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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8일 서울 코엑스 앞에서 오세훈 당시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지지 연설을 했던 노재승 대표.
 지난 3월 28일 서울 코엑스 앞에서 오세훈 당시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지지 연설을 했던 노재승 대표.
ⓒ 오세훈TV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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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의 이 연설을 기억한다면 이번 선거에서는 그 이상을 기대해도 좋습니다. 그리고 이 연설자는 8개월 만에 제1야당의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다시 뜁니다. 예비후보 기간에는 자신만의 메시지가 담긴 빨간 후드티로, 본 선거 기간에는 유세차 위에서의 일갈로"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SNS 중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캠프의 노재승 공동선대위원장을 자신 있게 소개했다. 노재승 공동선대위원장은 커피 편집샵 플랫폼인 '블랙워터포트'의 대표로, 커피업계에서는 이미 유명 인사다. 노 위원장은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청년 유세버스'에서 오세훈 시장을 지지하는 연설로 더욱 유명해졌다. 비니 모자를 쓰고 연설을 했다는 이유로 '비니좌'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러나 이준석 대표의 호언장담과 별개로, 그의 임명 자체가 논란의 핵심이 되었다. 과거 소셜 네트워크에서의 행적이 논란의 시발점이었다. 노 위원장은 '5.18정신'이라는 다큐멘터리 영상을 공유하면서 5.18 민주화운동에 대하여 "특별법까지 제정해서 토론조차 막아버리는 그 운동, 도대체 뭘 감추고 싶길래 그런 걸까"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그가 공유한 영상에는 "5.18 민주화운동을 폭동이라 볼 수 있는 면도 존재한다"는 시각이 담겨 있다. 노재승 위원장은 '자신은 5.18 민주화운동을 부정하지 않으며, 민주적 토론을 차단하는 5.18 역사왜곡처벌법을 문제삼았을 뿐'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실제로 노 위원장은 "5·18 폭동으로 볼 수 있다"는 자막을 사용한 YTN으로부터 사과를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그 운동'이나 '성역화' 같은 표현이 광주 시민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지 않았다.

변화 외치는 국민의힘, 그러나 영입 인사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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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이 호남을 향해 몸을 낮추고 있는 상황에서 노 위원장의 과거 발언이 주는 무게감은 더 크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 6월 광주를 방문해 "5.18 이후 태어난 첫 세대의 대표"를 자처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과거 우리 당이) 광주 시민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언행을 해 김종인 위원장 체제에서 많은 반성을 했다. 그 기조는 새로운 지도부에서 이어질 것"이라며 "광주시민을 아프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위원장은 "그 무식한 손석희 얘기를 더 믿고 난리 치고 다들 멍청하게 광화문으로 나갔다"며 2016년 촛불시위 참여 시민들을 비난하는 글을 SNS에 공유하기도 했다. 꾸준히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고 주장했던 이준석 대표의 발언과도 대치되는 행적이다.

노 위원장은 그 외에도 많은 발언이 논란에 휩싸였다. 고용 유연성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정규직 폐지론자'라고 말하고, 노동자 집회에 대한 경찰의 실탄 사용을 주장하기도 했다. 노골적인 '가난 혐오' 역시 입방아에 올랐다. 과거 그가 SNS에 공유한 글에는 "가난하게 태어났는데 그걸 내세우는 사람들 정말 싫다. 가난하면 맺힌 게 많다. 그런데 그들은 그걸 이용한다. 정말 치졸하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 검정고시를 '비정상'으로 규정하고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한 이미지를 올린 후 '#개돼지되지맙시다제발'이라는 해시태그를 함께 게시하기도 했다. 독립운동가 후손과 여러 소수자들을 향한 조롱, 성희롱 등으로 구설에 올랐던 만화가 윤서인씨의 책을 '인증'하기도 했다. 

공인과 사인의 자아는 다르지 않다
 
지난 11월 5일 노재승 위원장이 공유한 이재명 후보에 대한 비방 글.
▲ 노재승 공동선대위원장 인스타그램 지난 11월 5일 노재승 위원장이 공유한 이재명 후보에 대한 비방 글.
ⓒ 노재승 공동선대위원장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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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 등 큰 선거를 치르는 동안, 여의도 바깥의 인물을 수혈해 이미지 환기를 추구하는 것은 여야를 막론하고 익숙한 일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채 깜짝 영입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혐오 발언으로 점철된 노 위원장의 과거는 충분히 검증되었는지 의문이다.

노 위원장은 논란이 불거지자 자신의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저에 대해 실망하시고 상처를 입으신 제 주변 분들과 국민 여러분께 앞으로 발언과 행동에 조금 더 신중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머리 숙여 사과드리겠다"며 사과했다. 그리고 자신의 과거 발언에 대하여  '자신이 일반 사인(私人)이었을 때 개인적 소회를 적은 글들이 논란이 되었다'며 신중하고 엄중한 자세로 직책을 수행할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자신의 혐오 발언에 대한 구체적인 사과는 부재했으며, 노 위원장의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사인과 공인(公人)의 자아를 구분 짓고자 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사인의 자아가 공인이 되었다고 해서 극적으로 바뀌지 않는다. 

국민의힘이 그를 영입한 것은 그가 사인이었을 때 보여준 모습에서 얻은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준석 대표가 '기대해도 좋다'고 추켜세웠던 노 위원장의 미덕은 무엇이었을까. 더 나아가, 노재승 공동선대위원장이 대변하고자 했던 시민은 누구였을까.

태그:#노재승,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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