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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 뫼소 <인생은 소설이다>
 기욤 뫼소 <인생은 소설이다>
ⓒ 밝은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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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문제 해결 능력이 내 안에 존재한다"고 믿어 왔다. 문제를 마주할 때면 언제나 그에 대해 깊게 고민했고, 단순한 현상에 매몰되지 않으려 애쓰며 그 이면에 숨겨진 원인을 정면으로 바라보고자 노력했다. 그로 인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믿었다. 나 자신에 대한 신뢰라기보다 이성과 지성이라는 숭고한 가치를 따르고자 했던 의지였다.

하지만, 생각만큼 세상은 쉽지 않았다. 완벽한 구조로 쓰인 소설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예상하지 못한 문제들이 계속해서 발생했고, 어쩌면 쉽게 해결할 수도 있었을 문제에 너무 복잡한 계산식을 사용하는 바람에 시기를 놓쳐버리는 경우도 많았다.

또한, 깊은 심연에서 끌어올린 다양한 판단의 근거들은 정작 이해 당사자들의 공감을 사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결국 문제는 이런저런 이유로 해결되지 못한 채 곪아 상처를 냈으며 나는 그 석연치 않은 결과를 힘들게 수용하면서 나의 행위들에 적당한 의미를 부여하며 합리화하는 수준에 머물게 되었다.

그럴수록 어딘가 의지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책이든 사람이든 창작이든 간에 상관없었다. 사람들이 광신도가 되는 주요 이유는 불안 때문이다. 불안은 사람을 나약하게 만드는 일종의 질병이다.

이 병을 앓는 사람들은 일반적이지 않는 증상을 보이게 되는데, 이것은 사이비 종교의 그것과 닮았다. 의심 없는 믿음과 과도한 집착. 대상은 중요하지 않다. 답답한 가슴을 뚫어줄 무언가라도 있으면 켜켜이 쌓인 허물을 풀어헤쳐 그 앞으로 내민다.

소설가는 그 심리적 병을 창작으로 치료하는 인물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믿고 싶은 것과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끄집어내 소설 속에서 극대화시켜 철저히 해부하고 병을 치유한다.

무엇이 현실이고 상상일까

기욤 뫼소 <인생은 소설이다>는 이러한 소설가의 모습 그 자체를 주제로 삼았다. 소설가가 자신의 창작한 소설 속 인물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모른다는 설정은 아주 새로웠다. 대부분의 소설가들의 인터뷰에서 읽었던 기억을 되돌려 보는바, 자신이 창조한 인물이 소설 속에서 어떠한 운명을 맞이할지 알 수 없다는 말들이 많았다.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들 소설의 시작이 불안과 창작이라는 화학적 반응으로부터 발현된 픽션이라는 과정에 안착한 결과였다면 그 방향은 어쩌면 써야만 알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정한 아이디어와 방향성은 있었으나 그것이 상상 속에서 펼쳐지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상황들이 툭 튀어나오게 되고 그에 따라 결과도 바뀌게 되는 것이다. 비유컨대 미지를 탐험하는 탐험가 같은 기분일 것이다. 그러하기에 소설은 인생이다. 인생은 '나'라는 실체는 주어지지만 그것은 주체가 뜻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소설 속 주인공 로맹 오조르스키는 프랑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소설가다. 그는 창작 중이었고 소설가는 그가 만든 인물 플로라 콘웨이를 뉴욕에서 만난다. 그 만남의 과정이 다소 SF적이지만, 소설을 지나치게 가볍게 만들지 않는다. 창조자와 피조물의 만남. 그들이 주고받는 대화, 현실과 상상 속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두 사건은 굉장히 흥미롭다.

말미에 소설 인물과 현실 인물 간의 상관관계가 드러나면서 현실과 상상의 구분은 중요하지 않게 된다. 결국 소설과 현실은 서로 이어져 있었고, 현실의 불안과 비극은 소설 속에서 다른 형태로 구현되었을 뿐이다.

이러한 소설은 읽히면서 끊임없이 현실과 상호작용한다. 독자는 이것을 통해 무엇을 느끼고 어떤 영향을 받을까. 무수한 픽션들이 읽히고, 보이고, 들려지고 있다. 그것들은 이 현실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을까.

즐겁게 읽을 만한 책

기욤 뫼소는 고등학교 선생 출신의 프랑스 국적의 소설가이다. 2001년에 등장해 거의 매년 작품을 발표하고 있는 다작가이고, 평단에서는 사랑받지 못하고 있지만 대중에게 인기가 많다. 그의 클리셰가 반복되고 다소 진부하다는 평도 있다. 그의 작품이 공항에서 탑승 시간을 기다리며 읽기 좋은 소설이라고 폄하되기도 하지만, 풍부한 비유와 빠른 전개로 지루하고 지친 일상을 충분히 재밌게 해 줄 만하다.

인생은 소설이다

기욤 뮈소 (지은이), 양영란 (옮긴이), 밝은세상(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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