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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암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다. 남해 하면 금산 보리암이지. 갔다 온 사람마다 다들 좋다고 극찬하는 보리암. 그곳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는 그 어떤 것보다 좋다고 한다.

남해 여행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세 번째로 떠나는 남해 여행. 처음에는 친구와 갔다. 그때는 보리암에 못 올라갔다. 두 번째는 아이들과 함께한 여행. 큰딸 고등학교 졸업 기념으로 떠났다가 보리암에 도착했을 때가 오후 4시경이었는데 입산 금지라고 했다. 해가 빨리 떨어지는 겨울철이라서 아쉬움을 남긴 채 돌아와야 했다.

이번 여행은 보리암만 가기로 계획하고 떠났기 때문에 너무 일찍 출발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떠났다. 혼자 떠나는 여행은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식당에서 음식을 혼자 먹어야 하는 것이 제일 큰 용기가 필요하고 신경 쓰이는 일이다.

아침 겸 점심은 휴게소에서 핫바와 커피로 간단히 해결하고 여행을 즐겼다. 혼자 여행은 편안함도 있지만, 불안감도 함께 세트로 따라온다. 이번 여행으로 혼자만의 여행의 첫 단추를 끼워 봤으니 나의 혼자만의 여행은 계속될 것이다.

보리암에 도착하기 전부터 '우와~' 감탄이 입에서 새어 나왔다. 색이 바랜 색인데 가을의 단풍나무보다 더 아름다운 조화였다. 주차장에 도착해서 주차 금액을 내고 마을버스를 탔다. 버스비에 문화재 구역 입장료까지 또 내야 했다.

마을버스 안에서 사람들이 투덜거리는 소리가 계속되어서, 조금 짜증이 나기 시작하였다. 차로 올라가지 않고 마을버스를 타고 온 것은 각자의 선택이다. 선택은 우리 몫이었기 때문에 투덜거릴 필요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보리암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
▲ 보리암 주변 경치 보리암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
ⓒ 서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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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암 올라가는 길 경치는 짜증냈던 사람들의 기분을 풀어주는 마법을 부리고 있었다. 올라갈 때 올려다보는 하늘, 산과 나무는 화를 내는 사람들의 마음을 살살 달콤하게 풀어주는 요술을 부렸다. 높은 암자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은 우와~ 절로 감탄의 소리가 계속 새어나왔다. 이래서 보리암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좋다는 소리를 하는구나~. 역시 오기 잘했다.
 
보리암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은 그 어떤 풍경보다 단풍보다 아름다웠다.
▲ 보리암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 보리암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은 그 어떤 풍경보다 단풍보다 아름다웠다.
ⓒ 서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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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해수 관음 성지는 예로부터 남해 보리암, 양양 낙산사, 강화 보문사, 여수 항일암을 꼽는다고 한다. 관음 성지는 '관세음보살님이 상주하는 성스러운 곳'이란 뜻으로 이곳에서 기도 발원을 하게 되면 관세음보살님의 가피를 잘 받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구경하느라 기도는 못 하고 왔다.
 
좋은 경치를 보면서 먹는 컵라면
▲ 보리암 정상에서 먹은 컵라면 좋은 경치를 보면서 먹는 컵라면
ⓒ 서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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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즐겁지만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팠다. 블로그 등에 금산 산장에서 먹는 컵라면 맛이 일품이라고 나와 있었지만, 다리가 많이 아파서 올라갈까 말까 망설이다 올라갔다. 금산 산장에서의 컵라면과 구운 계란은 나의 허기를 달래주었다. 바라보는 경치 또한 아름다웠다. 이쁜 커플과 금산의 전경은 컵라면 먹을 때도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주었다.

금산 정상에 오르면서 줄사철나무를 보았다. 바위에 줄기가 붙어서 자라고 있는 노박덩굴과에 속하는 상록성 덩굴나무로 사철나무와 닮은 모양이지만, 덩굴처럼 자라기 때문에 줄사철나무라고 한다. 정상에는 망대, 봉수대가 있었다. 봉수대 위에서 바라보는 경치 또한 정말 아름다웠다. 오기 잘했다, 오기 잘했다를 계속 되뇌이고 있었다.
  
산을 내려와서 다랭이마을을 향하면서 이쁜 카페를 발견하였다. 화려한 신식건물의 카페가 아닌 지붕 낮은 집을 개량하여 카페를 차려 놓은 곳을 차를 타고 지나가다 차를 멈추고 사진을 찍었다. 카페와 책방을 하는 것 또한 나의 꿈이다. 그래서 그런 허름한 공간을 멋진 공간으로 만든 곳을 눈여겨 보려고 한다. 이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만들었을 것이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이 펼쳐진 남해의 잔잔함이 너무 좋았다. 예전에 거제도의 섬마을 옆과 해안도로를 달릴 때의 그 편안함과 포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 더 나이 먹으면 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로망은 시골에 작은 집을 구해서 편안하게 책 읽고 글을 쓰는 것이다. 아름다운 길을 달리면서 그런 생각이 더 들고 시골집을 눈여겨 보게 되었다. 저 시골집은 금액이 얼마나 갈까? 저 시골집을 수리하는 데는 얼마나 돈이 들어갈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혼자만의 여행을 즐겼다.
  
계단식 다랭이마을에 도착하였다. 바다가 있지만, 지대가 높은 곳이라서 배를 부릴수가 없고 항구를 형성할 수도 없어 늘 먹을 것이 없고 가난했다는 다랭이 마을. 여기는 기계로 농사를 지을 수 없고 오로지 사람의 손과 소로만 농사를 지어야 했다 한다. 지금은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어져 있다. 관광객이 많이 오고 카페가 생기고 음식점이 생겼다.

다랭이 마을에서 박원숙 카페를 만났다. 너무 피곤하였기 때문에 커피 한 잔으로 피로감을 풀기 위해서 들어간 카페에는 배우 박원숙이 촬영하면서 읽었던 대본이 쌓여있었다. 고양이가 야외 카페에서 반겨주었다. 웃음을 자아내는 글귀를 발견하였다. '임현식 선생님과는 부부가 아니십니다~'
 
된장에 멸치넣고 끓임
▲ 멸치쌈밥 된장에 멸치넣고 끓임
ⓒ 서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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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하는 여행은 이렇게 즐길 수 있었다. 이번 여행은 만족한 여행이었고, 용기 있는 여행이었다. 아쉬운 점은 음식이 특별한 맛을 못 느꼈다는 점이다. 멸치 쌈밥은 이번에도 역시 내 입맛에는 딱 좋지 않았다. 그래도 멸치회가 부드러웠고, 배가 고파서 밥 한 그릇 뚝딱 먹었지만, 좀 더 새콤달콤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전라도 음식은 맛깔스럽고 자극적이기 때문에 웬만하면 그저 식욕으로 먹고 온다.

세 번째 남해 여행는 나에게 만족감을 주었다. 가족들 혹은 친구와 함께 한 여행도 좋았지만, 혼자 즐기는 남해 여행 또한 좋았고, 행복하였다. 다음 여행은 조금 더 여유를 즐기는 시간을 만들어 봐야겠다.

나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세상 살아가면서 누군가의 도움 없이 혼자 해결해야 일들이 많을 것이다. 두려워하지 말고 한 걸음씩 걸어 나가는 나의 길이 되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기자의 블로그나 브런치에 올라갑니다.


태그:#남해, #보리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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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이 좋아서 아이들과 그림책 속에서 살다가 지금은 현실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현실 속에서는 영화처럼 살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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