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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전세계가 힘든 지난 2년이었다. 2020년 2월, 코로나라고 하는 무시무시한 전염병이 한국에 제대로 상륙했을 때, 이렇게 해가 바뀌고 두 번째 해가 바뀔 때까지 창궐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작년 2월에 코로나가 터지고 대학가는 개강이 몇 주 밀리더니 전면 비대면으로 수업을 하게 되었다. 학생들도 교수자들도 좌충우돌 힘들었던 비대면 수업 적응 기간을 거쳐, 강의실 여건과 코로나 상황에 맞추어 혼합 강의하는 시간들을 지나, 내가 맡은 몇몇 과목들은 이번 2학기에 들어 전면 대면 수업으로 전환되었다.

나는 대학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1학년 실습 수업인데, 직접 손으로 만져 가면서 하는 실습이라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실습 시간은 대부분 시끌벅적하고 조금 빨리 끝낸 학생들은 조금 서툰 친구들을 도와 주기도 한다. 그렇게 서로의 실습이 끝나길 기다렸다가 같이 캠퍼스의 낭만을 즐기러 간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오랜만에 강의실에서 만난 신입생들
 
코로나 시대에는 뭘 같이 먹지 않는 이상, 마스크를 벗고 만날 일이 좀처럼 없다.
 코로나 시대에는 뭘 같이 먹지 않는 이상, 마스크를 벗고 만날 일이 좀처럼 없다.
ⓒ elements.env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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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기 오랜만의 1학년 대면 수업인지라 나도 적잖이 긴장을 했다. 학생들을 직접 만나는 것도 기대가 되었고, 또 학생들이 좋아하는 과목인 만큼 나 역시 설레는 마음을 안고 수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기대와는 다르게 수업 분위기는 쥐 죽은 듯이 고요하고 학생들은 자기 분량의 실습을 마치면 바로 퇴실을 했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달라진 강의실 풍경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마스크를 쓴 아이들의 표정을 읽을 수가 없었다. 질문을 하면 웅얼거리면서 대답을 하는 학생들이 있기 마련인데 그마저도 마스크라는 장벽에 가로 막혀 내 귀에는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았다.

코로나 시대를 지나오며 강의실에서 말하지 말라는 특명이라도 받고 왔나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하물며 쉬는 시간에라도 삼삼오오 모여서 시끌벅적 떠들 법도 한데 대부분은 엎드려 자거나 조용히 휴대폰을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어느 날은 답답한 마음에 "여러분 같은 과 동기 아닌가요? 서로 안 친해요?"라고 반 농담으로 물었더니 "거의 다 비대면 수업이라 서로 잘 몰라요"라는 처참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중 유독 친해 보이는 학생 둘이 있길래 "두 사람은 어떻게 친해요?"라고 물었더니 "저희는 고등학교 동창이라서..."라는 웃픈 대답을 들었다.

코로나 시대에는 뭘 같이 먹지 않는 이상, 마스크를 벗고 만날 일이 좀처럼 없다. 매주 수업을 하면서 마스크 위로 빼꼼히 내민 눈과 머리 모양 등으로 이름과 얼굴을 겨우 매칭 시켜 두어도 소용없다. 학교 식당에서 혹은 커피숍에서, 마스크를 벗은 아이들을 대면하게 되면 전혀 다른 사람처럼 낯설게 느껴진다.

실습을 도와주는 학부생 튜터 얼굴을 중간고사 치르고 고생했다고 밥을 사주는 자리에서 처음 봤다. 매주 수업 시간에 만나도 마스크 벗은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기에 수업 시작하고 2달 만에 소위 말하는 "하관을 텄다(마스크 벗은 얼굴을 봤다는 뜻)."

그래서 내 마음 속 올해의 인물은 코로나 학번 대학생들, 그 중에서도 특히 올해 입학한 대학 새내기, 21학번 학생들이다. 코로나 시대 첫 일년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고3 시절로 보내고, 대학에 입학해서 좀 나아지나 했더니 2차, 3차, 4차 대유행과 델타 변이에 최근에는 오미크론 변이까지 겪어야 한 아이들.

비대면 강의가 일상이 되어 버린 학번. 개강 파티는커녕 대학의 꽃이라는 축제도, 엠티도 한번 다녀와 보지 못한 아이들. 동기들과의 흔한 술자리조차 사치인 아이들. 대면 수업을 해도 종일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해서 1학년 2학기가 지나도록 서로 동기 얼굴도 모르는 아이들.

학년 말 겨우 생기가 도는 강의실, 힘내라 21학번

처음 팀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묶어준 팀원들끼리 동기인데도 처음엔 서로 존댓말을 썼다. 그런 웃프고도 씁쓸한 시간들을 지나 학기 말로 치닫고 있는 요즘은 그래도 같은 팀원들끼리는 제법 친해졌다.

이제서야 강의실에 조금씩 생기가 돌고, 쉬는 시간이 왁자지껄해졌다. 처음의 소극적이고 위축되었던 모습에서 조금씩 대학교 1학년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는 모습들이 감사하고 기특하다.

무임 승차, 팀원들 간의 불화, 등 여러가지 이유로 팀 프로젝트를 기피하는 학생들이 많은 현실이지만, 이번 학기 만큼은 다른 때보다 더 즐겁게 참여하는 것 같다(물론 교수자의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팀 프로젝트가 코로나 시대에는 학생들 간의 친밀도를 높여주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도구가 되어 주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로 인해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었지만, 내가 학교에서 주로 만나는 대학생들을 보면 1학년은 대학 생활을 즐길 기회를 잃어서, 졸업 반은 취업 난이 더욱 심해져서, 2, 3학년은 한창 외부 활동을 하거나 배낭 여행, 인턴 활동 등을 통해 견문을 넓힐 나이에 그런 길이 모두 막혀서, 모두가 힘든 시간들을 보냈고, 보내고 있다.

2년제 학교에 다니는 20학번 학생들은 동기들 얼굴도 제대로 모른 채 입학과 졸업과 취업을 이 코로나 시대에 모두 해치워야 한다고 생각하니 서글프고 안쓰럽다. 부디 내년부터는 온전한 대학 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코로나 시대의 대학생 모두를 응원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 및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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