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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조지오웰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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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전체주의 사회인 오세아니아에 정치통제기구 '당'이 독재 권력을 사수하기 위해 가상 인물 '빅 브라더'를 내세우고 통치를 이어간다. 당은 정치 체제 유지를 위해 '신어'라는 언어를 만들고, 텔레스크린, 사상경찰, 헬리콥터 등을 이용해 당원들을 철저히 감시한다.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는 당의 통제에 저항하기 위해 '형제단'에 가입해 비밀리에 활동한다. 그는 끝내 당의 전복을 이루지 못하고, 윈스턴이 믿은 인물이자 당의 스파이인 '오브라이언'에 의해 함정에 빠지고 만다.

'인간은 인간 내면의 정신을 통치할 수 없다.' 깨어 있는 사유는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최후의 보루로서 존재할 것이다. 나의 믿음은 책 <1984>의 비극에 이른 결말과 대조된다. 표면적으로 보자면 그렇다. '윈스턴'은 애정부에서 갖은 심문과 고문을 겪은 후, 자신이 사랑한 그녀 '줄리아'마저 배반하고, 가공의 인물인 '빅브라더'에게 복종했다.

그리고 죽음의 문턱 앞에서 앞서 그가 한 예상(여전히 빅브라더에 대한 증오심을 가지고 마지막을 맞을 것이란 예상, 394쪽)과 다르게 빅브라더에 대한 사랑을 내뱉으며 죽음을 맞는다. <1984>의 결론은 끝내 전체주의의 막을 내리지 못하고, 인간의 본질을 지키면서 모두가 소외받지 않는 세상을 건설하지 못한 점에서 명백히 비극이다.

조지 오웰은 작품의 설정이 된 시대이자 당시로선 미래의 시점인 '1984년'을 디스토피아로 그려냈다. 기본적인 인간의 본능마저 통제당하는 소설의 시공간은 전체주의의 광경으로 점철되며 암울한 냄새를 풍긴다. 그가 독자들에게 절망과 무력감만 안겨주기 위해 글을 쓴 걸까? 나는 작가 조지 오웰이 희망을 담아 작품을 기술했을 거란 가능성을 애써 우겨보고 싶다. '쓴다'는 행위에 초점을 맞춰두고 생각했다.

조지 오웰은 책 <1984>를 '썼다'. 또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는 작중에서 일기를 '쓴다'. 일기 쓰기는 사상마저 통제하려는 당의 의도에 반하는 행위이다. 발각될 경우 사형 아니면 적어도 강제 노동 25년 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윈스턴의 일기 쓰기는 그가 처음으로 생각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자기 사유를 정리해 직접적으로 드러낸 행위이다.

위험을 무릅쓰고도 윈스턴이 일기를 쓴 의도는 다음 서술에 나타난다. "누구를 위해 이 일기를 쓰는가? 그는 별안간 의아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미래를 위해서? 아직 태어나지 않은 후세를 위해?"(17쪽) 윈스턴은 '1984년이 지난 미래에는 희망을 걸어도 되지 않을까'란 막연한 기대감 혹은 의무감일지도 모를 마음 끝에 일기를 쓴다.

또 미래와 현재의 소통 가능성 자체에 대한 의문과 미래에도 현실과 같이 변함이 없을 수 있다며 절망적으로 추론하면서도 일기를 쓴다. 윈스턴이 일기를 쓰는 상황에서 가진 두 가지 의문은 그의 '이중사고'(상반된 두 가지 견해를 동시에 지지하고 서로 모순되는 줄 알면서 그 두 가지를 동시에 믿는 것)를 보여준다.

작가 조지오웰이 책 <1984>를 쓴 의도도 윈스턴이 일기를 쓴 의도와 같다. 인물 윈스턴의 입을 빌려 조지 오웰이 후대에 남기고픈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윈스턴이 변화를 끌어내지 못하는 결론을 내린 것은 조지 오웰이 세상을 명확히 직시해 내린 판단의 결과다. 그렇지만 해결되지 못한 문제를 후대에서라도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바람과 염원을 담아 책을 '썼다'.

또 미래에도 행해질 전체주의에 대한 경고도 함께 전한다. 조지 오웰 역시 책을 쓴 의도에 이중사고가 담겨 있다고 보인다. 미래의 어느 날 인간의 자유와 평등이 보장되고, 모든 인간이 소외당하지 않는 세상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후대에 걸어보며 자신의 사려 깊은 사유를 전달하기 위해 책을 남긴 것이리라. 저자의 염원이 통한 것인지 나는 책 <1984>에서 희망을 읽었다.

글 첫머리에서 나의 희망을 내포한 한 문장을 썼다.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 틈에서 "인간은 인간 내면의 정신을 통치할 수 없다"란 문장이 처음으로 돌출됐다. <1984> 작품의 세계에 몰입해 많은 정치적 개념들과 세상의 숨겨진 단면에 혼란을 느꼈고, 끝내 비극의 결말을 맞이한 한 명의 인간을 보며 온 정신을 휘감는 비애를 느꼈다. 그러나 무력감과 패배감 속에서도 그에 반하는 결론에 도달했다. 지워지지 않은 믿음에 의한 첫 문장이 <1984>를 읽고 내린 나의 결론이다.

'글'은 나 자신이 첫 독자이면서도 어딘가에 있을 '누군가'가 내 글을 읽어주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다. 조지 오웰 역시 그러하지 않았을까? 냉소적으로 시대를 직시해 그의 생각에 따라 비극의 결말을 냈지만, 이 책은 쓰였고 남겨졌다. 남겨진 책에서 조지 오웰의 '쓰기'를, 윈스턴 스미스의 '쓰기'를 희망으로 읽어내며, 저자 조지 오웰의 후대에 대한 믿음에 내 생각과 믿음을 정리한 이 글로 응답하고 싶다.

1984

조지 오웰 지음, 정회성 옮김, 민음사(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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