을 맞이했다. 농사를 준비하는 입춘(立春)부터 여름, 가을, 겨울로 이어지는 사계절을 마라톤 선수처럼 달렸다.

노지농사는 비가 내리면 쉬기도 하지만, 일부러 그 날을 만들수는 없다. 항상 날씨예보를 보면서 할 일의 순서를 바꾸기도 하고, 어떤 일은 너무 이르거나 늦지 않도록 날씨를 보면서 때를 맞춰야 한다.

쉬는 날을 만들어주는 비가 항상 반가운 것은 아니다. 필요한 때에 적당히 내리고, 한동안 내리지 않아야 할 때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작년과 올해는 쓸데없는 비가 많이 내렸고, 기후변화 때문에 농사의 어려움은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농사는 마음을 내지 않으면 억지로 할 수 없다
▲ 실상사농장 농사는 마음을 내지 않으면 억지로 할 수 없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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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에도 지지 않고

농사 짓는다고 하면 그럴 사람처럼 안 보인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농사가 힘들지  않냐고 물으면, '힘은 들지만 재미 있다'고 말을 한다.

농사는 몸으로 하는 일이라서 힘듦은 있다. 그러나 지금은 온전히 몸으로만 농사를 하는 시절은 아니다. 전업농부라면 이런저런 농기계를 대부분 갖추고 있으며 농기계 임대사업소에서 빌려올 수도 있다.

농사일이 가장 힘들 때는 7~8월의 뜨거운 폭염과 꿉꿉한 습기가 온몸을 달구고 땀으로 적시는 여름이다. 이 때를 넘기는 것은 강한 체력도 아니고 고집 센 정신력도 아니다. 뜨거운 햇볕과 지나가는 바람이 농사를 돕는다는 사실을 알고,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는것이다.

농사는 음악의 리듬을 맞추는것처럼 일정한 동작을 반복하는 일이다. 몸과 마음이 농사의 리듬과 잘 맞을 때 흥이 나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몸과 마음이 흐트러지는것을 느낄때는 일을 멈추고 시선을 멀리 두거나 하늘을 올려다 본다.

어떤날은 이런 농부로 살아가고 싶다는 기도문 같은 미야자와 겐지의 시 '비에도 지지않고' 처음 구절이 저절로 읇어지기도 한다.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에도 여름 더위에도 지지 않는
건강한 몸과 욕심 없는 마음으로
결코 화내지 않고 조용히 웃음 짓고...'

  
농사는 마음으로 짓는다
▲ 실상사농장 농사는 마음으로 짓는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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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는 마음으로 짓는다

누군가 농사는 힘들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렇게 보일 때가 있다. 아마도 머리로 생각했던 농사가 아니었을 것이다. 이것은 사람의 할 일이 아니라면서 농사의 재미를 알기도 전에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농사는 억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말리지 않는다. 농사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도 농사도 거칠게 상처를 받기 때문이다.
  
흙으로 부터 오는 음식은 우주가 담겨있다
▲ 실상사농장 흙으로 부터 오는 음식은 우주가 담겨있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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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는 말, 쌀 한톨에 온 우주가 담겼다는 말은 몇 년의 농사가 지났을 때 비로소 이해를 했다. 지구밖 우주에서 오는 햇빛과 달빛, 구름이 만드는 비와 바람과 농부의 손에 사람의 목숨이 달렸다.

자연과 생명의 질서를 해치지 않는 농사의 깨달음도 몇년이 걸렸다. 농사에 관계된 수 많은 생명을 적으로 보지 않고, 생명의 질서 안에서 다뤄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농사의 결과에 일희일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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