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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이들을 키우며 직장을 다니는 워킹맘이었고, 한참 어리고 손이 많이 가던 시절에 대학원을 다녔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기르는 일은 어느 하나 만만한 일이 없지만 엄마가 육아와 다른 일을 함께 병행한다는 것은 치열한 전쟁 한복판에 놓여 있는 것과 비슷한 경험을 하게 합니다.

사실 육체적인 괴로움보다 가장 힘든 것은 그 어느 것하나 제대로 해낼 수 없는 상황에서 오는 심리적인 스트레스입니다. 거기다 주변의 지지나 인정을 받기보다 집에 와서는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 회사에서는 워킹맘이라는 이유로 내가 가진 능력 이상의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없는 자괴감을 느낍니다. 그런 것이 늘 뒤엉켜 있는 상태로 하루하루를 살아내야 합니다.     

꼭 워킹맘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삶 속에서 우리의 역할은 하나일 수만은 없습니다. 누군가의 딸, 엄마이자 아내이고 어디에 사는 누구이며 몇 살이라는 나이를 책임져야 하는 어른이지요. 좋은 엄마, 현명한 아내로 살아야 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인정받는 사회인이고 싶기도 하고, 나 자신의 자기계발이나 내 감정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여성으로서의 삶도 나에게는 필요합니다. 

어디에 내 마음이 치우치냐에 따라 삶의 방향은 많이 달라집니다. 자녀가 공부도 잘 하고 잘 자라는 게 중요한 사람이 있고, 부부관계나 남편의 내조가 삶의 1순위인 사람도 있고, 엄마 자신의 사회적 성취나 개인적인 삶이 중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 어느 것도 정답은 없습니다. 사람마다 그 가치는 다를 수밖에 없지요.     

다만 너무 한쪽에만 치우치다 보면 잘 안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것은 너무나 한곳만 보고 달려가다가 맞닥뜨리게 되는 삶의 불균형같은 것이겠지요. 그러므로 어느 것 하나에 너무 완벽하려고 하는 생각은 어쩌면 위험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특히 그것이 외면적인 가치이거나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몰두해야만 하는 일이라면 나머지 부분에서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는 더 커질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을 잘 키우는 데에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았더니 아이들이 자라고 나서 텅 빈 껍데기만 남은 것 같다는 느낌을 갖는 엄마들의 고백이나, 사회적 성공과 안정만을 위해 달려왔더니 가족 내의 소통이 무너져버렸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됩니다. 안타까운 결말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곤 합니다.     

우리 삶에는 너무나 많은 요소들이 있지만, 어느것 하나에 치우쳐 완벽하려고 하다보면 전체적으로 평가했을 때는 균형이 무너지기 쉽습니다. 물론 내 삶에서 몰입할 수 있는 어느 하나의 가치를 갖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는 단 한가지만 바라보고 살 수는 없는 것이 인생이니까요. 너무 한 곳에만 몰려있는 나의 에너지를 분산시키고, 적당히 균형을 잡는 것도 필요합니다. 너무 완벽하게 잘하려는 마음은 가끔 내려놓아야겠지요.     

워킹맘으로 살던 그 시기에, 공부하고 일하며 아이들을 키우며 가장 힘들었던 것은 상황 자체보다는 그렇게 치열하게 사는 나 스스로를 칭찬해줄 수가 없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아이들과 시간을 오래 보내주지 못하는 바쁜 엄마였고 내 아이들의 양육을 친정엄마에게 의존해야 하는 이기적인 딸이었습니다. 회사에서는 아이들 핑계를 대며 지각하거나 야근을 할 수 없는 불성실한 직장인이었고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저 자신이 너무 답답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 시간을 돌이켜 생각한다면, 그정도면 그 시간을 너무나 잘 통과해왔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매순간 치열했고 매 순간 최선의 선택을 하느라 매일매일 고민하고 이곳저곳에 미안해하기만 하느라 발을 동동 굴리던 저를 다독여주고 싶습니다.      

두 과목에서 하나는 백점, 다른 하나는 빵점이라면 평균이 50점이지만 두 과목 모두가 70점이면 평균도 70점입니다. 그리고 너무, 백점 맞으려고 애쓰지 말자고 하고 싶어요. 인생에서 백점 만점을 받을 수 있는 분야가 그렇게 많지는 않더라구요. 평균 70점 정도면 괜찮잖아, 라며 어깨 으쓱하고. 그렇게 조금은 힘을 빼두고 살아가는 것도 삶의 요령인 것 같아요.
 
인생의 시험에는 백점이 없습니다.
 인생의 시험에는 백점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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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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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그녀를위한모든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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